1일 기획재정부는 대폭적인 감세 정책을 반영한 ‘2008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법인세를 비롯해 소득세, 상속·증여세, 부동산 관련 세제까지 포괄하고 있다.
정부는 감세안을 발표하며 “경쟁국보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높아 성장률이 떨어지고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세금을 줄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논리를 폈다. 감세를 하면 기업투자가 늘고 소비 촉진,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제개편안의 내용은 정부의 이런 주장을 무색케 한다. 우선 감세의 혜택이 ‘부자’들에게 집중되어 대다수 서민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일례로 종합소득세의 경우 연소득 1억원인 가구는 99만원 정도의 세금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연소득 2천만원인 4인 가족의 경우는 4만원 정도의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세는 최고 67%까지 줄어들지만 지난해 사망자 30만명 중 상속세 납세대상은 0.7%에 그쳤다. 극히 일부의 부유층만 감세의 혜택을 누린다는 얘기다.
또 기업들의 법인세를 깍아준다고 해서 기업투자가 증가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이후 법인 세율은 꾸준히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기업들의 투자는 정체하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5년 11월 재경부와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감세논쟁 주요논점 정리’라는 자료에서도 “근로자나 자영사업자의 경우 감세조치를 하더라도 소비증대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며 “법인세율 인하가 단기간에 기업투자의 증가를 유발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나와 있다.
따라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실제로 ‘소비촉진,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 조세형평성을 훼손하면서 정부의 재정적자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자 몇몇 신문들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무비판적으로 환영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부유층에 집중되는 감세의 효과를 ‘국민일반’이 누리는 혜택인 양 대대적으로 부각하기도 했다.
‘부자신문’ 중앙일보, 감세정책 가장 환영
<세제개편안 관련 중앙일보 보도>
2일 1면 <9억원 이하 1주택자 양도세 0>
3면 <소득세 1년에 6000만원 버는 4인가족 474만→421만→385만원>
3면 <민주당 “부자 감세안” 한나라 “서민 혜택 커”>
3면 <21조원 사상 최대 감세 카드/‘작은 정부’ 의지 담고 있지만/투자·소비 안 늘면 재정 타격>
4면 <상속세 공제 후 5억 상속 때 올해 9000만원→2010년 3000만원>
4면 <세금 피하려 해외로 재산 유출 줄이는 효과/현행 최고세율 50%… OECD 중 가장 높아>
4면 <기업 세금도 내려 투자 유도, 일자리 창출>
4면 <300억짜리 중기 상속/세금 128억→60억으로>
5면 <양도세 5억에 산 집 10년 살고 10억에 팔 때 2600만→40만원>
5면 <집값 떨어져도 뛰던 ‘거꾸로 종부세’ 손질>
사설 <성장정책의 시금석 될 세제 개편>
4일 E2면 <“경제 성장하라면 세금 깍아줘야” vs “기업 투자 않는 건 불확실성 때문”>
5일 1면 “종부세 근본적 수술”
중앙일보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가장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정부 발표 다음날인 2일 보도의 제목만 살펴봐도 중앙일보의 보도 경향이 드러난다. 감세안을 둘러싼 여야 간의 공방을 다룬 기사 <민주당 “부자 감세안” 한나라 “서민 혜택 커”>와 <21조원 사상 최대 감세 카드/‘작은 정부’ 의지 담고 있지만/투자·소비 안 늘면 재정 타격>를 제외한 모든 기사들이 제목에서부터 감세의 혜택과 효과를 부각했다. 내용에서도 1면과 3면, 4면, 5면에 걸쳐 세제개편안으로 어느 정도의 절세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상세히 소개하고, 감세정책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처럼 몰아갔다.
특히 사설 <성장정책의 시금석 될 세제개편>을 통해 이번 감세정책을 추켜세웠다. 사설은 이번 세제개편안을 두고 “본격적인 이명박식 성장정책의 기틀을 다지는 첫걸음”이자 “지난 10년간 지속됐던 증세 기조와 징벌적 세제를 정상적 세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소득세율을 과감하게 2%포인트 내리고 1인당 공제금액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은 소비 진작과 중산층 복원에 적지않은 효과가 기대된다”, “법인세율을 낮추고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린 것도 기업들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환영했다. 나아가 “다만 세수 감소를 우려해 대기업 법인세율 인하시기를 내년으로 늦춘 것은 아쉽다”며 감세를 더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까지 드러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세금을 낮춰 성장률을 끌어올릴 일이지 세수 부족을 이유로 미룰 일이 아니다”라며 법인세 인하 시기를 앞당길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사설은 대규모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 등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짚어보지 않았다.
조세개편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3면 <21조원 사상 최대 감세 카드/‘작은 정부’ 의지 담고 있지만/투자·소비 안 늘면 재정 타격>에서 “재정 건정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내년엔 과표양성화와 고유가로 유류세가 더 걷히는 만큼 괜찮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그때는 세출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덜 걷고, 덜 쓰는 긴축 재정을 택하겠다는 것이다”라는 정도로 언급했다. 아울러 “세수 부족은 이월된 초과세수를 활용하는 한편 각종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와 예산절감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그쳤다.
이후 보도에서도 세제개편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보는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동아일보, ‘레이거노믹스’를 본받으라?
<세제개편안 관련 동아일보 보도>
2일 1면 <연봉 4000만원 4인가구 소득세 年35만원↓ / 과표 3억 아파트 팔 때 양도세 700만원 ↓>
4면 <1인 기본공제 50만원-자녀 교육비 공제 100만원씩 늘어>
4면 <전체기업 90% ‘낮은 법인세율’ 적용/ 대기업 세율 5%P 내리되 1년간 유예>
5면 <5억에 산 집 10억에 팔면 양도세 3900만원→300만?gt;
5면 <부모 10년 부양땐 주택가격 40% 공제>
5면 <“MB노믹스 본격 발진” vs “부자들을 위한 감세”>
5면 <최고세율 33% 왜?>
사설 <減稅, 민생경제 활성화로 연결시켜야>
B3면 <1인당 공제액 쑥…“늦둥이 가져볼까”/아파트 양도세 뚝… “내년 이후에 팔자”>
B3면 <“강남 고가주택 소유자 최대혜택/비과제 거주요건 강화는 충격적”>
4일 5면 <“한국 세제개편안 좋은 출발”>
6면 <姜재정 “법인세율 여전히 높아”>
10면 <담뱃값 200~300원 오를 듯>
5일 B3면 <“한국 법인세 인하 성장위해 잘한 일”>
동아일보도 세제개편안으로 국민들이 얻을 혜택을 강조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중앙일보만큼은 아니지만 동아일보 역시 감세의 혜택과 효과를 기사 제목으로 부각했고, 기사 내용에서도 감세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경제섹션 기사 <1인당 공제액 쑥…“늦둥이 가져볼까”/아파트 양도세 뚝… “내년 이후에 팔자”>에서는 가상의 인물 ‘나절세’ 씨를 등장시켜 세제개편안의 혜택을 부각하기도 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를 본받아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을 밀어붙이라는 중장을 펴기도 했다. 사설 <감세, 민생경제 활성화로 연결시켜야>에서 동아일보는 “국민이 무거운 세금 부담을 짊어져야 했던 것에 비하면 조세 정책의 철학을 증세에서 감세로 전환하는 분수령이 됐다”고 이번 세제개편안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적정 수준의 세금 감면은 기업과 가계의 여윳돈을 소비와 투자로 흘러가게 해 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며 1980년대 미국의 경제정책을 예로 들었다.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로 상징되는 레이거노믹스를 과감히 밀어붙여 경제회생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의 주장처럼 1980년대 미국은 감세정책을 폈다. 그러나 감세가 투자를 활성화해 세수를 늘린다는 소위 ‘래퍼 효과(Laffer effect)’는 나타나지 않았고 국민들의 반발로 재정지출 삭감도 쉽지 않았다. 그 결과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가 발생했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발행 등의 조치는 결국 ‘재정적자-경상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로 이어졌다. 레이거노믹스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미국의 경제암흑기를 낳은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동아일보는 감세를 기반으로 하는 레이거노믹스가 성공한 경제정책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레이거노믹스를 본받으라’는 주문을 내놨다.
한편, 이번 세제개편안의 문제점과 대책을 꼼꼼하게 짚어본 기사는 동아일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선일보의 ‘비판’은 “감세 규모가 적다!”
<세제개편안 관련 조선일보 보도>
2일 1면 <李정부 대대적 감세 임기내 21兆 줄인다>
3면 <“소비 늘리고 투자도 촉진”↔“효과 약해 재정만 나빠져”>
3면 <美 90년대초 ‘레이거노믹스’가 대표적 감세정책>
4면 <10년전 2억에 산 집 10억에 팔면 양도세 100만원>
사설 <減稅 효과 살리기 위한 후속 대책도 내놔야>
B2면 <2010년까지 법인세율 최대 5%P 인하/‘하이브리드車’ 소비세 100만원까지 면제>
B3면 <연봉 6000만원 4인가족 소득세 내년 53만원 줄어>
B3면 <상속세 2년후 최고 67% 덜낸다>
B14면 <9·1 세제개편 ‘明과 暗’ / 고가 주택 숨통 트이고 지방 시장은 더 숨 조여>
5일 B1면 <서러운 싱글족 “세금까지…”>
조선일보는 중앙·동아일보처럼 감세 혜택을 노골적으로 부각하는 방식을 쓰지는 않았다. 감세의 혜택을 부각하는 기사가 없지 않지만 주로 경제섹션에 배치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중앙·동아일보 보다 더 교묘한 방식으로 감세 정책에 힘을 실어주었다. 조선일보는 ‘감세’가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는 전제를 깔고 이번 세제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식을 썼다. 즉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옹호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비판의 내용은 ‘더 적극적인 감세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정부의 감세 정책을 근본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세제개편안에 대한 찬반의견을 다룬 2일 3면 기사 <“소비 늘리고 투자도 촉진”↔“효과 약해 재정만 나빠져”>에서도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 경향은 드러난다. 기사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의 감세가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이라고 평가한다”며 정부의 감세 정책을 ‘적절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있다”며 “2년 간 1% 포인트씩 인하해주는 개인소득세의 감세폭과 강도가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 의견을 전했다. 즉, “소비와 기업투자가 살아나고 장기적으로 세수를 증가시키는 목적을 이루기에는 감세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2일 사설 <감세 효과 살리기 위한 후속 대책도 내놔야> 역시 “지난 몇 년 동안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위축됐던 소비·투자와 떨어진 경제활력을 되살려 놓으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정부의 감세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추가적인 ‘규제완화’를 주장했다. 사설은 감세만으로는 기업투자를 살리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많은 ‘대못’을 과감하게 뽑아내는 후속조치가 나와야 한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 등 “감세 효과를 살리기 위한 후속 대책”을 요구했다.
감세의 근거, 효과, 부작용 꼼꼼히 점검한 경향·한겨레
반면 경향신문은 세제개편안의 내용과 영향 등을 분석하고, 정부가 내세운 ‘대규모 감세를 통한 경기 부양’의 실효성을 따졌다. 또 세제개편안이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등 부유층들이 주로 내는 세금, 대기업이 대상인 법인세를 중심으로 이뤄져 “친부유층·친기업 색채가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개편안 관련 경향신문 보도>
2일 1면 <5년간 26조원 대규모 감세>
3면 <부유층에 혜택 집중… ‘부의 대물림’도 쉬워져>
3면 <집값 25% 올라도 종부세 30% ↓>
3면 <과표 1000억이면 상속세 170억 ↓>
4면 <연봉 2000만원은 5만원 연봉 1억원은 172만원 ↓>
5면 <3년 보유 3년 거주해야 양도세 비과세/고가주택 기준 6억에서 9억으로 완화>
5면 <중기·서민엔 ‘생색내기용’>
5면 <연 소득 1700만원 이하면 최대 120만원 지급>
6면 <민주·민노 “부자에 세금 퍼주기” 한나라 “서민/중산층 60% 혜택”>
6면 <기한 넘겨 1년내 납부도 가산세액 20% 감면된다>
18면 <부동산시장 양극화 더 부추길 수도>
사설 <‘부자 프렌들리’ 속성 드러낸 세제 개편안>
3일 4면 <감세폭 확대 약자 도와야>
5면 <“감세로 사라질 연간 5조원 예산이면 모든 대학생 등록금 걱정 없앨 수 있다”>
5면 <잘못된 근거·통계로 ‘정당화’>
5면 <“효과 없다”던 재정부, 몇달만에 입장 180도로>
17면 <종부세도 유명무실 우려>
22면 <“미술품 양도세는 미술시장 죽이기”>
4일 4면 <세목마다 ‘부유이웃돕기’>
5일 18면 <‘싱글족’ 소득세제 개편 혜택 적어/다자녀 가구와 소득 격차 더 심화>
2일 4면 <연봉 2000만원은 5만원↓ 연봉 1억원은 172만원↓>에서는 종합소득세율이 인하될 경우의 세금 감면액을 따져본 뒤 감세 혜택이 중산·서민층에게 돌아간다는 정부 주장이 설득력이 없음을 밝혔다. 또 감세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4일 4면 <美도 ‘감세로 투자확대’ 정책 실패>에서 “감세정책으로 기업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레이거노믹스는 결국 효과를 보지 못했”고 “레이건의 뒤를 이은 부시 행정부와 클린턴 행정부는 증세정책을 펼쳤지만 90년대 미국경제가 IT 혁명에 의해 장기간 호황을 누렸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투자 활성화와 감세는 무관하다는것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4일 4면 <세출 못줄이면 재정악화→복지위축>에서는 재정적자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대규모 감세를 했을 경우 복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기사는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사회복지비 비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해왔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재정악화 상황에서 “사회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지원을 줄일 경우, 취약 계층이 양산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조세개편안 관련 한겨레 보도>
2일 1면 <사상최대 감세…대기업·부유층에 혜택 쏠려>
4면 <고소득층 ‘감세 잔치’…서민층은 ‘일회성 혜택’뿐>
4면 <가구소득 2천만원 ⇒ 감세효과 4만원/가구소득 1억원 ⇒ 감세효과 99만원>
4면 <“투자 활성화” 법인세 최대5%P 인하>
5면 <6억~9억 집 양도세 면제 ‘강남 집부자들만 살판’>
5면 <종부세 본격 완화 ‘예고편’>
5면 <감세 맞춰 지출 줄이겠다는데… ‘복지 지출’ 삭감/양극화 더 심화>
사설 <나라 앞날을 걱정하게 하는 세제개편>
3일 4면 <평균 연소득 ‘2490만원’인데…연봉 1억2천만원이 중산층?>
4면 <정부 장밋빛 기대/업계 우려 목소리>
4일 23면 <수도권 외곽 투자용 주택구매자에 악재>
한겨레도 세제개편안의 내용을 따져보고, 정부 주장의 허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감세의 근거부터가 논란거리라고 지적했다. 2일 4면 <가구소득 2천만원 ⇒ 감세효과 4만원/가구소득 1억원 ⇒ 감세효과 99만원>에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액 비율이 일본·미국 및 경쟁국에 견줘 높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의 조세부담률이 낮게 잡히는 것은 대규모 적자재정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세 부담을 떠넘겼기 때문”이며 “장래의 조세 부담인 재정적자분까지를 더한 ‘잠재적 조세부담률’을 잣대로 삼을 경우, 우리나라의 세 부담률은 지난 해 말 현재 22.3%로, 주요 나라들에 견줘 오히려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의 경우에도 “면세 혜택 등을 고려할 때 자산 규모 5천억원 초과 법인의 경우 2005년 유효세율이 13.7%에 그쳤다”며 주요 경쟁국인 싱가포르(18%), 대만(17.5%)보다 훨씬 낮다고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3일 4면 기사 <평균 연소득 ‘2490만원’인데…연봉 1억2천만원이 중산층?>에서는 정부가 연소득이 대략 1억 2천만원 가량되는 “소득세 과표 8800만원 이하를 중산·서민층으로 간주하고 감세 혜택을 계산했다”며 ‘대규모 감세혜택의 절반 이상이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에 돌아간다’는 정부 주장이 “자의적인 해석과 교묘하게 통계를 비튼 것”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4면 기사 <정부 장밋빛 기대/업계 우려 목소리>에서는 부동산 세제개편안에 따라 ‘매물이 늘어나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부 시각과 ‘특정 지역의 고가주택 선호도가 더 높아질 수 있어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 같아 우려된다’는 부동산업계의 시각을 함께 보도했다.
한겨레는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와 양극화 심화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2일 5면 <‘복지 지출’ 삭감/양극화 더 심화>에서 “감세에 맞춰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줄이지 않으면 정부는 빚더미에 올라설 수밖에 없다”며 재정지출 축소가 “선진국에 견줘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낮은 수준의 복지지출을 그나마도 삭감하는 길로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2일 사설 <나라 앞날을 걱정하게 하는 세제개편>에서도 “세금이 줄면 사회복지와 미래에 대한 투자 또한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감세의효과는 불투명하지만 복지지출이 삭감되면 한계계층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만 믿고 이명박 대통령을 뽑아줬다. 그러나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환율급등과 주식폭락으로 ‘9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위기관리에 무능함을 보이면서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또 내수기반을 살리고 질 좋은 고용을 늘이는 정책을 내놓기는커녕 자신의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은 대다수 서민과 빈곤층이다. ‘부자신문’, ‘메이저신문’ 조중동이 이들에 대한 일말의 ‘배려’가 있다면 부자만을 위한 감세가 불러올 부작용을 지적하고 비판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조중동은 ‘감세정책이 옳다’, ‘더 적극적인 감세를 하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메이저’가 ‘메이저’로 대접받으려면 그에 걸맞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부자들의 세금깎기’에 열을 올리는 조중동은 우리사회의 진정한 ‘메이저신문’이 될 수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