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언론재단 노조의 임원 퇴진 투쟁에 대한 논평(2008.9.2)
등록 2013.09.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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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 노조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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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 노조가 25일부터 박래부 이사장을 포함한 임원진 퇴진 투쟁을 벌이고 있다. 언론재단 노조는 7월 30일에도 재단 임원들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는 언론재단 노조의 이 같은 행보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이 박래부 이사장에 대해 사퇴 압박을 가해 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문화관광부는 언론재단의 핵심 재원인 ‘정부광고대행 업무 이관’을 박래부 이사장 사퇴 압박 카드로 들고 나왔다. 이 때문에 언론재단 노조가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음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작금의 언론재단 위기를 임원진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노조는 현 임원들이 ‘재단의 비전 제시, 안정적 재원 대책 마련, 내부 인사 갈등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취임한 뒤, 주요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재단을 담보로 한 정치도박에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재단의 비전이나 안정적 재원 대책, 내부 인사 갈등 해결책 등은 언론재단이 출범한 이후 계속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취임한지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았고 정부의 퇴진 압박에 직면해 온 현 임원진이 어떻게 갑작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가?
박래부 이사장이 취임하기 이전부터 언론재단이나 언론재단 노조가 안정적인 재원 대책이나 발전방향, 신문지원기관 통합 문제 등에 대해 얼마나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을 도출해 왔고 학계와 시민단체, 정치권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노력해 왔는지도 묻고 싶다.
언론재단은 종합미디어진흥기관이다. 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등 신문지원기능을 전적으로 하는 기관과는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따라서 신문위, 지역신문위, 유통원 등이 설립된 후 이들 기관과의 바람직한 역할분담, 위상 재정립 등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언론재단이 이런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왔다고 보기 어렵다. 미래가 불안한 정부광고 대행이나 신문관계 기금 위탁 등에 의존하면서도 안일하게 지내온 것이 아닌가?
언론재단 노조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때까지 언론재단 노조는 무엇을 했는가? 언론재단에 대한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미리부터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했다. 이제 와서 현 임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퇴진 투쟁을 벌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또 언론재단 노조가 ‘임원 퇴진’은 강력하게 요구하면서도, 언론재단 이사장마저 ‘제 사람’으로 물갈이 하려고 ‘정부광고 대행 업무 이관’을 압박 카드로 쓰는 이명박 정권의 치졸한 행태에 대해서는 왜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저항하지 않는가? 언론재단 노조가 이명박 정권의 박래부 이사장 사퇴 압박에 힘을 실어 현 임원들을 퇴진시키면 언론재단의 문제가 해결되고 공공성과 독립성이 확보된다고 할 수 있는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없이 이명박 정권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조직의 위기를 해결하라고 하거나, 무작정 이사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친정부 실세 이사가 오길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언론재단 구성원들 스스로 언론재단이 자율적인 종합미디어 진흥기구가 아니라, 정부의 수족임을 자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언론재단 노조가 이제라도 이명박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임원 퇴진 요구를 거두고, 임원들에게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바란다. 언론재단 노조가 끝까지 임원 퇴진 투쟁을 벌이고 결국 이명박 정권의 ‘실세 낙하산’이 언론재단 이사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언론재단의 공신력 추락과 언론재단 노조에 대한 시민사회와 언론계,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박래부 이사장을 비롯한 언론재단 임원들에게도 당부한다. 임원들은 22일 성명에서 언론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 정체성을 확보하고 직원들의 생존권이 보장됐다고 판단하거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경우 퇴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의를 실천하기 위해 언론재단 임원들은 노조와 함께 더 적극적으로 언론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나서주기 바란다. 정부광고 대행 이관 문제나 신문지원기관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 종합미디어진흥기관으로서 언론재단의 위상 정립과 재정 대책 마련을 위한 공론화도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언론재단마저 ‘낙하산 인사’로 장악하겠다는 이명박 정권은 즉각 치졸한 행태를 중단하라. 이명박 정권이 지금 ‘낙하산 인사’에 집착하고 있을 때인가? 경제가 하루하루 위기로 치닫고 있고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언론 장악, 공공기관 장악 시도를 중단하고 경제 위기 대처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



2008년 9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