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천 씨를 비롯한 ‘친여성향’ KBS 이사들의 행보가 날이 갈수록 가관이다.
21일 KBS 이사회가 기어이 KBS 사장 후보를 5명으로 압축했다. 회의 장소를 두 번이나 옮기고, ‘친여성향’ 이사들만 남아서, 겨우 2시간 만에 24명 후보자들의 서류 심사를 끝낸 ‘성과’다. 오는 25일에는 이들 5명에 대한 면접을 거쳐 한 명을 임명제청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정연주 사장을 쫓아낸 과정이 초법적이었던 만큼 ‘차기사장’을 추천하겠다고 하는 행위 자체가 정당성이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KBS 이사회가 ‘차기 사장’을 앉혀보겠다면 최소한 체면치레 정도의 절차는 밟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친여성향의 KBS 이사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명박 정권에 KBS를 안겨주겠다는 듯 물불 가리지 않는 놀라운 ‘추진력’을 보여주었다. 공영방송 사장의 서류심사를 어떻게 단 두 시간 만에 끝낼 수 있는가? ‘누구로 가자’는 교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나 뽑자’는 졸속심사로 직무유기를 저지른 셈이다.
이미 언론계 주변에는 누가 ‘차기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나 유재천 이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개입’을 완강하게 부정하면서 “24명 공모자의 서류를 충분히 꼼꼼히 심사했느냐”는 질문에 “노보텔 호텔에서도 좀 봤으니까 2∼3시간은 본 셈이다. 충분히 봤다”고 말했다 한다. ‘교감’ 없이 ‘충분히’ 검토한 결과라는 얘기다. 국민을 바보취급해도 유분수다.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정연주 사장의 해임 자체가 초법적이며 KBS 이사회의 ‘차기 사장’ 논의는 정당성이 없다. KBS이사회가 ‘차기 사장’으로 누구를 추천하든 그는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 들러리일 뿐 KBS 사장으로서 정통성을 얻지 못한다. 지금 ‘친여성향’ KBS이사들은 이명박 정권을 위해 국민의 방송 KBS를 망가뜨리고 있다. 이 일에 대해 반드시 후회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민주주의 역사에 ‘일시적 반동기’는 있지만 영구적인 퇴보란 없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