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또다시 ‘O157’ 감염이 의심되는 쇠고기가 대량 리콜 조치됐다.
이번 리콜을 실시한 도축업체 네브래스카 비프의 작업장은 한달 전에도 대장균에 오염된 쇠고기를 유통시켜 리콜을 실시했던 곳으로 한국 수출용 쇠고기 작업장 가운에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가 지난 리콜사태가 일어난 지 보름 만에 이 리콜 경위를 묻고 개선안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미국 정부는 한 달 가까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 수출용 쇠고기 작업장에서 발생한 위생검역 실태의 변화를 반드시 통보하도록 되어 있는 새 수입위생조건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수입위생조건 7조에 따르면 ‘수출작업장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 발생했을 경우 제품을 즉시 통제하고, 개선 내용을 한국 정부에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편 텍사스에서는 SRM으로 분류되는 편도선 부위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통된 소머리가 리콜 조치되기도 해 미국 검역체계의 허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11일 주요 신문들은 일제히 이번 리콜 사태를 보도했는데 한겨레와 경향, 그리고 중앙일보는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한 반면, 조선일보는 정부의 해명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오히려 리콜 사태를 일으킨 회사를 두둔하며 이번 사태를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한겨레는 14면 <미, ‘네브래스카’ 오염 쇠고기 또 리콜>에서 “네브래스카 비프는 미국의 한국 수출작업 장 가운데 하나로, 한국 정부가 지난달 미국의 리콜 사태 이후 경위와 개선안을 요구했지만 미국 정부가 한 달 가까이 아무 답이 없어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사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즉각 중단해야>에서는 한국정부가 리콜사실을 알고도 모른 체하다가 시민단체의 요구에 등 떠밀려 수출금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그 후 한 달 가까이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하고도 ‘수입위생조건 7조에 통보시한에 대한 언급이 없는 만큼 아직 회신이 없다고 해서 미국 쪽이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을 해명이라고 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 가관인 것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중·고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해 실적을 보고하라고 시·도 교육청에 지시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설은 미국산 쇠고기 위생검역조건에 의거해 “통보 해태 조처에 강력하게 항의해도 시원찮은데, 스스로 면죄부를 주니 미국이 무시하는 것도 당연”하다며 “정부는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 홍보담당자 같은 행태를 중단하고 즉각 해당 작업장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도 2면 <미 쇠고기 또 O157 대량 리콜>에서 ‘O157 대장균 감염’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포함된 쇠고기가 미국에서 유통된 것에 대해 “미국의 검역체계의 허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며 비프사가 지난 6년간 연방 쇠고기 감시당국에 의해 수차례 위생규정 위반으로 고발 또는 폐쇄조치된 전력이 있음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유력자들의 배후 로비설을 제기한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겨레와 경향은 앞서 9일에도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하고 있는 미국의 행태를 지적했다.
한겨레는 2면 <‘대장균 쇠고기’ 해명 요구 미국 한달 째 ‘오만한 침묵’>에서 “미국 쪽은 공문을 보낸 지 한 달이 넘은 8일까지도 어떠한 회신이나 통보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런 미국 정부의 태도는 수입 위생조건 7조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16면 <리콜조치 미, 버티기로 일관>에서 “미국 측은 20일 넘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하며 “우리 정부는 리콜조치가 취해진 뒤 보름이 지나서야 미국 측에 해명을 요구한데다 늑장 해명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11일 <미국서 잇단 쇠고기 리콜>에 이어 사설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보장 강화해야>에서 “광우병 위험이 없다 해도 자칫 치명적인 식중독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면 수입이 중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수입 중단과 함께 향후 수입 쇠고기가 해당 병원균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입된 쇠고기에서 O-157이 발견될 경우 반송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들어온 다음에 반송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감염 가능성이 있는 쇠고기는 아예 수입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도 미국 측의 답변만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확인하고 보장받아야 한다”며 “선제적인 식품 안전성 확보가 진정함 검역주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선·동아일보는 정부의 해명을 비중있게 싣거나 리콜을 일으킨 회사를 감쌌다.
조선일보는 11일 <미 쇠고기 O-157 식중독 ‘대규모 리콜’>에서 네브래스카 비프사는 “현재 미국 내 한국 수출 승인작업장 30곳 가운데 하나”이며 “한국 수출 작업장 조치에 대한 통보 의무를 어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한국 정부의 공문에 회신을 보내지 않고 있는데 대해서도 “통상 리콜 조사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에 회신을 보내올 것으로 보인다”, “수입위생조건 7조에 통보시한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회신이 없다고 해서 미국 측이 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농식품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미, O-157 감염 우려 쇠고기 추가 리콜>에서 미국에서의 쇠고기 리콜이 “국내에는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주장이 적지 않다”며 “일부 국내 언론과 야당은 이번에 진행 중인 리콜이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 상황을 쇠고기 안전에 특별히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한국 수출작업장 가운데 ‘O157’ 감염 우려가 있는 쇠고기가 생산됨으로써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해당 작업장의 쇠고기 수입을 즉시 중단하고 특정위험물질이 섞여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기는커녕 미국 정부의 입만 바라보았다. 또 전국의 시·도교육청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그 실적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등 미국 쇠고기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조선·동아일보 역시 정부의 해명을 그대로 전달하는가 하면 리콜사태를 일으킨 해당 업체를 두둔하는 등 미 쇠고기의 위험성을 축소하려 했다. 이러니 ‘미국 축산업 신문’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