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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강행 방침에 분노한 시민들의 규탄시위 관련 조중동 보도에 대한 논평
등록 2013.09.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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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에서 민주주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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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6일) 오전 9시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을 관보에 게재했다. ‘눈가리고 아웅’식의 추가협상으로 50여일 동안 ‘재협상’을 외치던 국민들의 요구를 끝내 외면한 것이다. 정부는 ‘당장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되지 않는다’고 큰소리치지만 이는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는 한시적인 ‘경과 조치’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추가협상에서 일시적 조치로도 광우병위험물질(SRM)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고, 검역주권도 확보하지 못했다. 고시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이다가 느닷없이 말을 바꿔 고시 게재를 강행한 것도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25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게재 방침이 알려지자 분노한 시민들이 오후부터 청와대 근처 경복궁 역에 모여들었다. 경찰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강제연행 했고 이 과정에서 인도에 있는 시민들은 물론, 초등학생, 현역 국회의원까지 연행했다.

저녁이 되면서 고시강행과 강제연행에 분노한 2만 여명의 시민이 세종로 일대에 모여들었고 26일 새벽까지 규탄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물대포와 방패를 이용해 이들을 진압했다. 이 와중에 한 시민이 전경에게 손가락을 물려 손가락이 절단되는 끔찍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26일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알맹이 없는 ‘추가협상’과 고시 강행에 분노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시위의 ‘과격성’ 만을 집중 부각했다. 국회의원과 초등학생까지 무차별 연행하고, 강경 진압으로 수많은 부상자를 낳았던 경찰의 태도는 지적하지 않았다.
압권은 역시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릿기사로 <광화문, 법은 죽었다>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를 싣고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천명한 지 하루 만인 25일 밤, 서울 도심의 세종로·태평로·신문로는 또다시 촛불 시위대의 불법·폭력 시위로 완전히 점거됐다”며 ‘엄정하지 못한 법 집행’을 안타까워 했다.

조선일보는 “경찰은 처음부터 이들의 불법적 차도 점거를 막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다”며 어청수 경찰청장의 불법시위 엄정 대응 방침이 “하루 만에 생색내기용으로 끝난 셈”이라며 경찰을 질타하는 모양새까지 갖췄다. 기사와 함께 “경찰 살수차 위에 올라간 촛불 시위대가 물대포 분사구를 손으로 막으며 맞서고 있다”며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한 사진을 싣기도 했다.

이어 10면 <탈취한 경찰봉으로 경찰차 부숴>에서도 “경찰은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기 시작할 때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했다”고 강경대응을 부추기며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발길질을 하는 사진을 함께 실었다.
경찰의 무차별 연행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인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경찰서에 붙잡혔으나 곧 석방됐다”, “초등학생 1명도 전경버스에 태워졌다가 풀려났다”고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반면 같은 면 <시위대, 본사 기자 1시간 억류·폭행>에서는 자사 기사가 시위대로부터 ‘신분확인 요구와 위협’을 받았다며 ‘억류’, ‘폭행’ 등의 표현을 쓰면서 자세히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면 <6·25 58주년 태극기는 하나인데 갈라진 함성>에서 “‘또다시 좌우가 갈렸다’”며 고시 강행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를 ‘이념적 집회’로 몰고갔다. 또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 폭력시위 엄단 방침을 밝힌지 하루 만인 이날 세종로 사거리에서 차도를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며 연좌시위를 벌였다”, “차도를 점거하고 불법 거리행진을 했다”며 시위의 ‘불법성’만을 강조했다.

6면 <길 막고…돌 던지고…걷어차고…한밤 격렬 시위>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불법시위 엄단 지시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시위대는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밤부터는 곳곳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전경에게 볼을 던지고 방패를 걷어차는가 하면 인근에서 끌어온 호스로 물을 뿌리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고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했다.

중앙일보도 1면 <도로 점거 120여 명 연행>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폭력시위에 대해 엄격 대처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시위대가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며 폭력시위”를 벌였다며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을 전했다. 10면 <복면 시위대 벽돌 던지고 경찰은 물대포 쏘고>에서도 “정부와 시위대가 정면충돌”했다며 시민들이 전경버스를 끌어당기는 사진을 함께 실었다.

조중동은 이명박 정부가 검찰을 동원해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을 수사하고, 촛불집회 인원이 주춤했던 것에 고무된 모양이다. 그러나 정부의 기만적인 ‘추가협상’과 고시강행은 다시 거대한 국민적 저항을 초래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조중동도 오판했다.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의 가장 결정적 오판은 ‘국민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조중동의 지면에서 죽여버린 민주주의를 시민들이 거리에서 되살리고 있다.<끝>
 


2008년 6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