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중앙일보 4월 30일자 ‘분수대’ 칼럼에 대한 민언련·토지정의시민연대 ‘부동산보도모니터팀’ 논평(2008.5.2)
‘부동산 투기 예찬론’으로 정부 두둔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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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지난 4월 30일자 신문 ‘분수대’란에 조현욱 논설위원이 쓴 ‘부자’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중앙일보는 이 칼럼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 수석들의 부동산 투기 및 부동산 불법-위법 취득에 대해 그들이 한 것은 부동산 ‘투기’가 아닌 ‘투자’이며 단지 과태료가 부과되는 ‘행정처분의 대상’일 뿐이지 ‘범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 ‘부동산보도모니터팀’은 중앙일보의 이러한 칼럼에 담긴 위험성과 잘못된 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칼럼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서구의 고대사회는 부자를 좋은 눈으로 보지 않았던 것 같다고 운을 떼었다. 그러면서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쓴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언급하며 근대에 들어서는 이러한 인식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근대 자본주의는 기독교의 청교도 정신을 바탕으로 발전했고, 청교도의 소명의식은 근면함과 이를 통해 얻은 이윤을 절약하는 금욕적 윤리를 내포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천했기 때문에 자본이 빠르게 축적될 수도 있었고, 근대 자본주의는 도덕과 무관한 개인적 이윤 추구에 기초하는 것이 아닌 종교적 의무로서의 직업에 대한 엄격한 책임에 기초를 두었다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막스 베버의 논문은 부를 축적하는 자본가에 대한 윤리적 축복이 되었고, 서구에서 부자 일반에 대한 존경 의식이 높아지는 기반이 됐다고 칼럼은 설명한다.
근로소득과 불로소득의 본질을 흐리는 중앙일보
중앙일보의 칼럼과는 달리 성경에서도 단지 어떤 사람이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좋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그 사람이 정당하게 자신이 노동하여 번 돈이라면 그러한 재산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당하지 않게 번 돈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성경은 이런 ‘불의한 돈’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또한 막스 베버의 말대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직업을 통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그렇게 해서 형성된 자본은 나쁜 것이 아니다. 막스 베버는 땀 흘려 노동해서 만들어낸 부를 인정한 것이지 부동산 투기를 통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앉아서 일확천금(一攫千金)을 얻는 소위 ‘부동산 재테크’가 정당하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칼럼은 교묘하게 막스 베버의 논문을 인용하며 단지 부자라고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 막스 베버는 자신의 노동을 통해 부를 축적한 자본가를 말한 것이지 단지 땅을 소유하면서 자신은 전혀 기여한 것도 없는데 사회공동체가 창출한 지대를 누리는 지주와 땅 투기꾼들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칼럼은 “한국의 부자는 여전히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며 “원래 투기 자체는 범죄가 아니다”라며 또 다시 본질을 흐리고 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자신이 땀 흘려 일해 누군가 부자가 되었다면 누가 그런 사람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문제는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그러한 부자가 여전히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칼럼이 인용한 성경과 막스 베버의 기준으로 본다고 해도 일하지 않고 땅 투기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도 정당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경제이론에 의하면 투기는 급격한 가격의 변화를 막아 시장을 안정시켜 주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한다”며 여전히 본질을 흐리고 있다. 물론 경제학적으로는 칼럼의 말대로 급격한 가격의 변화를 막아 시장을 안정시켜 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투기도 존재한다.
땅 투기는 시장을 안정시켜주는 좋은 투기?
투기에는 두 종류, 시장 안정형 투기와 시장 교란형 투기가 있다. 수확기에 농산물을 샀다가 봄철에 출하하는 농산물 투기처럼 공급과 수요의 괴리를 줄여주는 투기는 시장 안정형이다. 전망이 좋다 싶으면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줄어들어 수요와 공급의 괴리를 증폭시키는 땅 투기는 시장 교란형 투기에 해당된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청와대 수석들의 땅 투기는 바로 시장경제를 교란시키고 빈부격차를 악화시키는 잘못된 투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런 구분을 하지 않고 모든 투기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여기에 더해 칼럼은 “게다가 투기란 돈을 잃을 위험은 크지만 성공했을 경우 이익도 큰 단기투자를 의미한다”며 “이에 따르면 문제가 된 부동산들은 투기가 아니다. 보유한 지 오랜 것이어서 ‘단기 차익’이라는 정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투자라고 해야 이치에 맞는다. 하지만 국민들은 재산증식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면 모두 투기로 본다”며 오히려 국민들을 나무라고 있다.
투기건 투자건 용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칼럼이 인용한 성경과 막스 베버가 말한 진정한 자본주의의 윤리와는 달리 아무런 생산적 노력과 기여 없이 땅 투기를 통해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투기 대상이 다름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해 하늘이 내려준 소중한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발뺌을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 국민들에게 거짓말까지 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그들이 한 것은 투기가 아니고 투자라는 말장난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한 중앙일보는 “농지를 구매할 자격을 얻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은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또한 과태료 부과라는 행정처분의 대상이지 범죄는 아니다.”라며 문제가 된 청와대 수석들을 두둔하고 있다. 범죄만 아니면 부동산 투기나 불법-위법을 해도 괜찮다는 뜻인가? 범죄의 정의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만이 아니다. 도로교통법과 같은 행정법규에 위반하는 행위도 그에 대하여 형벌이 규정되어 있으면 모두 범죄가 된다. 청와대 수석들이 땅 투기를 하기 위해 벌인 위장전입에 해당하는 주민등록법 제37조는 이렇게 되어 있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제10조제2항을 위반한 자나 주민등록 또는 주민등록증에 관하여 거짓의 사실을 신고 또는 신청한 자
중앙일보는 ‘MB정부 나팔수’인가 아니면 ‘강부자’인가?
칼럼은 또한 “그런데도 일단 위법인 위장전입은 물론이고, 공직자가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부동산 투기는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싸늘한 시선의 핵심은 ‘부자 집단’에 대한 사회 일반의 집단적·정서적 거부감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한다. 현재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을 단지 잘 사는 사람, 성공한 사람에 대한 시기심과 부러움의 발로라고 보는 것은 악의적이다.
이는 막연한 정서적 거부감이 아니라 땅을 통해 손쉽게 불로소득을 차지하는 데 대한 정당한 거부감이다. 중앙일보가 막스 베버를 인용한 것으로 볼 때 청부(淸富)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닐 텐데 왜 이런 억지 합리화를 하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중앙일보는 혹시 이명박 정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러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들도 땅 투기로 많은 부를 축적한 소위 ‘강부자’들이기 때문인가?
<끝>
2008년 5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토지정의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