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정부의 7% 경제성장 포기 및 추경편성 혼선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2008.5.1)
보수신문, ‘갈팡질팡 경제정책’ 왜 모른 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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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를 운영하는 정부의 정책이 혼선을 거듭하며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28일 기획재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재로 재계 대표들이 참석한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회의’에서 “2분기 이후 내수를 중심으로 추가적으로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주요 연구기관들이 올해 성장률을 4% 초중반으로 하향조정하는 등 경제성장률 6% 달성이 어려운 상태”라고 보고했다. 기획재정부는 또 27일, 28일 이틀 동안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 “성장률 목표를 임기 마지막 해에 7%를 달성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이른바 ‘7·4·7 공약’(연평균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세계7위 경제국가 도약)을 정부가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이로써 ‘경제를 살리겠다’며 국민들에게 제시한 온갖 장밋빛 전망이 허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7% 경제성장이 실현 불가능함을 깨달은 것은 다행이지만, 사실 ‘7·4·7 공약’은 대선 당시부터 문제가 됐던 것이다. 경제학자들도 ‘7·4·7 공약’이 ‘허황된 공약’, ‘주먹구구식 공약’이라며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선거 기간 동안 언론들은 꼼꼼한 정책검증에 나서지 않았고 국민들은 헛된 공약에 무방비 상태로 현혹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언론들은 왜 ‘7·4·7 공약’의 실현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이명박 정부가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세운 데 대해 비판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보수신문들은 이 정부가 대선 당시 핵심 공약 중 하나를 사실상 폐기했음에도 아무런 문제 지적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는 ‘7·4·7 공약’을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경기부양’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 지난해 걷힌 추가경정 예산을 쓰는 방안을 임시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해 추경 편성을 통한 경기부양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자 한나라당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당정 갈등’으로 비화됐고, 27일 이 대통령은 “있는 예산을 효과적으로 잘 써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정리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서 ‘대통령의 말이 추경 편성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라고 재차 의지를 보이더니, 급기야 29일에는 청와대가 나서 ‘여건이 되면 18대 국회에서 추경 편성을 할 수 있다’고 순식간에 대통령의 말을 뒤집고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6% 경제성장도 어렵다’는 발표가 추경예산 편성을 추진하기 위한 ‘군불때기’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경제 운용 방침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보수신문들은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하고 심지어 앞장 서 ‘경기부양책 마련’을 주문하는 듯한 보도태도를 보이는 경우마저 있다. ‘기업 투자가 늘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로 경기침체를 틈타 ‘규제완화’를 압박하려는 얄팍한 속셈을 내비치기도 한다.
‘정부의 규제완화와 기업의 투자’ 부각하는 중앙일보
민관 합동회의가 개최되고, 재정전략회의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발표가 나온 다음날인 29일 중앙일보는 1면에 <MB “규제관련법 연내 정비” 30대그룹 “올해96조원투자”>를 싣고, 6면 하단에 <“경기 하강국면에 진입” 정부 처음 인정>이라는 단신 기사를 실었다.
1면 기사는 이 대통령이 규제완화를 약속하며 “불경기 때니까 기왕에 할 투자라면 좀 당겨서 해주기 바란다”고 기업에게 투자를 당부한 발언을 소개하고, “재계는 이런 정부 정책에 맞춰 올해 투자와 고용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6면 머리기사 <MB “여러분 애로 덜게 철저한 도우미 역할”>에서도 “자유토론 시간에 재계 대표들은 다양한 건의를 이 대통령에게 쏟아냈다”며 ‘주요 발언록’으로까지 상세히 다뤘다. 반면 ‘7% 경제성장률 포기’에 대해서는 그저 “경기가 내리막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짧게 다루는 데 그쳤다.
특히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기업이 투자 늘려야 경제가 산다>에서 ‘민관 합동회의’에 대해 “단순히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경제 상황을 어떻게든 되돌려 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절박한 심정에서 만들어진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지금으로선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성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일자리를 늘리지 않고는 경기침체를 벗어날 길이 없다”며 투자를 당부한 중앙일보의 주장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해 그 어떤 지적도 하지 않은 채 정부가 기업들의 규제완화 요구를 들어주는 것을 ‘정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으로만 다루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중앙일보는 ‘추경 편성 재추진’에 대해 30일 아무런 보도도 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정부가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며 <뭐가 급해서 추경편성에 안달인가>라는 사설까지 써놓고, 정작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꿔가며 추경 편성 추진 의사를 밝히자 별다른 보도가 없었다.
‘7·4·7’ 포기, 적극 ‘해명’하고 나선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29일 1면 기사 제목을 <“경기 하강국면… 7%성장 임기말 달성”>이라고 달았다. 대선 공약이었던 7% 경제성장을 정부가 사실상 포기했음에도 “정부가 28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7% 성장의 목표 달성 시점을 임기 마지막 해로 미뤘다고 밝혔다”며 정부를 감싼 것이다. 동아일보는 심지어 정부를 감싸기 위해 “앞으로 4년 내에 7% 성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한 것으로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경제공약인 ‘임기 중 연간 7% 성장’의 달성 시점을 5년 뒤로 미룬 셈”이라고 말장난이나 다른 없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비해 ‘민관 합동회의’에서 나온 ‘규제완화’, ‘기업투자’ 등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 “불경기니 기왕 할 투자 당겨달라”>에서 “이 대통령, ‘기업 관련 규제는 올해 말까지 바꾸겠다’”, “기업 총수들 ‘반기업 정서 여전히 강해’”, “이수빈 회장 ‘반기업 정서 해소되면 투자 늘 것’” 등을 작은 제목으로까지 뽑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5면 ‘긴급진단-한국경제 심상찮다’는 기획보도에서도 ‘7·4·7’을 포기한 정부를 어떻게든 감싸려고 애썼다. 첫 기획의 제목을 <“이러다간 3% 성장도 어려워” 정부가 직접 경고음>으로 달아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짚었지만, 이 기사에서조차 “민간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정부 인식이 맞다’” 등을 소제목으로 부각해 정부를 편들었다. 이 기사는 “민간서도 ‘하강국면… 경기부양책 빨리 나와야 위기 탈출’”이라는 소제목을 붙이기도 했는데, 정작 관련 내용은 “일단 경기전망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국민에게 가감없이 알려 경기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을 낮추는 동시에 경기부양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나서려는 것 같다”고 전문가가 정부 정책을 전망한 내용에 불과했다. 민간 전문가가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게 아님에도 제목에서 교묘하게 왜곡한 것이다.
한편 동아일보는 정부의 ‘추경 편성 재추진’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비판하기는커녕 정부 입장을 ‘해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30일 <추경 편성 6월 국회서 추진>에서 “정부가 추경예산 편성을 포기한 것처럼 일반에 알려졌지만 정부는 ‘추경 카드’를 버린 적이 없다는 뜻”이라며 ‘추경은 경기부양이 아니라 경기정상화’라는 등의 논리로 추경 편성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정부 측 인사들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같은 날 이두원 연세대 교수의 칼럼 <경제정책, 시장의 힘 믿고 멀리 보라>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약속한 성장률을 시급히 달성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있었을 것”이라며 “법을 개정해서라도 세계잉여금을 추경예산으로 편성해 경기부양을 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 것”이라는 지적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칼럼 역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운용의 일관성 없음을 지적하지 않았고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시장경제에 대한 가치관’ 등을 언급하면서 기획재정부만을 문제 삼는데 그쳤다. 특히 이 교수는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정부 주도의 단기적인 성장책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며 “그런 점이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철학과 일맥상통하며, 동시에 세계경제의 흐름과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용비어천가를 부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29일 4면 <성장률 목표 5% 수준으로>에서 “정부의 올해 경제 전망이 불과 넉달 사이에 낙관과 비관을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정부의 혼선은 기업, 개인 등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경제 현실을 오판하게 만드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고 보도해 중앙·동아일보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정치논리 개입되면서 뒤죽박죽”, “갑작스런 비관론은 추경용?”이라는 작은 제목도 달아 정부의 ‘혼선’과 기획재정부가 18대 국회에서 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내용을 꼬집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1면에서 <“기업규제 법 연말까지 바꾸겠다”>를 실어 ‘규제완화’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와 기업들에 대한 투자 촉구를 부각했고, 5면 <총수들 “반기업 정서 너무 강해 FTA 빨리” 요구 쏟아내>에서도 “기업인들은 이 대통령과 정부에 각종 규제완화와 기업 지원을 적극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이를 긍정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주요 대화 요지’를 비중 있게 다뤘다.
한겨레와 경향, ‘오락가락 정부’ 비판
반면 한겨레는 1면에서부터 <정부 올 경제 목표치 줄줄이 후퇴>를 실어 정부의 경제성장률 후퇴에 대해 “이는 지난 3월 1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주요 거시경제 지표 전망치를 한달 보름여 만에 큰 폭으로 수정한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임기 중 연평균 7%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한 것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 <‘장밋빛 7·4·7정책’ 출범 두달만에 궤도 이탈>에서도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7·4·7 정책’을 흔적만 남기고 사실상 포기했다”며 “정부가 성장잠재력 확충으로 임기 말 7%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또 같은 면 <대통령 한마디에 ‘오락가락’ 중심 못잡는 강만수 경제팀>에서 ‘강만수 경제팀’의 지난 두 달에 대해 “심하게 말하면 혼선과 엇박자의 연속이었다”며 “지금 정부가 성장과 안정 중 어디에 중심을 두고 경제정책을 펴는지 국민은 헷갈릴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이 같은 경제팀의 혼선을 “경제팀 탓만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물가 관리나 추경 편성 등에서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올 때마다 경제팀은 그에 맞춰 움직였고, 방향 선회 역시 이 대통령의 말에서 자주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두원 교수가 동아일보에서 ‘헷갈리는 경제 정책’의 탓을 기획재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감싼 것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지적이었다.
한겨레는 특히 사설 <우왕좌왕 경제정책, 언제 제자리 찾으려나>에서 “‘7·4·7 정책’은 선거운동 과정에선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목표였다”며 “새 정부가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포기한 것은 국가 경제를 위해 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추경 편성 논란의 전말을 보면, 새 정부의 태도가 영 미덥지 않다”며 “일관된 원칙과 철학이 없는 경제정책은 경제 자체를 망가뜨릴 뿐 아니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다”고 정부의 경제정책 혼선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추경 편성 재추진’과 관련해 30일 “정부의 태도는 꼼수”라고 지적한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1면 <재정부 “6월국회서 추경편성 다시 추진”>과 5면 <“임시국회서 않겠다” 이틀만에 “18대 국회서 검토”>에서 “추경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여당 사이 정책혼선이 재연되고 있다”,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문제가 혼란스럽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날도 사설 <추경 카드 접고 경제체질 강화해야>를 실어 “재정부가 추경을 경기부양의 즉효약으로 여기고 무리수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단기적인 성장 목표에 집착해 오기를 부리는 정부도 문제지만, 청와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 사설에서 “추경으로 성장률을 0.2%포인트 높여봐야 이는 경제가 살아나는 것 같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며 “청와대부터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쪽으로 분명하게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정부의 경제성장률 후퇴에 대해 29일 1면 <경기하강 첫 인정 “6% 성장도 어렵다”>에서 다룬데 이어 5면 <불도저도 못깨는 현실… MB노믹스 어디로 가나>에서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 ‘MB노믹스’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애초부터 실현성 없는 정부정책’ 등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결국 이 대통령이 성장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기업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 요청 정도뿐”이라고 ‘민관 합동회의’ 내용을 거론하면서 “그러나 세계 경기가 위축되는 마당에 기업들이 투자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또 30일 사설 <신뢰감 주지 못하는 강만수 경제팀>에서는 “뒤늦게나마 경제 운용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강만수 경제팀이 단기적인 성장률 제고를 위해 무리수를 쓸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며 “공약을 의식해 성장에 대한 과욕을 버리지 않으니 경제팀의 신뢰는 떨어지고 혼란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지난해 말 이후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은 ‘7·4·7 공약’의 무모함과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경제 운용 목표를 하향조정하고 안정기조를 다져나갈 것을 꾸준히 주문했다”며, 그럼에도 강 장관이 “‘매년 7% 성장’ ‘5년 임기 중 평균 7%’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 ‘올해는 6%, 임기 중 평균 7%’ ‘6%는 꿈과 희망’하는 식으로 조금씩 말을 바꿔가면 성장률에 대한 집착, 즉 과욕을 버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30일 <재정부 “재추진”…당정 점입가경>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둘러싼 당·정 간 혼선이 이명박 대통령의 중재 이후 정리되기는커녕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며 기획재정부의 ‘재추진’ 발언과 이한구 의장의 반발, 그리고 이한구 의장에 대한 한나라당 내의 또 다른 반발 등 당정 안의 혼선이 가중되는 모습을 보도했다.
추경예산 편성을 놓고 이명박 정부가 보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갈팡질팡 혼선의 극치다. ‘18대 국회에서 재추진’ 발언이 나온 뒤, 30일에는 이석연 법제처장이 “국가재정법상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을 제한한 조항은 위헌”이라며 추경편성을 위한 ‘길닦이’에 나섰다. 같은 날 강만수 장관도 “초과 징수된 세계 잉여금을 민간 부문으로 환원할 것”이라며 추경 편성 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자 한나라당 이한구 의장이 “내가 빠지면 추경안이 통과될 줄 알았나, 정부가 당을 우습게 본다”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의장은 이석연 법제처장의 위헌 주장에 대해서도 “현행 국가재정법은 정부의 추경편성 권한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무분별한 경기 부양 등을 막기 위해 편성 요건을 제한한 것인데 이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왜 갑자기 이 처장이 ‘위헌’ 주장을 지금 이때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당도 반대하는 위험한 경기부양을 밀어붙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태도에 국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정부를 견제해야 할 언론들이 정부를 감싸려고 하고 대기업과 부자들만을 위한 규제완화와 감세에만 관심을 쏟고 있으니 더욱 큰일이다. 보수신문들이 국민의 우려와 불안은 외면한 채 계속 오락가락하면서 결국 잘못된 방향을 고집하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방조한다면 그 결과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끝>
2008년 5월 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