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관련 주요 신문 보도에 대한 논평(2008.4.25)
등록 2013.09.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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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자 정부’에만 너그러운 보수신문의 도덕성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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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1급 이상 고위공직자 103명의 재산이 공개됐다. 이들의 평균재산은 22억 8천만원이었고, 이 대통령은 354억원이 넘어 가장 재산이 많았다. 또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 등 청와대 고위공직자 10명은 모두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였으며,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부자 내각’에 이어 ‘강부자 정부’, ‘강부자 청와대’라는 지적을 받을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이들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많다는 사실이 아니다. 부자 공직자들이 서민을 위한 정책에 둔감하고 재벌·부자들을 위한 정책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재산 형성과정 자체에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미 일부 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 농지법 위반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은 영종도 개발지의 농지를 구입했으나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역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일고 있다. 또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은 위장전입 투기 의혹을 받고 있으며, 김병국 외교안보수석과 그 자녀들이 어릴 때 부동산을 편법 증여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참여정부 5년을 거치면서 많은 공직자들이 재산 형성 과정의 문제 등으로 낙마했다. 이 과정에서 수구보수 언론들은 의혹을 집중 취재하고,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이들 언론의 의도가 설령 ‘참여정부 흔들기’였다 해도 공직자들의 도덕성 기준을 높였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조각 과정에서 언론이 과거 공직자들에게 요구했던 엄격한 도덕성 기준은 적용되지 않았다. 이번에 재산이 공개된 고위공직자들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마저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공직 사회에 몸담고 있거나 뜻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도덕성’을 요구할 명분이 없어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 비서관회의에서 “지난 두 달 동안 청와대는 ‘부자들이 모여 있나 보다’라는 인상은 줬지만, ‘야 정말 기민하게, 국민들의 바라는 핵심을 파악해서 딱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굳히지 못했다”고 공직자들을 질타했다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이 많은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사실’이며, 대통령 자신이 누구보다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질타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서민의 삶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유층 인사만으로 고위공직자의 절대 다수를 채운 것, 엄격한 검증 없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등용한 것, 의혹을 받고 있는 공직자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를 놓고 ‘국민이 바라는 핵심’은 재산 형성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철저하게 밝히고 문제가 드러나는 인사는 물러나게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도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의혹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도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수구보수신문들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의혹에 대해 과거와 달라진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며 수박 겉핥기식의 원론적인 지적에 머물고 있다.

중앙·동아일보, ‘재산 형성 의혹’에 소극적
중앙일보는 보도 자체가 적었을 뿐 아니라 의혹검증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공개된 재산 내역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히 다뤘지만 의혹에 대한 검증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박미석 수석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비중 있게 보도하는 등 중앙·동아일보 보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25일 중앙일보는 1면 <박미석 수석 영종도 땅 투기 의혹>과 4면 <영종도 논, 토지거래허가구역 묶이기 5개월 전 매입> 등에서 주로 박미석 수석의 땅투기 의혹을 다뤘고, 이동관 대변인과 곽승준 수석에 대해서는 의혹과 해명을 같은 비중으로 짧게 싣는 데 그쳤다. 재산공개 내용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장·차관급 평균 35억, 국무위원 평균 31억>과 <이명박 대통령 354억원 신고>에서 간단하게 다뤘다.
다른 신문들이 박미석 수석 의혹을 1면에서 다룬 데 비해 동아일보는 1면에서 재산공개 내용만 간단히 다루고 박 수석에 대한 의혹은 5면에서 다뤘다.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 빌딩 3채-골프회원권 2개 소유>, <유인촌 문화 140억…장관 평균의 4배>, <청 비서진 10명 모두 10억 넘어>, <4명 중 1명 직계가족 재산공개 거부>, <경제장관 대부분 ‘버블 세븐’에 거주/강만수 재정 31억 중 25억이 부동산>, <김 법무, 골프회원권 등 6개> 등에서 재산 공개 내용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보도했지만, 재산 형성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특히 박미석 수석의 의혹과 관련해 다른 신문들의 경우 박 수석이 재산공개 전 청와대에 제출했다는 ‘자경(自耕)확인서’의 진위를 추적하는 등 농지법 위반 여부를 취재한 데 비해 동아일보는 “대리경작은 아니다”라는 주민인터뷰를 집중 부각하는 등 의혹 규명 노력이 없었다. 또 김상기 전 동아일보 회장의 아들인 김병국 수석에 대한 의혹과,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인 이동관 대변인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그들의 해명을 중심으로 짧게 다루는 데 그쳤다.
사설 <이 대통령 ‘부자의 성에 갇힐까’ 두려워해야>는 “재산형성 과정에서의 불법이나 부도덕성이 드러났다면 모를까 재산의 다과만을 놓고 인민재판식의 여론몰이를 해서는 안된다”며 “그런 식으로 ‘계급적 증오’를 키워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그저 “‘부자(富者)의 성(城)’을 쌓기 시작하면 대통령의 눈도 점점 흐려질 우려가 있다”며 “‘부자의 성’을 벗어나야 낮은 곳의 문제와 해법이 더 잘 보일 것”이라는 선문답 같은 주문을 내놓는 데 그쳤다.

‘박미석 의혹’ 상세 보도한 조선일보, 애매한 주장 펴기도
한편 조선일보는 1면 <박미석 수석 남편 ‘농지 투기’ 의혹>과 3면 <박 수석 남편 땅 매입 4개월 뒤 ‘영종 하늘도시’ 개발 계획 발표>에서 박 수석 남편의 투기 의혹에 대해 “구입 과정 뿐 아니라 구입 시점, 보유 방식 모두 의혹 투성”이라며 그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고, 농지법 위반 사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곽승준 수석, 김병국 수석, 이동관 대변인의 의혹은 간단하게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1면 <청와대 고위직 35억, 장관 33억>에서부터 <청와대 장·차관급 예금 평균 8억 7900만원>, <장관들 평균재산 노정부 때의 3배/경제관료들도 부동산 선호…재산 80%가 부동산>, <골프회원권 450만원~9억원 신고>에서 공개된 재산 내역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사설 <다시 확인된 청와대 무신경>에서도 “새 정부엔 돈이 많은 사람은 어디에나 넘쳐 나고 없는 사람은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있다”며 “이렇게 균형을 잃고 쏠린 인사를 보고 민심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까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독선 아니면 무신경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공직자의) 재산 축적 과정이 정당했고, 그 과정에서 납세의 의무를 진짜 정확히 이행했는지 따져보고 싶은 심정적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며 “이 정서는 바뀌어야겠지만 그 전까지는 정부가 인사를 통해 쓸데없이 ‘사회적 증오를 증폭시키거나 부적절한 논란을 확산시킬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교묘한 주장을 폈다. 이 주장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공직자의 재산 형성과정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은 ‘바뀌어야 할 정서’인데, 다만 ‘부자’에 대한 이런 정서가 바뀌기 전까지는 정부가 조심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한겨레·경향 “의혹 철저 규명” 촉구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일부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의혹을 적극적으로 파헤쳤다.
한겨레는 1면 <박미석 수석 ‘자경확인서’ 조작 제출>에서부터 “재산공개를 나흘 앞두고 ‘투기 목적 농지 매입’ 의혹을 피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의 거짓 ‘자경사실확인서’를 작성하게 해 청와대에 낸 것으로 24일 드러났다”며 박미석 수석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어 3면 <‘토지거래 허가지역’ 묶이기 직전 농지 사들여>에서도 ‘박미석 영종도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자세하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또 <곽승준, 대학생 때 판교인근 땅 1만여㎡ 매입>, <이봉화 복지부차관 안성땅 위장전입 의혹>, <김병국 외교수석 82억원 ‘3위’>, <이동관 춘천에 절대농지 농식품부 “농지법 위반”>을 통해 일부 인사들에게 제기되는 재산 형성과정의 의혹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이밖에 <청와대 비서실도 ‘집부자’…10명 모두 종부세 대상>, <‘강부자 내각’이어 ‘강부자 청와대’>, <경제부처 20명 중 17명 ‘강남권에 부동산’>, <골프장회원권 1개쯤은 필수?>, <남편은 그림 부인은 ‘다이아’>, <본인은 국산차…가족은 외제차>, <4명 중 1명 꼴 부모?자녀재산 “고지 거부”> 등에서 ‘부자 내각’, ‘부자 청와대’에 대한 비판여론을 담았다.
사설 <‘부동산 부자 정부’가 서민 아픔 알 수 있나>에서는 “청와대 고위 공직자 10명 모두 전체 가구의 2%만 내는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란 사실은 이명박 정부의 인적 구성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징표”라며 “재산을 공개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 가운데 상당수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점도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1면 <곽승준 위장전입 투기 의혹/ 박미석은 농지법 위반 논란>에 이어 <곽승준 의혹/대학 때 성남 전입→농지 구입→3달뒤 서울로>, <김병국 의혹/11살 때 임야 대규모 구입 부친·동생과 공동명의로>, <박미석 의혹/남편, 농지 계약 한달만에 “영종도 개발”> 등 청와대 고위직들의 재산의혹을 보도했다.
<대통령실 10명 전원 ‘버블 세븐’>, <‘부자 청와대’ 인사들 역시 부동산이 비법>,<강남에만 90채 ‘재테크 귀재’들>, <골프장 내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공위 공직자들은 모두 10억원대 이상의 자산가”이고 “재산형성 과정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부동산”이라며 이들의 재산 내역을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강부자’ 내각 위의 ‘강부자’ 청와대>에서 박 사회수석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이미 임명 당시에도 논문 표절 의혹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거취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곽 국정수석과 김 외교수석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이동관 대변인이 “재산이 많다고 무조건 공격해서는 안 된다”며 “고위공직 재산공개로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고 말한 데 대해, “재산 형성 과정에 흠결 혹은 의혹이 있다거나 불법·위법 사실이 있었다면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자 책무”라고 반박했다.

중앙·동아, ‘이헌재·최영도’에 들이댔던 잣대 어디 갔나?
이번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와 관련해 특히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보인 모습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참으로 이중적이다.
2005년 2월 25일 참여정부 시절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후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땅을 살 때 주민등록을 불법으로 옮겼다는 의혹이었다. 의혹이 제기되자 중앙일보는 3월 1일 사설 <위장전입, 이헌재 부총리가 직접 밝혀라>에서 “공직자 재산등록실태 공개과정에서 불거진 이헌재 부총리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수장으로서 도덕성과 신뢰도에 큰 흠집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일반 국민이 느끼는 좌절감과 열패감이 너무 크다”며 “불법적인 방법, 특히 부동산 투기의 전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면 어떤 해명도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이 부총리를 강하게 질타했다.
동아일보 또한 2월 28일 사설 <‘투기와의 전쟁’ 영이 서겠나>에서 “문제의 부동산을 구입할 당시 공직자 신분이 아니었다고 해도 변변한 집 한 채, 땅 한 평 없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헤아려야 한다”며 “공직자라면 적어도 불법 편법 의혹을 부를 부동산 거래에는 손대지 않아야 옳다”고 이 부총리를 비판했다. 결국 이헌재 부총리는 3월 7일 사퇴했다.
이헌재 부총리가 사퇴한 직후 3월 17일에는 ‘신동아’ 4월호가 당시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의 부인과 아들이 위장전입으로 농지를 매입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틀 뒤인 19일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신동아의 보도내용을 상세히 보도했고, 중앙일보는 21일 사설 <인사검증,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에서 이헌재 부총리와 최 위원장을 두고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라며 “도덕적 흠집을 갖고서 약자의 인권보호나 공직자의 청렴을 강조해 봐야 설득력이 없다. 그런 점에서 최 위원장이 당초의 뜻을 바꿔 물러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 의혹에 대해 칼날같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댄 것이다.
그랬던 중앙·동아일보가 이명박 정부에 와서는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아예 관심을 두지 않거나 해명에만 비중을 두는 모습은 참으로 어색하기 이를 데 없다.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강부자 내각’, ‘고소영 내각’으로 출범부터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겼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급락했다. 이명박 정부는 물론 보수신문들도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제기되는 의혹을 말끔하게 털고 가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수구보수신문들이 이명박 정부를 ‘성공한 정부’로 만들고 싶다면, 일관성을 갖고, ‘비판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끝>

 

2008년 4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