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한미 정상회담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2008.4.21)
등록 2013.09.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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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퍼주기’에 환호하는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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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수구보수신문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나섰다. 21일 이들 신문은 일제히 사설을 싣고 통해 한미관계가 ‘격상’됐다며 정상회담의 의의를 강조했다.
그러나 한미관계를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합의의 구체적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내용의 한미관계 ‘격상’이 우리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조차 회의적이다. 두 정상의 합의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한국은 한미동맹에 대한 선언적, 원론적 수준의 합의를 얻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한미 정상은 주한미군 3500명 추가감축 계획을 백지화하고,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국(FMS) 지위를 상향시키기로 했다. 이밖에 한미FTA 연내 비준을 위해 노력하고,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로 합의했으며,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 1월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 감축 중단’을 한국 측에 제안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른 제안을 수용해준 것이며, 나아가 ‘방위비분담금 제도 개선’에 합의함으로써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우리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 확실해졌다. ‘미국산 무기 구매국 지위 향상’ 역시 미국이 우리에게 MD(미사일방어체계)와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참여,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등을 요구하는 데 ‘압박 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한미FTA 비준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허용’을 미국에 선물한 것은 ‘퍼주기 방미’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이렇게 정상회담의 ‘성과’를 내기 위해 국민의 건강권과 국내 축산 농가의 생존권, 먹거리에 대한 검역 주권을 내주었음에도 미국 의회는 자동차 부분에 대한 추가 협상을 요구하며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미국비자면제’ 정도가 남는데, 이는 지난 정부에서부터 추진해오던 것으로 이를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로 내세우기는 민망하다.
그럼에도 수구보수신문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추켜세우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동아일보가 ‘만들어낸’ 정상회담의 성과들
21일 동아일보는 1면 기사와 해설기사 등에서 두 정상이 “현재의 한미동맹을 보편적 가치와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 이익 확대를 모색하는 ‘21세기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시켜 나가기로 했다”며 “한미동맹의 강화 및 미래 발전 방향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공동의 가치와 이해에 기초한 동맹의 외연을 확장한 회담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정상회담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퍼주기 방미’ 논란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 강화에 대한 대가로 국내외적으로 치러야 할 비용증대와 새로운 숙제들을 남겼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며 간단하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에 대한 참여 문제 역시 “개입 장기화, 북한의 반발과 중국 러시아의 상대적 소외감 및 불만 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사설 <한미동맹 질적 격상, 큰 국익으로 발전시켜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못 박으며 온갖 ‘성과’들을 만들고 부풀렸다.
사설은 “지난 정권에서 우리 국민은 한미 정상회담을 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설익은 자주론이나 대북 포용정책의 지나친 강조로 회담이 오히려 갈등을 심회시키는 경우가 많아서였다”며 “그런 걱정을 덜 수 있게 된 것만도 큰 소득”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추켜세웠다. 또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에 한미동맹의 힘과 정상 간의 우의를 과시함으로써 우리가 누리게 될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성과’도 내놨다. 그나마 일반 기사들에서는 한미동맹에만 치중했을 때 우려되는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 문제를 지적해놓고, 사설은 이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힘센 미국과 친하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나아가 사설은 “손에 잡히는 실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공허한 의전행사가 되기 쉬운 법인데 부시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연내 비준동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이런 주장은 정상회담의 성과가 얼마나 초라하면 국민의 건강까지 포기하면서 겨우 얻어낸 ‘FTA 비준동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부시의 발언을 ‘손에 잡히는 실체’인 양 부풀리는 것인지 오히려 안쓰러울 지경이다.

조선, “미국은 마지막까지 우리의 힘이 돼줄 나라”
조선일보도 1면 기사에서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전 정부에서 ‘이념과 정치 논리에 의해 왜곡됐던’ 한·미 동맹 관계를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호혜적 협력 관계로 격상시키기 위해 주도적으로 이 개념을 제안해 관철시킨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냈다.
또 사설 <한·미 ‘21세기 전략동맹’의 길>에서는 ‘21세기 전략동맹’이 “두 나라가 한반도 평화수호 차원을 넘어 국제적 현안에 함께 대처하겠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부시 대통령의 7월 답방에 대해 “양국 관계가 지난 10년과는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고 ‘감격’하기도 했다.
MD와 PSI 참여 등 미국의 세계전략에 참여하는 문제가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강대국들과 접해있는 우리에게 “민감한 파장”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언급했으나, “주변 강대국들과의 우호관계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원론적인 대안을 내놓는 데 그쳤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앞으로 20~30년 안에 통일까지를 대비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의 힘이 돼줄 국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미국 외에 다른 답이 있을 수 없다”며 “양국 동맹이 전략적 관계로까지 발전하는 것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결론을 내려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적 속성을 숨기지 않았다.

중앙일보 또한 ‘동맹 관계 격상’ 운운하며 정상회담의 성과를 부각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정상회담 이후의 우리가 짊어져야 할 부담에 대해 동아, 조선 보다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중앙일보는 정상회담 합의 내용에 PSI 등이 빠진 것에 대해 “후속 실무협상에서 언제든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5월 말께로 예상되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껄끄러운 사안들을 미국 측이 제기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비교적 사실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또 “군사 분야엔 향후 한·미가 까다롭게 따질 현안이 널려 있다”며 “한·미 전략동맹의 뒷면엔 미국이 추진하는 대테러전에서 한국군의 역할 확대가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도 “주한미군에 제공되는 방위비 분담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사실상 인상될 공산이 커졌다는 의미”라며 “한국으로선 적지 않은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받은 셈”이라고 썼다. 물론 이 사설의 초점은 이번 회담이 “그동안 상당히 훼손됐던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복구하는 계기가 됐다”는 데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동아, 조선과 다르지 않다.

한겨레, ‘실용주의 외교’의 허상 비판
한편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전략동맹’의 실체가 모호하다며 “이렇게 추상적 수준의 동맹복원에 목을 매다가 자칫 꼭 지켜야 할 국익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쇠고기 개방에 대해 “FTA 성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줬다는 점에서 굴욕적”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지나친 대미외교 편중에서 벗어나 균형감각을 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일반 기사에서도 ‘전략동맹’에 대해 “미국의 세계전략과 전적으로 보폭을 같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야당 등에서 ‘21세기 전략동맹’을 미국의 세계전략에 복무하겠다는 ‘충성서약’, 미국에 대한 예속 심화 등의 비판을 제기하는 것도 이런 우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한·미 ‘전략 동맹’ 구축 합의>, <실질 성과보다 ‘협력 의지’ 확인>, <“소홀했던 신뢰관계 이번에 복원”>, <‘한반도 틀’ 벗어나 미 세계전략에 적극 동참> 등 합의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하거나 회담 성과를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주장을 제목으로 달아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한겨레는 1면 기사제목부터 <‘전략적 동맹’ 합의…지불할 비용 많다>며 “회담 내용을 들여다보면, 캠프 데이비드 ‘숙박료’를 치러야 할 대목이 많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가 얻은 것이 환대, 신뢰, 한 차원 모호한 명분이라면, 정작 실리가 담긴 현안에선 미국이 큰 득을 봤다”며 “과연 누가 실용주의 외교를 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들”이라고 꼬집었다. 또 정부에서 내세우는 성과들에 대해서는 “엄밀하게 말하면, 이번 회담에서 그런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는 게 정확한 해석”이라며 과대포장 하는 데 제동을 걸고, ‘가는 대통령(부시)’과 ‘오는 대통령(이명박)’이 벌인 회담의 한계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짚었다.
한겨레는 특히 사설에서 “문제는 전략적 동맹관계가 우리의 국가전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며 이라크 침공에 처음부터 함께 한 ‘미영동맹’과 대중국 봉쇄를 위해 MD를 함께 구축하는 있는 ‘미일동맹’ 등을 예로 들어 “한국과 미국은 이런 수준의 목표를 공유하지 않으며, 두 나라의 국력 차이도 크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며 “전략적 동맹에 매달리는 이런 태도는 남북 관계와 핵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무지한 정부, ‘친미본능’ 언론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서로가 ‘윈-윈’하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며 “지금까지 역대 그 어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얻었던 성과보다 더 종합적이고 알찬 성과를 얻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조금만 냉정히 따져보면 이번 정상회담의 객관적 결과는 ‘대북 문제 해결의 원론 재확인’,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미국의 립서비스’, ‘미국 측 요구에 대한 한국 측의 즉각적·잠재적 수용’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정부나 수구보수신문들은 미국의 립서비스를 엄청난 성과인 양 주장하지만, 이런 립서비스는 ‘공동성명’이나 ‘공동발표문’과 같은 틀로도 공표하지 못한 말 그대로 립서비스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 초라한 ‘성과’를 얻기 위해 미국에게 ‘퍼주어야’ 할 목록을 더 만들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수구보수신문들은 알맹이 없는 ‘퍼주기 방미’를 ‘한미동맹의 격상’으로 추켜세우며 온갖 미사여구로 말잔치를 벌이는 데 여념이 없다. 우리는 자화자찬에 들뜬 이명박 정부와 ‘한미동맹’이라는 말에 마음 들뜬 수구보수신문들을 보면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걸핏하면 이전 정부를 “이념에 경도됐다”고 비난하면서 “이념 보다 실용”을 내세운다. 그러나 정작 ‘친미’라는 이념 앞에서 실용적 사고능력이 마비되어 국익조차 팽개치는 것이 누구인가?
이명박 정부는 북미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판단하지 못한 채 ‘반북’, ‘친미’ 이념에 사로잡혀 집권 한 달만에 10년 간 쌓아 온 남북관계를 망가뜨렸다. 이명박 정부가 이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한미동맹’의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고, 이 때문에 ‘미국 퍼주기’를 감수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대북 인도적 지원과 핵문제 분리’ 등을 언급했는데, 뒤늦게 자신의 대북 강경기조가 북미관계의 흐름과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세계정세에 대한 ‘무지’를 깨닫고 적응하는 데 엄청난 학습 비용을 들인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구보수신문들은 몸에 밴 ‘친미본성’ 탓에 판단력을 상실하고 이명박 정부의 ‘미국 퍼주기’를 마냥 환호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 퍼주기’가 초래할 참담한 결과에 대해 수구보수신문들도 그 책임을 함께 져야 할 것이다. <끝>
 


2008년 4월 2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