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공정거래위원회 김원준 사무처장 직무대행 사퇴’에 대한 논평(2008.4.11)
‘신문고시 무력화’ 하려 공무원까지 쫓아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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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온 공정거래위원회 김원준 사무처장 직무대행이 8일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는 공정위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압력에 밀려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으나 “동아일보 보도가 계기가 되기는 했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21일 동아일보는 공정위가 김원준 시장감시국장을 사무처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한 데 대해 <‘언론압박’ 공정위 간부 승진>이라는 기사를 싣고 그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가 작년 3월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당시 시장감시본부장을 맡아 ‘비판언론 옥죄기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31일 사설 <공정위 ‘노코드 관료들’ 체질 바뀌겠나>에서도 공정위가 노무현 정부 때 “정권의 하수인집단으로 전락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기업 옥죄기와 비판신문 짓밟기의 선봉”에 섰으며, “신문고시를 개정해 주로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의 본사는 물론이고 시골지국에까지 과징금 부과라는 칼을 휘둘렀다”고 악의적 비난을 쏟아냈다. 또 공정위가 “언론 탄압의 행동대장 노릇을 한 김원준 시장감시국장을 공정위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 직무대행으로 사실상 승진”시켰다며, “이런 사실을 알고도 김씨를 중용했다면 이 정부의 공직자관과 언론관이 의심스럽고, 모르고 했다면 이 또한 한심한 일”이라고 김 사무처장 대행의 퇴진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나아가 “반시장 반언론 정책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인적 쇄신을 선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이 정도면 동아일보가 김 사무처장 대행을 쫓아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 동아일보는 스스로를 ‘비판신문’이라고 참칭하면서 자전거, 비데, 상품권 등등 신문시장에서의 불법경품 살포를 ‘언론자유’라고 우겨왔다. 이제 그것으로도 모자라 법에 따라 자신의 업무를 수행한 공무원을 ‘언론탄압의 행동대장’ 운운하면서 쫓아내겠다고 나섰으니 그 발상이 가히 초법적이다. 정부 산하 기관장, 공기업 사장 등에 대한 사퇴 압력도 모자라 직업 공무원도 수구보수 신문의 눈 밖에 나면 공직에서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김원준 사무처장 대행에 대한 동아일보의 공격이 개인에 대한 흔들기가 아니라 신문시장 정상화를 담당하는 공정위와 소속 공무원 전체에 대한 흔들기라는 사실이다.
지난 대선 동아일보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체면도 염치도 버리고 앞장섰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는 다른 보수신문들이 무색할 정도로 ‘친이명박 신문’의 면모를 보였다. 이제 ‘친이명박 신문’, ‘친정부 신문’을 넘어 인사 문제로 공무원들을 ‘겁박’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과 제도를 현장에서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러나 시장의 룰을 깨고, 저널리즘의 룰도 깨고, 공직사회를 흔들어 법과 제도를 무력화하겠다는 동아일보의 오만과 어리석음이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동아일보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게다가 지금의 경제 상황은 그 5년조차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동아일보가 ‘우리가 만든 정부가 들어섰다’는 데 빠져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이렇듯 오만하게 군다면 이념과 정파를 떠나 우리 사회 곳곳에 ‘적’을 만들어 놓을 것이다.
우리는 공정위와 공정위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당부한다.
공정위는 ‘규제완화’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수구보수신문들이 가장 먼저 무력화시키고 싶어 하는 기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우리 경제를 지키는 근간이다.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당한 법의 목적에 따라 주어진 소임을 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수구보수신문의 반발과 준동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공정위의 위상이 땅에 떨어지고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함은 물론 소속 공무원으로서의 자존심마저 잃어버릴 것이다. 또 수구보수언론들과 정치판의 눈치나 살피는 공무원이 무슨 일인들 제대로 하겠으며, 그런 공무원이 대다수가 되는 사회가 어떻게 ‘선진화’ 되겠는가?
공정위는 김원준 사무처장 직무대행의 사표에 ‘동아일보의 흔들기’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다면 그의 사표를 수리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수구신문의 흔들기에 맞서 자신의 직원을 보호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공정위가 수구보수신문들의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에 앞장서 주기 바란다.
<끝>
2008년 4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