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통합민주당의 방송통신위원 추천’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8.3.17)
통합민주당, 방통위원 추천 제대로 하라
.................................................................................................................................................
오늘(1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언론현업단체들은 최시중씨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부적격’인 근거를 제시하며 그의 임명을 반대해왔다. 전문성도 없고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는 인사가 단지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방송통신위원장이 되었을 때 방송통신정책이 제대로 수립되기 어렵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통합민주당 역시 최시중 씨가 전문성, 도덕성은 물론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방송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 추천을 놓고 보이는 통합민주당의 행보는 최시중 씨 뿐 아니라 야당 추천 몫의 방송통신위원 구성까지 우려하게 만든다.
지난 15일 통합민주당 방송통신위원 심사추천위원회는 당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통신위원 및 방송통신심의위원 모집 공고를 냈다. 처음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고문에는 신청자격의 ‘결격사유’ 부분에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제10조’에 따라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위원임명 전 3년 이내에 종사하였던 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방송이나 통신 분야의 사업에 종사했던 사람은 자신이 몸담았던 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가 있으므로, 일정 기간 동안 방송통신위원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16일 공고문에서 슬쩍 빠져버렸다.
위원의 ‘결격사유’ 조항과 관련해서 그동안 많은 의혹이 제기돼 왔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10조는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위원임명 전 3년 이내에 종사하였던 자”가 방송통신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는 합의를 통해 “최초로 임명되는 위원의 임명에 대하여는 법 10조 제 1항 제 2호 및 같은 조 제 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부칙에 넣었다. 즉 초대 방송통신위원은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던 사람이라도 아무런 제약 없이 추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논리적 근거를 찾기 힘든 이상한 부칙 조항 때문에 언론계에서는 ‘도대체 누구를 염두에 두고 이런 예외를 둔 것이냐’, ‘여야 사이에 어떤 거래가 오간 것이냐’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통합민주당은 위원 추천을 받겠다는 공고에서조차 처음에는 방통법 제 10조의 결격사유 규정을 적용할 것처럼 하다가 다시 이를 빼버리는 갈 지(之)자 행보를 보였다. 이는 통합민주당 내부에서 부칙을 통해서 예외를 인정받아야 할 특정인을 염두에 둔 논의가 진행되면서 혼선을 빚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 심사추천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해서도 통합민주당은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14일 통합민주당은 김학천 건국대 교수를 심사추천위원장으로 선임, 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그런데 17일 통합민주당이 밝힌 심사추천위원의 명단은 참으로 당황스럽다.
당초 외부 인사로 심사추천위원회에 참여할 것이 확실시 되었던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센터 소장, 현대원 서강대 신방과 교수 등 시민단체 및 학계 인사들이 빠졌다. 대신 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 강정국 변호사,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들어간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통합민주당의 관계자는 “손학규 대표가 방통위원 추천과 관련해 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한 만큼 위원 구성도 최종적으로 위원장 선임 후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대로라면 통합민주당은 처음부터 심의추천위원을 외부에서 추천받지 말았어야 했다. 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할 것이라면 도대체 왜 심사추천위원들을 외부에서 추천받았는가? 민주적인 방식으로 투명하게 방송통신위원을 추천하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해놓고 하루아침에 그 구성을 바꿔버리는 것은 공당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무례하고도 무책임한 처사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에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납득할만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통합민주당은 방송통신위원 5명 가운데 2명을 추천한다. 이들이 비록 방통위원회에서 다수가 될 수는 없지만 야당이 어떤 사람을 방통위원으로 추천하느냐에 따라 이후 방송통신정책은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통합민주당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방통위원을 제대로 추천하지 않는다면 초대 방통위원회는 그야말로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지금 여권에서는 최시중 씨를 포함한 세 명의 방송통신위원을 모두 ‘시장론’에 경사된 인사로 추천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럴 경우 각종 방송통신 정책에서 방송의 공공성이 고려되지 못할 우려가 크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시장론’에 치우친 인사들만으로 방통위원을 추천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아울러 통합민주당은 ‘방송 공공성 보장’의 마인드를 갖고, 방통위원회가 통신 산업 중심의 사고에 치우치지 않도록 견인할 능력 있는 인물을 추천해야 한다. 만약 통합민주당이 특정 인물을 추천하기 위해 합당한 ‘결격사유’ 조항을 원칙 없이 빼버리고, 시민사회에 무례를 저지르면서까지 심의추천위원회 구성을 뒤집어버린 것이라면 방통위원회 구성을 파행으로 이끈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끝>
2008년 3월 1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