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여권의 과거 정부 인사 축출 시도’관련 방송 보도에 대한 논평(2008.3.14)
등록 2013.09.23 17:40
조회 279

 

 

KBS SBS, 벌써부터 눈치보고 몸사리나
 
.................................................................................................................................................

 

정부는 물론 공기업, 학계, 문화계 등 모든 영역을 자기 사람들로 ‘싹쓸이 인사’ 하겠다는 집권세력의 초법적, 독재적 행태에 대해 KBS와 SBS가 무비판적인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이 나온 11일부터 유인촌, 이윤호 장관의 발언이 나온 12일, 안상수 원내대표와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가 KBS 정연주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하고, 청와대가 과거 정부 기관장들은 업무보고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고 알려진 13일까지 KBS와 SBS 메인뉴스는 ‘몸사리기’ 보도태도를 보였다. KBS와 SBS는 3일 동안 각각 4건씩의 보도를 내보냈지만 모두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공방’과 ‘논란’으로 다루는데 그쳤다.

KBS와 SBS의 ‘몸사리기’ 보도 경향은 제목에서부터 드러난다.

<“물러나라”, “사과하라”> <연일 물갈이 압박> <권력이동 기싸움> <사퇴압박 공방> (이상 KBS), <“국정파탄”, “독재본색”> <“코드인사 사퇴” 논란> <“코드인사 물러나라”> <“퇴진”, “임기보장”> (이상 SBS)

‘공방’, ‘논란’, ‘기싸움’ 등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갈등으로 다루거나, 아예 한나라당의 주장을 그럴듯하게 표현해 제목으로 달았다. 예를 들어 ‘우리 사람이 아니면 다 나가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물갈이’라는 긍정적인 말로 표현하는가 하면(KBS), 한나라당의 주장을 <“코드인사 물러나라”>는 제목으로 뽑아(SBS) ‘과거 정부의 잘못된 코드인사로 발탁된 사람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보도 내용에서도 KBS와 SBS는 ‘공방’과 ‘논란’의 틀에서만 접근했다. 특히 SBS는 13일 보도 <“퇴진” “임기보장”>에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 자진 사퇴해야 옳은 걸까요? 아니면 법에 보장된 임기니까 지켜져야 하는 걸까요?”, “내모는 쪽이나 버티는 쪽 모두 나름대로 논리를 갖추고 있어 이른바 코드인사 사퇴론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사태를 ‘논리 공방’으로 다뤘다.
뿐만 아니라 SBS는 한나라당이 초법적인 정치공세에 나선 의도와 배경에 대해 최소한의 분석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MBC와 KBS가 각각 11일 <총선용 공세?>, 12일 <권력이동 기싸움>을 보도한 반면 SBS는 ‘양당이 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총선쟁점이 될 것 같다’는 안이한 태도의 보도를 내보냈다. 또 KBS가 “정부 여당의 주장이 과거 노무현 정부의 코드인사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논리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는 최소한의 지적을 한데 반해 SBS는 한나라당의 논리가 과거와 모순된다는 점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그나마 MBC는 한나라당의 ‘인적청산론’에 대해 우려와 비판을 담았다.
12일 보도 <논란 확산>에서 앵커멘트를 통해 “여권이 이렇게 나오는 데는 정치적인 계산 말고도 한자리 줘야 할 사람이 많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임기 보장된 단체장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물러나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만 그렇다고 색깔을 칠해 내몰려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입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보도 <사퇴압박 이틀째>에서는 한나랑의 주장이 임기를 보장하는 시대적 흐름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도는 “김대중 정부 때까지 집권 초 임기제고위직을 바꾼 비율은 4, 50 퍼센트 선이었으나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15퍼센트로 줄어드는 등 임기 보장이 확대돼 오는 추세”였다는 점을 밝히고 “때분에 획일적으로 사퇴하라는 요구는 자칫 새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자리 만들기’가 아니냐는 논란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13일 <“참석말라” 통보>에서는 앵커멘트를 통해 “여권이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기관장들은 물러나라고 연일 압박하더니 급기야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들어오지 말라고 통보했습니다. 이른바 ‘코드’가 다른 사람들은 빨리 관두라는 얘긴데 방법이 좀 옹졸해 보입니다”고 꼬집었다.

우리는 KBS와 SBS의 보도태도가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눈치를 살피며 ‘몸사리기’에 들어간 탓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SBS의 보도태도는 ‘몸사리기’를 넘어 ‘줄서기’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든다. 최소한 과거 참여정부가 ‘코드인사를 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한나라당의 이중잣대에 대해서라도 지적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지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벌이고 있는 행태는 어렵사리 일군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성과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독재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다. 법으로 보장된 임기를 포기하고 오직 과거 정부 아래 임명됐다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법도 무력화하겠다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특히 KBS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최시중씨의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방송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방송사들이 강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 독립성이 생명인 방송사 사장까지 포함해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하던 ‘코드인사’를 넘어 ‘싹쓸이인사’, ‘종복인사’를 하겠다는데도 언론들이 제대로 비판하지 않으니 오만과 독선이 도를 더하는 것이다.

SBS, KBS를 비롯한 방송사들에 촉구한다.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제대로 지적하라. 출범 한달도 되지 않아 그야말로 독재시대로의 회귀를 꿈꾸는 집권세력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80년대의 방송민주화투쟁을 다시 벌여야 하는 상황을 방관할 것인가?
<끝>

 


2008년 3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