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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노동조합의 공보위광장 발행’에 대한 논평(2008.3.13)
동아일보 노조의 자기성찰,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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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노동조합이 최근 발행한 91호 ‘공보위광장’을 통해 17대 대선과 인수위 등에 대한 자사의 보도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을 거치며 동아일보는 조선일보를 앞지르는 ‘친이명박 신문’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동아일보 노조가 2년 10개월 만에 ‘공보위광장’을 내고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런 외부의 평가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는 동아일보에 외부 비판에 귀 기울이고 자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성원들이 있다는 데에 작은 희망을 갖는다.
노조는 ‘공보위광장’을 통해 ‘동아일보 지면이 지독한 이명박 용비어천가로 흐르고 있다’, ‘요즘 동아일보는 한나라당의 전용 신문인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는 독자들의 비판 목소리도 가감 없이 소개했다 또 “지난해 동아일보 기자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희 신문은 특정 대선후보를 편드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공보위광장’에 실린 <그때 그때 달랐던 ‘대선중립 잣대’>에서는 대선 시기 동아일보가 이명박 후보의 여러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떤 의혹은 크게, 어떤 의혹은 작게’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BBK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이명박 BBK 동영상’이 공개된 다음 날 “동영상의 내용은 어느 제목에도 나오지 않았다”며 “본보 지면은 이를 정치공작으로 몰아가는 듯이 비쳐졌다”고 지적했다. “많은 독자들은 본보가 정치적 고려로 BBK 의혹을 부정하는 입장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며 독자들의 반응도 전했다.
그밖에도 ‘공보위광장’은 인수위의 영어교육정책에 대한 보도, 삼성비자금 관련 보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때 동아일보는 ‘자유언론투쟁’의 상징이었다. 70년대 독재정권 아래서 언론자유를 위해 싸웠던 양심적인 기자들 덕분에 얻은 명예다. 선배들이 쌓은 동아일보의 명예가 왜, 어떻게 실추되어 왔는지 후배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동아일보가 ‘진보적인 언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념이 존재하고, 다양한 이념을 담아내는 매체가 있어야한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양식과 지켜야할 룰이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그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 이제라도 양심적이고 자존심 있는 동아일보의 구성원들이 잃어버린 저널리즘의 ‘기본’을 되찾는데 나서주기 바란다.
물론 하루아침에 동아일보의 지면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과 반대세력에 대한 악의적 공세도 꺾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단체도 동아일보의 보도를 끊임없이 모니터하고 비판할 것이며 동아일보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최소한의 공감대가 안팎에서 함께 형성된다면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기대를 갖고 동아일보 노조의 활동을 지켜보겠다. 우리는 동아일보가 ‘수구보수’, ‘친이명박신문’의 딱지를 떼기 위해 노력하는 합리적인 내부 구성원들과 고민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끝>
2008년 3월 1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