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조선일보 3월 7일자 부동산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토지정의시민연대 ‘부동산보도모니터팀’ 논평(2008.3.10)
이명박 정부를 ‘부동산파탄 정부’로 만들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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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지난 3월 7일자 신문에 <강남·목동·등 공시가격 하락, 보유세 부담 줄었지만…고가주택은 여전히 ‘세금폭탄’>이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이 기사에 대한 해설기사로 <부동산 ‘세금폭탄’ 불 끄려면…“지나치게 복잡한 과세 체계부터 고쳐야”>라는 기사를 나란히 실었다.
조선일보는 <강남·목동·등 공시가격 하락, 보유세 부담 줄었지만…고가주택은 여전히 ‘세금폭탄’>에서 “지난해 집값 하락으로 공시가격이 낮아져 세금이 일부 줄어들지만 고가주택의 ‘세금폭탄’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세제가 개편되면 보유세 감면이 가능하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실제 부과되는 세금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며 세제 개편을 통한 보유세 감면을 은근히 압박했다.
아울러 조선일보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종합부동산세는 조세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보유세 제도 개편 의지를 밝혔다”면서 거론된 종부세 재산세제 개편 방안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 고가 주택 기준(6억)의 상향조정 ▲과표 적용률 인하 ▲1주택자, 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 차등 적용 등을 열거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은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6억 원 초과에서 9억 원 초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이라며, “만일 9억 원으로 과세 대상이 상향 조정된다면 전반적으로 보유세가 낮아질 수 있다…9억 원 이상 주택들도 종부세가 상당히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종부세 부과기준을 9억 원으로 상향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진단·처방 모두 잘못된 조선일보식 부동산 해법
여기에 그치지 않고 조선일보는 <부동산 ‘세금폭탄’ 불 끄려면…“지나치게 복잡한 과세 체계부터 고쳐야”> 라는 해설기사를 통해 종부세를 손질해야만 하는 이유도 함께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의 ‘세금 폭탄 정책’이 조세 원칙을 훼손한 만큼, 이 기회에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의 현실화가 어떻게 조세원칙을 훼손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없이 전문가들이 그렇게 주장한다면서 ‘전문가의 의견’이라는 막연한 권위를 방패막이로 삼아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웠다.
조선일보는 그러면서 “우선, 지나치게 복잡한 과세 체계가 문제”라며 “보유세의 경우, 재산세에 지방교육세, 도시계획세, 공동시설세가 부가된다. 6억 원 이상 주택의 경우, 종부세와 종부세에 부가되는 농어촌특별세까지 감안하면 모두 6가지 세목이 과세된다”고 말한다. 조선일보의 말대로 보유세 과세 체계가 그렇게 복잡하다면 다른 복잡한 세금들을 종부세와 재산세를 중심으로 단순화하자고 하면 된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현재의 과세 체계가 복잡하다는 것을 근거로 삼아 종부세와 재산세를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종부세를 흔들기 위해 “징벌적인 과세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당초 종부세 부과 대상이 9억 원이었으나 뚜렷한 근거 없이 6억 원 이상의 주택으로 확대해 중과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이 과정에서 소득이 없는 은퇴 계층이라도 고가 주택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면서 “노무현 정부는 세금 능력이 없으면 집을 팔라고 했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은퇴 계층과 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의 보유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종부세가 징벌적인 세금’이라는 논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 종부세 부과 기준을 6억 원 이상으로 확대해 과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한다. 종부세 부과 기준을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확대한 것은 부동산 안정과 공평과세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적인 합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해 결정된 것이다. 조선일보는 종부세 과세 기준 6억 원이 뚜렷한 근거 없이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조선일보야 말로 종부세 부과 기준을 9억원으로 높여야 하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조세원칙의 ABC도 모르는 조선일보
‘소득이 없는 은퇴계층’을 종부세 흔들기에 끌어들이는 것도 구태의연한 시도다. 조선일보는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면서 은퇴고령자나 장기보유 1주택자를 그 근거로 들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종부세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뜻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어렵다.
은퇴고령자들의 종부세 부담이 우려 된다면 그들만을 고려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역(逆)모기지론 등을 활용해 보라고 조언해주든지 아니면 종부세의 납부유예기간을 두어 주택처분 시까지 종부세를 유예해 주자고 하면 된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은퇴고령자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방안을 찾기보다 종부세 자체를 허물어뜨리려는 엉뚱한 시도만 계속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종부세를 자꾸만 소득과 연관시켜 소득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종부세를 내느냐며 보유세 ‘물 타기’를 시도한다. 종부세는 소득에 부과되는 소득세가 아닌데도 소득과 종부세를 연결시켜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조세원칙의 ABC도 모르는 일이다. 종부세는 보유세의 일종으로 재산세에 해당된다. 재산세는 소득이 얼마인지에 상관없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가치 만큼에 대해 내는 세금이다. 종부세를 소득과 연결시켜 종부세를 완화하려는 시도는 종부세의 본질과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일종의 ‘종부세 흔들기’ 전략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만일 조선일보가 조세원칙의 ABC도 모르고 보유세와 소득을 연결시킨 주장을 편 것이라면 스스로의 무지를 드러낸 꼴이다.
우리 사회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종부세 흔들기’
한편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각종 세금 규제를 가했지만 오히려 집값이 급등한 데에서도 세제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보유세 무용론(無用論)을 내세운다. 이는 지극히 결과론적인 해석으로써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보유세가 필요 없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보유세 뿐만 아니라 공급확대 정책 등 참여정부가 사용한 다른 모든 정책들도 단지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모두 필요 없는 것인가? 만일 보유세 강화마저도 참여정부에서 시행하지 않았더라면 집값이 지금보다 더 올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조선일보가 진정으로 종부세의 합리적 개선을 원한다면 비논리적인 주장으로 종부세를 흔들 것이 아니라 종부세가 집값 안정에 보다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야 한다.
서민들이야 집값 폭등으로 고통 받든 말든 ‘강부자(강남부동산부자)’들의 세금만 줄여주면 된다는 식의 종부세 흔들기는 우리 사회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다.
당장 오늘(10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세제관련 정책 방안은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성급하게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내외의 경제 환경이 불안하고, 집값도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을 때 부동산 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조선일보가 이명박 정부를 향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이 창출한 것이나 다름없는 ‘실용정부’를 ‘부동산파탄 정부’로 내모는 꼴이다. 아무리 ‘강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중요하다해도,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최소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수준에서 특정 집단의 이익을 주장하기 바란다. <끝>
2008년 3월 1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토지정의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