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최시중 씨, 여론조사 유출과 땅 투기 의혹’에 대한 논평(2008.3.6)
최시중 씨는 스스로 사임을 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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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이후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방통위원장의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거세게 받아 온 최시중 씨가 아예 공직 자체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임이 밝혀졌다.
KBS 탐사보도팀은 3월 5일 뉴스9에서 최시중 씨가 한국 갤럽 회장을 지낼 당시 주한미국대사에게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유출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한겨레는 6일 <최시중 씨도 투기의혹>와 <최후보 땅 구입 당시 ‘투기’바람…우연의 일치?>에서 최 내정자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KBS <여론조사 유출 정황>이라는 제목의 보도에 따르면, 97년 당시 한국 갤럽 회장으로 있던 최시중 씨는 12월 10일 실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이틀 뒤인 12일 보스워스 미 대사에게 알렸다고 한다. 이 내용은 12월 15일 주한미대사관에 의해 미국 국무부로 보내졌다. 이 같은 사실은 ‘1997년 12월 15일 주한미대사관이 미국무부로 보낸 3급 비밀 문서’에 담겨 있었고, KBS 탐사보도팀이 이를 입수해 단독으로 보도한 것이다. KBS에 의하면, 최시중 씨는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10% 가량의 큰 차이로 이기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문제가 이 후보의 걸림돌이 되고 있고, 이것이 김대중 후보의 선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여론조사 업체 회장이 대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에 대선결과를 예측·분석해 미국 대사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행위는 미국의 ‘정보원 노릇’을 한 것과 다름 아니며, 특히 최 씨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에 이뤄진 것으로, 최 씨가 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여론조사기관의 대표로서 가져야 할 공정성, 중립성 등 직업 윤리의식에 대한 개념 자체가 있기나 한 것인지 한심스러운 일이다. 이를 보도한 KBS도 최 내정자의 행위는 “고위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에 큰 흠결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땅한 지적이다.
최 내정자는 지난 2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지금까지 언론인과 여론조사위원이라는 두 직업을 가지고 살았는데, 이 두 직종 모두 독립성과 객관성·중립성을 강조하는 직업”이라며 “방송 독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때 벌써 우리 단체와 여러 언론단체들은 최 씨의 그 말이 어불성설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이번 KBS의 보도로 최 씨는 스스로 그 말을 거둬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6일 한겨레는, 최 씨가 인사청문 요청안에서 자신의 소유라고 밝힌 경기 분당, 충남 아산, 경북 포항의 토지에 대해 그가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던 시절 투기 바람이 불던 지역의 땅임을 밝혀냈다. 특히 이 땅들은 외지인이 살 수 없는 농지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최 씨 부인 명의로 돼 있는 충남 홍성의 임야도 ‘서해안고속도로 때문에 값이 크게 오른 곳’으로 최 씨 부인 소유로 넘어간 과정이 의심스러운 정황도 드러났다. ‘땅부자 내각’, ‘대한민국 1% 내각’이라더니 최시중 씨 역시 예외가 아닌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이미 방통위원장의 자격이 없었던 최시중 씨는 이번에 새롭게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스스로 사임을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명박 정부 역시 더 이상 미적거리지 말고 당장 최 내정자 인사를 철회하고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여론을 두루 수렴해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최시중 씨를 끝까지 방통위 위원장으로 임명하고자 한다면, ‘코드인사’, ‘보은인사’에 대한 비판을 받을 것은 물론, 상처가 날대로 난 이명박 정부가 아예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아울러 우리는 이미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인사 검증에 있어 언론의 책임과 역할을 완전히 저버렸던 보수신문들에게도 충고한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 검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보수신문들은 최 씨가 방통위원장에 부적절한 인물임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는 동안에도 여전히 언론의 역할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동아·중앙·조선은 KBS 탐사보도팀과 한겨레의 노력이 언론다운 언론의 모습임을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닫길 진심으로 바란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최시중 씨는 즉각 방통위원장을 자진 사퇴하라!
<끝>
2008년 3월 6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