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언론사 주요간부 성향 파악’에 대한 민언련 논평 (2008.1.12)
등록 2013.09.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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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대못질’ 비판하더니, 언론 사찰부터 시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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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이 문화관광부에 언론사 주요 간부들의 성향 파악을 지시하도록 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향신문>이 11일 단독으로 입수해서 오늘(12일) 보도한 공문은 문광부가 지난 3일 언론재단에 보낸 것이다. 이 공문에 의하면 이번 조사 대상자는 ‘언론사 사장단 및 편집국장, 정치부장, 문화부장’은 물론, 문화관광부 산하 ‘주요 단체장, 상임이사, 감사’와 언론사의 ‘주요 광고주 업체대표’, ‘신문·방송·광고·주요 종교 신문 및 방송·케이블 중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방송사 대표’로 명시되어 있다. 공문은 이들의 ‘직책·성명·생년(출신지 포함)·최종학력(전공 포함)·주요경력·성향·최근활동·연락처’의 8가지 항목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표 형태로 작성·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언론인에 대한 사찰은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라는 주요한 역할을 하는 언론을 정권의 도구나 시녀로 부리는 행위는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다. 심지어 이러한 언론인 사찰은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서도 정보기관들이 매우 조심스럽게 실시했던 것이다. 이러한 행태가 언론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으며, 노무현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 등을 ‘언론 대못질’이라고 비판해왔던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원회에서 빚어졌다는 것은 그들 표현 그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명백한 언론탄압이다.


인수위원회는 사건이 터지자마자 전문위원의 ‘개인적 돌출행위'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박 모 전문위원의 언론인 성향 파악 지시에 대해 '분과 담당 인수위원'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단독플레이'임을 강조했고, 시종일관 인수위는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비록 개인적인 돌출행위라 하더라도 인수위 전문위원 명의로 이뤄진 일이니만큼 저부터 스스로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깊이 반성하겠다. 당선인은 물론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고, 이 대변인은 “언론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당선인의 의지에 정면 배치되는 일로 다른 곳도 아닌 인수위 내부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에 따라 박 모 전문위원을 면직하고, 문화부 장관에게 엄중 징계토록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 단체는 이 사안을 개인적인 돌출행동으로 치부하여 개인을 징계조치하고, 대변인 입을 빌린 위원장 사과 수준으로 지나쳐버릴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언론을 독자와 시청자 등을 위한 공공재적 측면보다는 이윤창출을 위한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우려가 많았다. 또한 신문법 폐지 등으로 한나라당과 밀월관계에 있는 보수 신문들의 여론독과점을 방조하고, MBC 민영화 및 KBS·EBS 등을 국가기간방송의 틀로 묶어 정치권력이 방송에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방송·통신 융합에서도 산업적 논리가 방송의 공공성·공정성 측면보다 우위에 놓이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우리 단체는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언론 철학이 언론인 사찰이라는 있을 수 없는 사태까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행할 수 있게 된 배경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편집국장과 정치부장, 그리고 광고주를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언론사 논조를 좌지우지하고, 광고압력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크다. 이명박 정부는 안이한 ‘꼬리 자르기’식 대처에서 벗어나,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은 물론 언론정책 전반에 대한 검토와 함께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이제 우리 국민은 언론을 돈벌이 수단과 관리 대상으로 보는 저급한 언론관을 가진 정권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명박 정부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끝>
 

 

2008년 1월 13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