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반도 대운하 강행’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2008.1.11)
등록 2013.09.12 17:39
조회 275

 

 

 

KBS·SBS, 대운하 정책 검증 안할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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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 따르면 2월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6월 특별법 제정, 2009년 착공 등의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 당선인의 대표 공약임에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는 국토 전반에 가해지는 ‘대공사’이기 때문에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 작업이 선행되고 국민들의 여론이 충분히 수렴된 후에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인수위 측과 당선인 측의 졸속적인 추진 행보가 이어지고, 착공을 전제한 상황에서 여론수렴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장석효 인수위 대운하 TF팀장과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언론을 통해 대운하 추진이 기정사실임을 못 박는가 하면 이명박 당선인은 여론수렴을 거치겠지만 임기 내에 완공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밝히는 등 ‘대운하 졸속 착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운하 관련 보도, 보도량 적고 대운하 실효성에 대한 검증노력 찾아보기 힘들어


언론은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논란이 많은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비판과 견제에 나서야 함은 두말 할 것 없다. 그러나 인수위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난해 12월 27일부터 1월 10일까지 방송 3사의 ‘대운하’ 관련 보도를 살펴본 결과, 대운하 추진 움직임과는 달리 극히 적은 양의 보도를 보였으며, MBC 두 건의 보도를 제외하고는 검증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최근의 방송 보도는 국회통과 과정을 거치치도 않은 인수위의 정책들을 마치 확정된 듯 보도하며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기도 했다. (<표 1> 참고)

 

 

- 

KBS 

MBC

SBS

인수위 발표만 전달 

1

4

1

찬반 양론으로 전달 

3

2

1

분석 

0

2

0

소계 

4

8

2

 * 분석기간 : 2007년 12월 27일-2008년 1월 10일

 

<표 1> 인수위 정책 발표에 대한 방송보도의 전달태도   

 



SBS, 대운하에 무관심 심각


SBS의 대운하 관련 보도는 1월 2일, 총 2건의 보도가 전부였다. 극히 적은 양의 보도도 문제지만, 대운하 추진을 ‘기정사실화’하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확정적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더 큰 문제였다. SBS는 <논란 속 내년 초 착공>(김우식 기자)은 제목에서부터 대운하 ‘착공’을 기정사실화했으며, 앵커 역시 첫 멘트로 “이명박 당선자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가 내년 초 착공될 것”이라고 단정했다. 보도 내용도 대운하에 대한 구체적 계획까지 확정적인 양 보도하며, 긍정적 효과만을 부각시켰다.
SBS는 같은 날 <“청계천처럼 추진”>(서경채 기자) 꼭지를 통해 환경파괴, 운항시간, 공사비 등에 대한 우려를 간단히 언급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 보도 역시 반대여론을 담은 뒤 곧바로 인수위의 입장을 덧붙여, 경부대운하의 무리한 추진을 지적했다기보다는 찬반양론을 기계적으로 담은 수준에 그쳤다.


KBS, 대운하에 무관심 심각


KBS도 같은 기간 총 4건의 보도에 그쳤으며, 내용에서도 졸속적인 추진과정이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짚은 내용이 없었다.
1월 1일 보도된 <대운하 타당성 검토 본격화>(황진우 기자)는 장석효 인수위 팀장이 12월 28일 국내 5대 건설사 사장들을 만나 대운하 사업을 설명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당시 장 팀장의 행보는 너무 성급한 것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으나, 이 보도에서는 사업의 속도가 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데 그쳤다. KBS는 강승규 인수위 부대변인이 “5개 업체 대표들이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는 발언을 전하며, “대운하 팀은 다음 달에는 네덜란드 전문가들을 만나 사업추진 협력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18대 국회에서 대운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대운하 건설 준비를 위한 움직임이 속도를 내는 분위기입니다”라며, 한나라당 내의 찬성 측 입장만을 보도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찬반이 갈리는 사안임에도 반대목소리를 배제하고, 찬성 측의 입장만을 긍정적으로 부각한 것이다.
1월 3일 <잰걸음…반발>(이경호 기자), 7일 <추진·설득 병행>(임승창 기자)보도 역시 대운하 반대 측의 입장을 형식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고, 문제점에 대한 심층적 지적은 없었다.
10일 <“모든 절차 밟겠다”>는 운하 건설에 대해 이 당선인이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음을 보도한 뒤, 지자체의 대운하 추진 움직임, 대운하 저지를 위한 단체들의 입장을 다뤘다. 이 보도는 이명박 당선인 발언과 달리 지자체는 대운하 건설이 이미 확정된 분위기라는 현실을 꼬집었다.


MBC, 성급한 대운하 추진과정을 그나마 가장 다양하게 지적


MBC는 총 8건으로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양을 보도했다. MBC는 2건의 보도에서 당선인과 인수위 측의 성급한 추진과정을 지적하고, 대운하 지역의 투기조짐을 고발했다. CG기법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대운하 사업을 보다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도 돋보였다. 하지만 MBC 역시 대부분이 인수위의 입장을 그대로 보도하거나 기계적 형평성에 맞춰 찬반양론을 전하는 데 그쳤고, 대운하 추진을 ‘기정사실화’하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었다.
1월 1일 <지하수로 대수술>(박성준 기자)과 2일 <‘선박 엘리베이터’>(박성준 기자)는 인수위 측이 상수원 오염 논란의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수돗물 공급방식이 무엇인지, 대운하가 산을 어떻게 뚫을 것인지를 보도했다. 문제는 대운하 추진 여부에 대한 찬반양론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위가 내세운 방법론을 무비판적으로 앞서 전달한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10일 <“1년 뒤나 착공”>(장준성 기자)은 국민여론 수렴이나 전문가 토론회 등 필요한 과정을 철저하게 거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주장을 한 꼭지로 충실하게 전했을 뿐, 대운하 추진을 기정사실화하는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 등의 움직임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
반면, 3일 <대운하 속도조절?>(박성준 기자)은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의 겉 다르고 속 다른 대운하 사업추진을 꼬집었다. MBC는 사업을 서둘러 강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당선인과 인수위 측의 발언들을 보도하고, “그러나 속도 조절론의 한편으로 대운하 추진 움직임은 오늘도 계속됐습니다”라며 실제 추진 움직임을 지적했다.
대운하 터미널 예정지에서 투기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8일 <주변땅값 ‘들썩’>(김주만 기자)은 특히 돋보였다. 이 보도는 해당 지역의 부동산 관계자들, 작은 텃밭은 가꾸는 농민, 면사무소 관계자를 인터뷰하며, 대운하 추진으로 일고 있는 투기조짐을 생생히 전했다.


적극적인 언론기능 발휘하는 대운하 관련 방송 보도를 기대한다


인수위 업무보고가 8일로 종료됐다. 이제 본격적인 새 정부 청사진이 그려지는 시발점에 서게 된 것이다. 특히 대운하 사업은 우리나라의 지형과 기후에 적합하지 않은 근본적 문제점과 함께 효과와 손실 추산이 객관적으로 산출되지도 않았다. ‘운하의 나라’ 독일에서조차 없어져가고 있는 물류시스템이 운하이며, 독일의 전 교통부장관 하우프는 운하는 “바벨탑 이후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이라고 혹평하기까지 했다. 10일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이명박 당선인이 “대운하는 모든 절차를 밟아 추진하겠다”며, 내년에 착공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의견수렴 과정이야 당연한 민주적 절차로 지켜지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한반도 대운하의 추진을 못 박고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독재적 발상임을 경고한다.


또한 언론은 대운하 사업이 향후 5년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업이며 되돌릴 수 없는 환경파괴의 우려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공론장이 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 방송의 대운하 관련 인수위 정책발표에 대한 보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 아직도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구상들이 명확하지 않고, 그 효과와 손실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대운하 추진이 기정사실인양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거나, 대운하 추진을 홍보하는 듯한 방송보도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중에서도 SBS와 KBS의 소극적이고 방임적인 보도는 큰 문제이다. 대운하는 국민들이 주인인 국토에 가해지는 공사인 만큼 국민들이 대운하에 대해 다양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후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차기 정부의 입장을 받아쓰듯 보도하고, 반대 측의 입장을 구색 맞추기 식으로 보도하는 행태는 유감이다.
언론은 국민 여론을 공론화하고, 정부에 대한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방송이 언론정부의 정책을 녹음기 틀듯 보도하면서 해야 할 적절한 비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견제와 비판의 수행, 정보의 전달이 언론의 기본 역할이다. 부디 방송이 대운하 관련 다양하고 발 빠른 취재를 통해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제대로 된 ‘언론 기능’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끝>
 

 

2008년 1월 11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