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신문·방송 겸영 허용 및 신문법 폐지’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2008.1.10)
등록 2013.09.12 17:25
조회 306

 

 

 

신문·방송 겸영 허용 및 신문법 폐지,
신문시장 진흥과 민주적 여론형성에 도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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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문화관광부 업무 보고에서 신문법을 폐지키로 했으며, 그에 대한 대체입법에는 “매체 융합 등 언론환경 변화에 대응해 신문사와 방송사업 겸영(이하 신방겸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대체입법은 2006년 12월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대표발의한 신문법 개정안을 토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한나라당은 이를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알려져 있다.


신방겸영이라는 돌파구부터 찾기 이전에 신문언론으로서의 자리매김부터 해야


차기 정부의 신문관련 정책의 핵심은 신방겸영이다. 신문방송 겸영 문제는 우리 사회의 여론다양성과 연관되는,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관련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고민 없이 정책화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특히 현재 신방겸영을 원하고 있는 신문사들은 겉으로는 다매체간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에 이종 매체간 교차소유와 겸영금지가 구태의연하며 무의미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사실 속내는 신방겸영 허용을 통해 신문산업 침체로 인한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다.
우리 단체는 인터넷, IPTV 등 다매체 등장으로 여론형성 환경이 다양해진 상황에서 방송·신문 등 개별적으로 이뤄져왔던 미디어 정책에서 나아가 미디어에 대한 논의가 보다 종합적으로 이뤄지고 여론독과점 문제 역시 큰 틀에서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신문시장 붕괴위기의 해법을 신문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적절한 신문지원 정책을 찾는 등의 근본적인 모색은 외면한 채, 일종의 문어발식 경영 확장 방법인 신방겸영부터 시도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신문사가 방송사를 경영해서 이익을 남기는 방법은 신문사 적자를 보충해서 신문사를 유지하게 할 수는 있을지언정 분명 신문이라는 매체 자체를 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매체 시대에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문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충분히 살려 심층성과 독자성, 전문성을 높인 기사로 승부하는 것이다. 실제 르몽드 편집국장 알랭 프라숑은 신문경영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신문에 있는 것과 같은 것을 인터넷에, 라디오에, TV에서 찾을 수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미디어와 비교해 두드러진 장점들을 가진 신문을 만든다면 분명 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우리는 신문에 대한 독자의 낮은 신뢰도부터 개선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한국언론재단의 수용자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문의 신뢰도는 해마다 내리막길로 98년 40.8%에서 2006년 18.5%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신뢰도 낮은 기사를 양산해내는 신문사가 자신들이 저널리즘의 원칙에 입각한 제대로 된 언론활동을 하겠다는 반성도 없이 경영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방송을 경영해보겠노라 나서는 것이나, 이를 허용하겠다는 차기 정부의 언론정책 자체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신문은 무엇보다 공정하고 올바른 정보제공을 통해 현재 현저히 실추된 신문의 언론으로서의 신뢰도부터 회복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신방겸영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론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2006년 “일간신문과 지상파방송은 가장 대표적이고 강력한 미디어 수단이므로 이 두 수단의 융합은 전체 언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이것이 언론의 다양성 보장을 저해할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헌재는 이어 “일간신문과 지상파방송 간의 겸영금지가 언론의 다양성 보장과 아무런 실질적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명백할 정도로 미디어매체나 정보매체 환경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겸영금지의 규제정책을 지속할 것인지 여부, 지속한다면 어느 정도로 규제할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자의 미디어정책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여 신문방송 겸영금지는 논의의 여지가 없이 합헌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신문법 페지 논리, 왜곡이며 억지이다.


한편 우리는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신문이 한 목소리로 신문법 폐지를 외치며 제시하는 근거 역시 ‘왜곡투성이’임을 강조한다. 2005년 1월 만들어진 신문법은 신문시장의 여론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한 ‘여론다양성 보장’과 신문산업의 심각한 위기 해결을 위한 ‘신문산업 진흥’을 핵심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신문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근거는 이 법이 노무현 정부가 자신이 싫어하는 특정신문의 목을 죄이고 일부 좌파신문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 마련한 ‘코드입법’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신문법 제17조 등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및 헌법불일치 판결을 받았음을 강조하며 마치 신문법이 ‘독자가 많은 신문’을 규제하고 그들의 언론자유를 박탈시킨 악법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헌법재판소에서는 신문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신문의 사회적 책임을 높인다는 법 제정 취지를 인정한 바 있다. 특히 조·중·동이 가장 많이 반발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은 시장점유율 등을 기준으로 독과점 사업자를 추정하는 기준이지 그 자체만으로 해당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의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최종적 판단도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리게 된다. 누차 강조하는 것은 신문발전기금이란 여론다양성을 위해서 소수 신문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해주는 것일 뿐이며, 신문법에 의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면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뿐 어떤 형식으로도 언론자유를 박탈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마치 정부가 거대신문사를 옥죄는 제도인 것인 양 부각시키는 것은 왜곡이다. 또한 진정으로 이를 ‘독자가 많은 신문’에 대한 억압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마치 장애인이나 이주노동자 등의 소수자를 위한 지원 제도가 자신이 소수자가 아니기 때문에 차별이며 자유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우리는 한편 신문법에 의해 마련된 신문지원제도가 특정 신문을 지원하기 위해 등장했으며 이들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 신문발전위원회를 통한 신문발전기금 지원이나 신문유통원의 공동배달지원은 과점신문을 포함하는 어떤 신문에게도 배타성을 드러낸 적이 없다. 신문발전기금은 일정한 우선지원기준을 통과한 신문사업자에게 지원을 했으며 신문유통원은 모든 신문사업자에게 개방되어 있다. 특히 신문유통원을 포함하여 신문지원제도의 정당성은 이미 헌법재판소도 인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과점신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여 신문지원제도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우리 민주주의를 위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우리는 차기정부의 신문관련 정책이 신문산업의 위기에서 다양한 정치적 의견의 조성과 민주적 여론형성을 하는 저널리즘 기능을 제대로 살려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돕기 위한 적절한 진흥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이에 앞서 특정 언론과 집단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 신방겸영 규제 폐지 추진을 진행하거나 신문지원기구 통폐합부터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여론의 독과점은 그 누구에게도 유리하지 않으며, 우리 민주주의엔 치명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


 

2008년 1월 1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