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미녀들의 수다>에 대한 민언련 논평 (2007. 11. 28)
등록 2013.09.0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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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 수다>, 선정적 제작행태 당장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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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미녀들의 수다>가 ‘애초 취지를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는 애초 “국내에 거주하며 우리나라를 몸소 체험한, 각국의 외국인 여성 16명이 출연, 그들의 눈을 통해 본 한국인들의 현 주소를 재치 있는 앙케트와 토크를 통해 풀어본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오락프로그램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여성 20명 정도와 한국인 남성 패널 6명 정도가 출연하여 외국인이 본 한국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에 방송하던 초반에는 출연자를 지나치게 외모 위주로 섭외한다는 지적을 비롯해 가족시청시간대에 부적절하다는 비판, 진행자와 패널의 문제가 지적되는 등 시청자들의 큰 관심만큼이나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방송은 외국인들이 서투른 한국말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의 문화를 되짚어보게 하고, 외국과 우리 문화의 차이를 드러내고 서로를 이해시켜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특히 그간 문화적인 접근이라고 하면 항상 지나치게 고전적이고 무겁게 접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와 외국의 문화를 즐거운 수다로 이해하고 느끼게 한다는 시도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30일 봄철 프로그램 개편에서 월요일 밤 11시대로 옮겨진 이후 자주 논란을 불러일으키더니, 최근 들어 애초 취지는 희석되고 선정적인 제작행태로 저급한 토크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 연예전문 인터넷신문들의 선정적 보도태도까지 더해지면서 <미녀들의 수다>의 문제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자밀라와 선정성에 빠져버린 <미녀들의 수다>


특히 최근 우즈베키스탄 출신 자밀라 씨에 대한 선정적 제작 행태는 프로그램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사회자인 남희석 씨부터 남성패널, 제작 PD까지 자밀라 씨의 ‘섹시함’이나 과도한 ‘애교’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고 이를 여과 없이 내보내는가 하면, 긴 시간을 할애해 이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자밀라 씨가 출연하기 시작한 12일부터 3주 동안의 방송을 보면, 미모의 외국인 여성을 불러 얼마나 애교가 넘치고, 섹시한가를 보이기 위해 방송을 만드는 게 아닌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사회자인 남희석 씨는 자밀라 씨 앞에서 얼굴이 빨개져 제대로 진행조차 못하는가 하면, 자밀라 씨가 ‘스타킹이 나가면 그냥 버린다’고 하자 이 프로그램의 PD는 ‘버리지 말아요~ 아껴줘요~’라는 민망한 내용의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또 남성패널들이 자밀라 씨에게 보이는 반응에 대해 연신 ‘녹아내린다’, ‘이미 자밀라의 포로’, ‘그런 눈으로 오빠라 부르지 말라. 계속 나오고 싶다’ 등의 자막을 내보내며 마치 ‘자밀라 팬클럽 방송’인양 자밀라 씨의 ‘섹시함’에 집착했다.


남성패널들 또한 “남희석 씨가 지금 방송 초반보다 머리가 좀 길었네요!” 등 질 낮은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사회자나 남성패널들의 과도한 관심에 대해 다른 여성패널들이 문제를 지적하면 ‘질투한다’는 식으로 몰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재 <미녀들의 수다>의 가장 큰 문제는 제작진으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패널의 생각을 과도하게 자막으로 넣는 것도 부족해, PD는 직접 자신의 이름까지 자막에 넣어 ‘PD도 남자다’는 식으로 자밀라 씨에게 치근대는 모습을 보였다. 또 편집 과정에서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음에도 고의로 자밀라 씨의 발언 부분을 비중 있게 내보내고, 춤추는 장면을 몇 차례나 다시 보여줬다. 제작진이 자밀라 씨의 섹시함을 과도하게 포장하고 ‘사적 관심’까지 쏟아내며 프로그램을 저질방송으로 격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밀라 씨를 부각시키는 지금의 <미녀들의 수다>의 방송행태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애초 취지를 뒤흔들고 있다. 시청자의 눈길을 끌 외국여성을 출연시켜 ‘섹시함’만 강조하고, 이를 부각하는 데 홀려 있는 제작진의 편집 행태는 <미녀들의 수다>가 왜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외모 지상주의’ 부추긴다는 지적 피하기 힘든 <미녀들의 수다> 섭외


11월 12일 첫 출연한 직후부터 빼어난 외모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자밀라 씨는 이미 4년 전부터 한국에서 홈쇼핑 모델로 활동한 경험이 있음에도 <미녀들의 수다>에서 “한 달 전에 왔다”고 거짓방송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밀라 씨는 한국말이 능숙하지 않아 토크 주제에 대해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기 힘든 상황이다. 통역을 하지 않고 우리말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에 이처럼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의 외국인 여성을 출연시키다보니 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취지가 희석되어 버리는 것이다. ‘외모’ 위주로 외국인 여성 패널을 섭외하는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는 <미녀들의 수다> 제작진이 ‘외모’ 보다는 토크의 기본적인 능력과 자질을 중심으로 섭외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바란다. <미녀들의 수다>는 그 동안 줄곧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그나마 외국 여성들의 솔직함으로 어느 정도 이해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외모’를 넘어 ‘섹시함’까지 부각해 특정 ‘미녀’에 대해 왜곡된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냥 지나치기 힘든 문제다.


특히 자밀라 씨의 높은 인기와 그녀의 섹시함에 집착하는 <미녀들의 수다>의 방송행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외국여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자칫 외국여성을 ‘성적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일부의 편견을 확대·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마저 생긴다.

 


선정적인 소재만 쫓아 다니는 연예뉴스도 문제


우리는 <미녀들의 수다>와 관련한 인터넷 연예뉴스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출신 여성패널 윈터 레이몬드 씨는 12일 방송에서 강도에게 폭행을 당하고 병원에서 자신을 매춘부로 오인해 차별을 받았던 상처를 고백했다. 하지만 이 방송이 끝난 후 온라인 게시판과 인터넷 뉴스는 윈터 씨의 사연은 외면한 채, 자밀라 씨의 섹시함을 강조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이에 윈터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힘들고 심각한 경험을 이야기했는데도 신문과 방송에서 나오지 않았다’며 ‘미디어를 이해할 수 없고 슬프다’고 심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오죽하면 캐나다 출신 패널 도미니크 씨 또한 ‘한국에서 어떤 사람들은 백인여자들이 다 매춘부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인식을 꼬집고, ‘인터넷에서는 윈터 씨에 대한 검색도 안 나온다’며 ‘왜 이렇게 관심이 없냐’고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한국사회의 치부를 지적해도 외면하고 오히려 선정적 이슈에만 집중한 것은 그 동안 인터넷 연예뉴스들이 보여 온 저질 황색저널리즘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으로 낯 뜨겁기까지 하다.
결국 선정적인 측면에만 관심을 보이는 인터넷 연예매체나 일부 네티즌들의 행태가, 일부 출연 여성의 섹시함을 부각해 눈길을 끄는 데 급급해 있는 제작행태와 맞물려, 여성패널들이 솔직하고 생산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만들고, 엽기적인 발언이나 자극적인 발언, 섹시함을 강조하는 행동을 하도록 내모는 게 아닌 지 우려스럽다.


우리는 무엇보다 제작진이 지금의 제작관행을 깊이 반성하고, 애초 기획의도를 되살려 줄 것을 촉구한다. 현재 <미녀들의 수다>가 동시간대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KBS가 이를 ‘자밀라 씨 덕분’이라고 해석하고 앞으로도 ‘막가기’를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미녀들의 수다>가 그 동안 많은 관심을 받은 배경에는 연예인 신변잡기 중심의 토크쇼 일색인 우리 방송풍토에서 차별성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또 우리가 돌아보지 못했던 문화의 여러 가지 부분을 외국인 여성의 눈으로 짚어보고 즐겁게 수다로 풀어내는 재미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잘못된 방송행태를 반복한다면, 당장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몰라도 결국 <미녀들의 수다>는 그 정체성이 근본부터 흔들려 존재 의의를 상실할지도 모른다.


KBS는 당장 저급한 제작행태를 수정하고 <미녀들의 수다>만의 ‘독특한 개성’을 되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공영방송 KBS가 이처럼 국민의 질타를 받는 방송행태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공영방송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마저 무너뜨릴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 <끝>

 


2007년 11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