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2007.11.5)
방송위원회는 중간광고 허용결정을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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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광고를 삽입하는 중간광고 범위를 확대키로 결정했다. 우리는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허용 결정은 시청자 주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보며, 지상파 방송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공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주요 사안을 이처럼 졸속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큰 실망을 느낀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있으며 그 본질이 ‘재원의 위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재정의 위기가 매우 심각하여 지상파 방송의 공공적 정체성마저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 단체는 지상파방송의 공공적 역할이 위축된 것이 단순히 재정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방송사나 그 구성원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지도 않는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의 재정적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중간광고 도입’이라는 해법부터 도출된 것은 논의의 절차도 잘못된 것이며, 논리 자체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먼저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헌신적으로 노력해왔는지, 재정 위기 타개를 위해 내부의 노력과 실천이 충분했는지 묻고 싶다. 방송사들은 공공적 의무를 다하고 더 나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며, 그동안 재정 위기 타개를 위해서도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시청자들은 이들의 노력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재정의 문제를 반드시 중간광고를 허용함으로써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았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이 광고비는 시청자들이 부담하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사의 내부 노력이 충분히 선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 위기가 타결되지 않아 중간광고를 통해 재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면, 시청자에게는 어떠한 혜택이 있는지도 명확히 제시되어야 한다. 중간광고를 통해 늘어난 재원으로 방송의 공공성을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실천방안과 중간광고 도입으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대한 약속도 먼저 제시했어야 한다. 방송사들이 이처럼 설득력 있는 근거자료 제공과 시청자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생략한 채, 방송위원회의 결정만 이끌어 내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로 우리는 현실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 도입이 재정위기 타개책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이 그동안 중간광고 도입의 폐해로 지적되어온 문제점들마저 부정하는 형식으로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에서는 중간광고 도입에 반대하면서 그 이유로 ▲시청률 위주의 편성과 시청자들이 주로 보는 프로그램에 광고가 집중되어 시청자의 짜증을 유발하고, 시청자들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 ▲시청률 경쟁을 필연적으로 유발하며, 그에 따라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강화되고 흥미 본위의 편성과 제작에 따른 방송의 상업주의적 경향이 심화될 우려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주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방송편성의 변화 및 방송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 ▲메이저 방송사의 수입이 증대되면서 다른 방송사 및 다른 이종매체의 수입 감소를 야기하여 매체 간 균형 발전을 저해할 우려 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방송사와 일부 학계에서는 “향후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 악화로 HD프로그램과 같은 고비용 콘텐츠 제작이 지장을 받을 경우 오히려 시청자의 볼 권리가 침해된다는 점에서 기존 시민단체의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 없는 논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단체는 이처럼 중간광고가 가져올 폐해를 아예 부정하는 주장은 문제점에 대한 대안마련 등의 후속조치 자체도 무의미하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어 바람직한 논의방향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이번 중간광고 도입은 분명 성급한 조치이다. 특히 시청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위원회가 너무 성급하게 중간광고를 허용한 것 역시 시청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이며 국민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반대하는 데도 불구하고 덜컥 중간광고 허용결정을 내린다면, 어떤 시청자가 방송위원회를 시청자의 충실한 대변인이라고 보겠는가.
방송위원회는 이번 중간광고 허용 결정을 철회하고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시청자의 시청권을 크게 방해할 중간광고 문제를 사회적 동의 없이 이처럼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한번 허용하고 나면 나중에 문제가 드러나도 번복하기 어렵다. 결정은 중간광고에 대한 많은 논의가 폭넓게 이루어지고 공감을 넓혀가는 사회적 합의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또한 방송위원회는 방송사에 대하여 좀 더 철저한 자기 혁신과 방송의 공공성 구현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기 바란다.
방송위원회는 공청회와 국무회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며 책임을 그쪽에 미루지 말라. 문제는 만든 자가 푸는 것이 가장 쉽고 바람직하다. 잘못은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는 것이 방송위원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끝>
2007년 11월 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