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정원과 국방부 과거사위 조사결과 발표’ 관련 주요일간지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10.29)
보수언론은 과거사위 흠집내기 멈추고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 고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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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신문들이 ‘과거사위 흠집내기’를 하면서 내용을 왜곡하여 오히려 자신들이 ‘언론탄압’을 받았다며 군부세력에 저항한 것처럼 국민을 속이려하고 있다 .
10월 24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는 국정원과 그 전신 중앙정보부(중정) 및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와 관련한 7대 의혹사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고, 그 결과를 담은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정원에 이어 10월 25일에는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국방부 과거사위)가 ‘신군부의 언론통제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신문들은 이번 조사결과의 의미를 짚고, 미흡한 부분을 지적·비판하기 보다는 또다시 과거사위 자체를 흠집내기에 바빴다.
국정원 과거사위의 보고서는 민청학련·인혁당 사건, 동백림 사건, 김형욱 실종사건, 부일장학회 강제헌납·경향신문 강제매각 사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KAL858기 폭파사건 등의 각종 의혹들을 정부기구가 스스로 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KAL858사건의 김현희 씨 경우처럼 조사 대상자가 진술을 거부할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어 일부 사항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부분과 DJ납치사건의 경우처럼 많은 사실을 확보하고도 유보적인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조사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국방부 과거사위가 ‘10·27 법난사건조사결과 보고서’와 함께 발표한 ‘신군부의 언론통제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에서는 당시 보안사가 언론인 강제해직과 언론사 강제통폐합을 주도한 ‘언론반’을 설치했고, 언론인 회유공작 계획인 ‘K공작’이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결재를 받아 실시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는 언론인 해직 대상자를 등급별로 분류해 ‘언론정화자 명단’이라는 문건을 만들어 당시 문화공보부에 통보하고 당시 보안사가 이런 과정을 거쳐 해직된 언론인 711명을 3등급으로 나눠 각각 6개월, 1년, 영구적으로 취업을 제한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보고서 역시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거의 없어 한계를 드러냈다.
과거사위 조사에 대한 흡집내기에 열 올리는 조선·동아
먼저 조선일보는 10월 26일 사설 <황당한 KAL기 폭파 음모론에 국민세금 쏟아붓더니>에서 KAL858기 의혹에 대해 “황당무계한 소설, 정신 나간 사람들의 몽유병 증세와 같은 수준의 얘기”라고 일축했다. 특히 “공영방송 KBS와 MBC가 큰 몫”을 하여 “이 사건과 관련된 수십가지 의혹을 제기”했고 “3년 가까이 국민세금을 쏟아 붓고선 결국 ‘사실 무근’이란 뻔한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며 ‘과거사위 활동’과 ‘공영방송 역할’까지 흔들기에 나섰다.
동아일보도 25일자 사설 <어떤 과거를 더 기억해야하나>에서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애쓴 독일파견 광원과 간호사와 비교해 “이 정부가 과거사 파헤치기에 쓴 국민혈세가 수천억 원이지만 코드와 정략을 넘어 진정 국민과 나라의 장래를 위해 한일이 있는가”라며 또다시 과거사위 활동을 폄훼하고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 “그런 정부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25일 각각 <과거사 의혹 말끔히 못 털어낸 국가정보원>, <과거사위 활동, 성과 있지만 미흡하다>라는 제목의 사설로 국정원 과거사위 조사결과의 성과를 짚어주고, 미처 밝히지 못한 내용들은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진상규명에 더욱 노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조사결과에 관해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KAL858기에 대한 의혹이 불거져 나온 원인 자체가 당시 안기부가 김현희의 진술에만 치중하고 검증없이 서둘려 발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정원 과거사위가 사건의 핵심인 김현희를 조사하지 못한 것은 애당초 조사결과의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조사결과를 확정된 것인 양 단정적으로 ‘사실무근’이라고 표현한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KBS와 MBC의 KAL858기 의혹 관련 방송에 대해 문제 삼는 것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외국 언론과 국내에서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방송사가 그에 대해서 추적하는 탐사보도조차 하지 않아야 된다고 보는 것인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마저도 소재로 다루지 않는 방송이 조선일보가 원하는 ‘공영방송’인지 되묻고 싶다.
과거사 결과마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축소·확대보도하는 조선·중앙
일부신문들은 보고서의 결과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축소·확대보도하는 태도도 보여줬다. 민청학련 · 인혁당 사건, 동백림 사건, 부일장학회 강제헌납·경향신문 강제매각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는 거의 다루지도 않았으며, 대부분 DJ납치사건과 KAL기 폭파사건만 집중해 보도했다. 또한 그동안 과거사위 활동에 앞장서 비난을 퍼붓던 조선일보는 국정원의 자사 탄압사건에 대해서는 ‘대서특필’을 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10월 25일 6면 <본지 비판기사에 광고주들 불러 “광고 취소하고 의뢰 않겠다”각서받아>라는 긴 제목과 <정보기관들 60~80년대 ‘조선일보 통제 시도’드러나>라는 소제목까지 붙인 기사에서 중앙정보부가 자신들에 대한 ‘광고탄압’과 ‘보도감시’를 하고 비판기사를 쓴 ‘기자들을 연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의 언론통제 실태’ 보고서에서 조선일보의 탄압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보고서에는 조선일보가 기자들을 ‘해직’시킨 내용이 분명히 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군사정권에 부역하며 누구보다 찬양을 일삼았던 조선일보가 반성은커녕 ‘탄압’과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언론자유를 위해 싸운 기자들을 거리를 내몬 것에 대한 사과는 한 줄도 쓰지 않으니 정녕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중앙일보도 ‘언론탄압’에 대한 보고서 결과 내용보다는 ‘자사탄압’에만 목소리를 높였으며, 자신들이 신군부의 언론탄압에 긴밀하게 협조한 것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었다. 중앙일보는 26일 1면 <소설을 고문한 전두환 정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시 중앙일보에 소설을 연재하던 한수산 작가와 권영빈 기자가 신군부로부터 탄압을 받았다고 강조하다가 8면 <80년 ‘TBC 통폐합’ 신군부가 지시>에서는 “신군부가 TBS(동양방송)를 KBS에 흡수토록 했다”는 보고서 결과의 일부분을 크게 보도하며 “TBS는 KBS에 통합돼 KBS-2TV로 바뀌었”고, “TBS는 당시 중앙일보와 함께 중앙 미디어그룹 계열사였다”라며 역시 자신들이 탄압을 받았다는 사실만을 부각시켰다.
우리 단체는 2003년 6월 3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 폄하하고 전두환 정권의 출범을 찬양한 언론인들의 행적을 모니터한 ‘80년 신군부 부역언론인들에 대한 모니터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1980년 5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당시 6대 일간지(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국)를 모니터한 보고서에 의하면,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은 자신이 국보위 위원으로 5공화국 출범에 직접 협조하기도 했으며, 김대중 기자(현 조선일보 고문)는 5월 광주를 ‘무정부 상태’로 묘사했다. 동아일보 최규철 기자(현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언론위원회 부위원장)는 80년 8월 29일에 <새시대의 기수 전두환 대통령>이라는 찬양기사를 썼다. 기사에는 ‘정직·성실…평범 속의 비범 실천’ 등의 부제가 붙어있다. 당시 <중앙일보> 성병욱 기자(현 세종대 석좌교수·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기금 이사장)는 80년 <합천에서 청와대까지; 전두환 대통령의 어제와 오늘>, <“새 역사 창조에 신명 바치겠다”-전두환 대장 예편>이라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조선·중앙·동아가 과거사 진상규명 자체를 폄훼하고 자신들이 피해자일 뿐이라고 부각시키는 보도태도는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가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얄팍한 술수일 뿐이다. 또한 백번 양보해서 그들의 주장처럼 과거 군사정권에 대한 찬양 보도가 그들로부터 부당한 언론통제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면, 도대체 지금은 무엇 때문에 예전과 같은 불공정·왜곡·편파 보도를 계속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조·중·동 자신들의 언론부역에 대한 반성부터 하라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몇 번을 강조하지만,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밝혀내 이를 바로잡는 것은 결코 소모적인 작업이 아니다. 오히려 왜곡되고 감추어진 역사를 재조사해 진실을 밝힘으로써 진정한 화해와 발전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국가기관으로 인한 개인의 인권침해는 당연히 국가가 바로잡고 보상해야 마땅하며, 이런 작업이 선행되어야만 다시는 이와 같은 참담한 역사가 재발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 쿠데타의 주역을 국가지도자로 치켜세우며 ‘군사정권 세우기’에 앞장서고 찬양을 일삼았던 일부 신문들의 과거사에 대한 보도태도는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반성은커녕 과거사에 대한 조사자체를 흔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 확대보도하고, 일부 내용은 보도조차 하지 않는 이런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의혹제기라는 언론의 당연한 역할을 수행한 KBS와 MBC를 오히려 비판하며 ‘공영방송 흔들기’로 연결시키거나, ‘과거’를 보지 않는 정부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은 기본적인 언론의 역할은커녕 사회 구성원의 역할마저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과거에 대해 일말의 양심과 책임이 있다면 오히려 국가기관들이 낸 보고서 결과의 미흡한 점을 지적하고 비판하여 사회가 진실과 화해의 분위기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책임이다. 조선·중앙·동아는 자신들의 과거를 왜곡하여 국민을 속이려고 하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잘못을 솔직히 털어놓고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입이라도 다물어라. <끝>
2007년 10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