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정부의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에 대한 민언련 성명(2007.10.25)
등록 2013.09.0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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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만적인 파병 연장 철회하고, 자이툰 부대 철군 약속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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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이라크에 파병한 자이툰 부대의 주둔을 또 다시 1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단체는 정부의 이번 결정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하며 애초 약속대로 자이툰 부대를 올해 안에 반드시 철군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던 정부는,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치솟아 올랐던 ‘반전평화·파병반대’ 목소리를 끝내 외면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 2004년 8월 결국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로 파병시켰다. 그 후 이 정부는 해마다 연말이 되면 자이툰 부대의 파병기간을 연장시켜왔다. 그러기를 3번째 반복한 지난해 연말, 정부는 국회에 ‘파병연장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올해 6월까지 ‘자이툰 부대 임무종결 계획서’를 제출하고 연내에 철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는 임무종결 계획 제출을 6월에서 9월로, 다시 10월로 미루더니 결국 약속을 뒤집고 파병 연장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10월 23일 있은 ‘대국민 담화’에서 파병 연장을 결정한 이유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공조 유지’, ‘자이툰 부대가 중동 지역 정세 안정에 기여’, ‘경제적 측면에 대한 고려’ 등을 들며 이 모두가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하나같이 약속을 뒤집는 것에 대한 자기합리화에 불과한 궤변들이다.
우리 단체는 일찍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전쟁반대’, ‘파병반대’, ‘조속한 철군’을 한결같이 요구해왔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 등을 가지고 있고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를 지원했다며 자기들이 일으킨 전쟁을 ‘대테러전’이라 칭했지만 이 모든 것이 허구로 드러났다.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전쟁 전에 CIA 등에서 제시한 테러단체와의 연계 증거들은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쟁을 일으킨 미국 내에서조차 ‘전쟁반대’와 ‘미군철군’의 목소리가 드높아졌으며, 부시 대통령은 절대 다수의 미국인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은 물론 공화당에서조차 부시 행정부의 대이라크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에 이르렀다. 부시의 잘못된 정책으로 이라크에 보내진 미군들은 주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애꿎은 희생자만 늘어날 뿐, 점점 더 깊숙한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라크에 계속 주둔한다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는가. 정당하지 못한 침략전쟁을 지지하고 돕는 대가로 얻는 평화가 어떻게 진정한 평화일 수 있는가. 이 같은 주장은 처음 정부가 이라크에 국군을 파병한다고 했을 때부터 우리 단체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해왔던 것이다. 새삼스럽지도 않을뿐더러 이라크전이 잘못된 침략 전쟁이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난 지금, 더욱 정당하다.
더구나 ‘한반도 평화’가 우리 군대의 이라크 파병으로 지켜질 수 있다는 논리도 파탄난지 오래다. 물론 노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6자회담, 평화체제 구축 등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정세변화에 있어 미국의 협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협조했다고 해서 한반도 문제에서 ‘한·미 공조’가 제대로 이뤄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이툰 부대의 파병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2004년 이후 대북강경책을 더욱 강화하면서 한반도 위기를 부추겨왔다. ‘9.19 성명’을 휴지로 만들어버리고, BDA 문제로 북을 얼마나 압박했던가.
미국이 북미관계 정상화에 나서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라크에 발목 잡힌 부시 행정부가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중간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네오콘들이 퇴조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침략을 몰아붙인 이 네오콘들이 역시나 대북강경책들을 추진해왔고, 이들이 밀려남으로써 북미관계에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진정 ‘한반도 평화’를 원하고, 여기에 미국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면 미국이 하루라도 빨리 이라크에서 빠져나오도록 돕는 최선이요, 이것이 ‘동맹국’의 진정한 자세다.
이밖에 자이툰 부대로 인해 중동 정세가 안정되었다는 주장도 그야말로 ‘눈감고 아웅’하는 기만이다. 중동 정세가 안정되어서 이라크에서 하루가 멀다고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무장단체들의 공격이 끊이지 않는 것인가. 당장 지금도 자이툰 부대가 주둔한 이라크 북부 지역은 전운에 휩싸이고 있는 중이다.
자이툰 파병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 또한 마찬가지다. 침략전쟁에 동조한 대가로 경제적 실익을 얻겠다는 이 정부의 자세부터가 한심스럽기 짝이 없지만, 미국·영국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의 군대를 파병한지 3년이 지났음에도 얻어낸 경제적 이익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정부의 주장은 그야말로 궤변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의 파병 연장 요청을 받자마자 사실상 이를 수락해놓고 그동안 딴청을 부렸다. 미국의 요구에 대해 이토록 무력하게 받아들이기에 급급한 정부의 모습에 우리는 분노와 함께 애처로움까지 느낀다. 이미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점령이 불법적이고 부당한 것으로 만천하에 폭로된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파병 연장은 ‘한미공조’가 아니라 ‘노무현-부시 공조’라는 비웃음마저 사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나라 군대가 미국의 침략전쟁에 동참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 미국의 불법적인 이라크 점령을 종식시키고 자이툰 부대의 연내 철군을 실현시키기 위해 시민사회 전체 구성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최선의 노력을 다해 맞서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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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