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명박 후보의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9.13)
언론, 또 ‘감싸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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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가 중앙일간지 편집국장 10여 명과 비공개로 열린 만찬모임에서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지난 8월 28일 이명박 후보와 편집국장들과의 만찬모임에 참여했던 A 국장은 “이 후보가 현대건설 다닐 때 외국에서 근무한 이야기를 하면서 ‘현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 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 (편집자에 의해 일부 생략) 그러나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 (편집자에 의해 일부 생략)’ 식의 이야기를 했다. 2주 전의 일이라 내가 옮긴 말이 100%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유력한 대선주자가 해도 될 발언이 아니다. 사적인 자리라 하더라도 이명박 후보의 여성관, 성의식 등이 얼마나 저열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이 후보의 자질이 심히 우려되는 발언이다. 이명박 후보는 관련 발언에 대한 진상을 정확히 밝히고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언론사들의 태도는 더욱 문제다. 이 발언이 나온 지 15일 정도가 흘렀고, 오마이뉴스가 이를 12일 기사화했지만, 그 외에 이를 보도한 곳은 신문, 방송 한 곳도 없었다. 이명박 후보가 문제발언으로 자질논란이 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장애인 비하 발언, 동성애자 비하 발언, 여성 비하 발언 등으로 계속 물의를 빚어왔고, 그때마다 언론은 이를 축소보도하며 감싸주기에 급급했다. 특히 보수신문은 관련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아 정동영 전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을 대대적으로 맹비난했던 태도를 돌이켜보면 얼마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10개 중앙일간지 편집국장들의 태도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모임에 참석했던 한 편집국장에 발언에 따르면 “이 자리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당선을 축하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언론을 대표한다는 언론사에서 전체 기사를 책임지는 편집국장이 유력 대선주자와 만나는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유력 대선주자와 친밀도를 높이고 일종의 향응을 제공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또 10개 중앙일간지 편집국장이 일반적인 간담회 자리가 아닌 특정당의 대선 후보 당선을 ‘축하’하는 자리에 모였다는 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편집국장들이 이 자리에서 나온 문제발언을 덮고 넘어간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이명박 후보와의 만남이 비공개자리였다 하더라도 이명박 후보의 문제 발언을 따져보고 기사화할 필요가 있었다. 언론이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다. 대통령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사람이 자질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면 이는 유권자들이 알아야할 중요한 정보다. 그럼에도 편집국장들이 이를 간과하고 덮어버렸던 것이다. 또 관련 사실이 일부 기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일선 기자들이 기사화해야한다는 요구가 있었음에도 이를 보도하지 않은 것은 편집국장들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앙일간지 편집국장들과 언론의 이런 태도에 대선보도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하겠는가. 유권자들이 앞으로의 신문사들에 대한 검증 보도를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이는 대선 보도를 통해 후보들의 올바른 정보를 얻고자 했던 유권자들에게 최소한의 신뢰조차 저버리는 행태다. 이제라도 언론사들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이명박 후보의 자질 검증을 더 철저하게 해주길 촉구한다. 몇몇 언론이 발언을 덮고 감싸주는 데 급급해서는 독자인 유권자들이 그들이 원하는 대통령을 뽑을 수 없다.
또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언론사들이 대선 후보들과의 부적절한 만남을 중단하고,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대선보도를 위해 그동안 제기되어온 선거보도준칙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철저히 지켜주길 촉구한다. <끝>
2007년 9월 1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