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교육부의 고려대 학생 정원 제재’ 관련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민언련 논평
조선일보는 기사 작성의 ABC도 내팽개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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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 조선일보에는 ‘조선일보가 왜 찌라시라 불리는지’ 유감없이 확인시켜주는 아주 황당한 기사가 실렸다. 1면 머리기사인 <교육부, 또 내신실질반영률로 대학 위협>과 이에 대한 관련기사로 12면에 게재된 <‘교수 1인당 학생수 위반’ 핑계로 보복>이란 기사다.
교육부가 5일, ‘고려대가 고려대 병설 전문대와의 통폐합 승인조건이던 전임교원 확보율을 충족하지 못해 이에 대한 제재조치로 내년도 고려대 입시정원을 160명 줄이겠다’는 공문을 고려대 측에 보낸 것에 대해 “고려대의 2008학년도 입시 내신 반영률이 대학 중 가장 낮기 때문에(17.96%) ‘말 안 듣는 대학 손보기’ 조치를 즉각 실천에 옮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쓴 기사들이다.
교육부에서 “원래 이맘때쯤 작년에 잘못을 저지른 대학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통보하고 이의신청을 받는다”며 “내신 반영률 지침을 따르지 않은 데 대한 사후 조치는 전혀 아니다”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조선은 막무가내식 억측으로 “학생 정원 감축은 교육부가 대학에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 조치 중 하나”라며 교육부의 ‘말 안 듣는 대학에 대한 보복’이 아주 강도 높게 이뤄진 것처럼 ‘소설’을 썼다.
물론 교육부는 지난 4일 “일부 대학이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낮게 책정하거나 등급 간 점수 차이를 미미하게 한 것은 유감스럽다”며 “공교육 정상화에 어긋난 대학은 행정적 재정적 제재를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이 입장이 발표된 지 ‘하루’ 만이라고 하여 전혀 다른 사안으로 내려진 제재 조치를 두고, 내신 반영률을 ‘가장 낮게’ 책정한 고려대에 ‘보복’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기사로서의 최소한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작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더구나 교육부는 내신실질반영률과 관련된 제재를 “내년 2월에 대학별 전형 결과를 분석”해서 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
그럼에도 이 기사는 사실관계와 인과관계는 내팽개치고 ‘추측’을 ‘사실’로 둔갑시켜 교육부의 입시정책을 뒤흔들었다.
특히 “교육부 해명대로 ‘오비이락’이라고 하더라도 ‘말 안 듣는’ 대학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직후여서 교육부가 대학들에 감정적으로 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쓴 부분은 어떻게든 교육부의 ‘공교육 정상화 정책’을 흠집내보겠다는 조선일보 기자의 지독한 아집과 독선이 그대로 담겨 있다.
만약 교육부가 고려대에 대한 정원 축소 제재를 9월 3일이나 일주일 쯤 뒤에 통보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시점에 따라서는 아무런 문제도 될 수 없는 사안을 두고 ‘감정적’이라거나 ‘보복’으로까지 몰아붙이는 조선의 작태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고려대와 함께 이번에 교육부의 제재를 받은 다른 83개 대학도 ‘감정적 보복’을 당한 것이란 말인가.
조선이 이런 기사를 쓴 이유는 명확하다. “정부가 대학입시와 관련해 대학에 간섭하는 것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주장하고 싶어서다.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내용임에도 억측만으로 사실로 둔갑시킨 뒤 결국 조선은 ‘내신실질반영비율을 낮게 책정한 대학에 교육부의 제재는 대학의 자율을 훼손하는 자가당착’이라는 주장을 쏟아냈다.
심지어 이석연 변호사의 입을 빌어 “대입에 간여하는 것도 위헌이고, 국민 대다수가 관계되는 대입을 국회가 정하는 법률도 아닌 일개 부처의 고시로 정하는 것도 위헌”이라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갔다.
결국 ‘학교통폐합에 따른 교원확보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 따른 교육부의 제재’가 ‘내신반영률이 낮은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위헌적 보복’으로 둔갑된 것이다.
한편, 교육부는 조선의 기사에 대해 6일 ‘해명자료’를 내고 “‘고대 정원 감축’건은 ‘내신 실질 반영률’관련 보복성 제재 조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다시 한 번 밝혔다. 또 “고려대에 대한 통폐합 승인시, 2006년부터 승인 조건을 미이행하는 경우, 시정조치 기간 없이 조건이 충족되도록 입학정원을 감축할 것”을 2005년 10월 25일 고려대에 이미 통보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마땅히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교육부는 ‘해명’ 정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언론중재 등 더욱 강도 높은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정도 사안으로 ‘위헌’ 운운으로까지 나아가는 꼴을 본 데서 알 수 있듯 수구신문들은 앞으로도 계속 ‘학교생활기록부의 입시 반영비율’과 이에 따른 ‘교육부의 제재’에 대해 분명 벌떼처럼 달려 들 것이 분명하다.
우리 단체는 대학의 자율성을 핑계 삼아 공교육 정상화라는 공적 책임을 저버리는 대학에 대해 교육부가 엄격하게 제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다수 국민들도 우리 단체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교육부가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대학들은 물론 수구신문들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해주길 바란다. <끝>
2007년 9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