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미국산 쇠고기 검역재개’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8.24)
등록 2013.09.0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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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보도 언제쯤 ‘성역’에서 벗어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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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인 척추뼈 검출로 지난 1일 이후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검역이 오는 27일부터 재개된다.
농림부는 24일 “미국측으로부터 지난 16일 받은 척추뼈 및 갈비통뼈 수출 해명 및 재발방지 대책을 검토한 결과 현행 수입위생조건에 규정된 ‘미국내 광우병 위험을 객관적으로 악화시킨 것’으로 판단되지 않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농림부는 현재 5단계에 있는 현행 수입위생조건의 개정을 위한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하기로 하고, 앞으로 검역과정에서 수입위생조건 위반사례가 발견될 경우에는 현재의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한겨레는 2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할 듯>에서 수입 재개 전망을 내놨다. 기사는 소제목을 <농림부 오늘 결정…“척추뼈 해명 보내와”/현지 점검도 없이 다시 검역…“주권 포기”>라고 달고, 수입검역 재개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기사는 “수입국의 법적 권한인 수입중단 조처도 취하지 않은 데 이어, 현지 점검 등도 거치지 않은 채 검역을 재개한다는 것은 검역 주권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한 뒤, “등골뼈 수출은 현행 한­미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명백한 위반임에도,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과 관련해 미국산 쇠고기 검역 문제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취해왔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7면 <미국산 쇠고기 검역 재개되나>에서 결정 여부에 관한 전망을 내놨다. 기사는 한미 FTA 비준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가 ‘수입 중단’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한 뒤, “광우병 위험 때문에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해온 축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거세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8면에서는 용산 이마트 식품매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 사진기사를 보도했다. 한편, 조·중·동은 관련 기사를 한 건도 내지 않았다.


방송보도는 KBS 9시뉴스만 관련뉴스를 내보냈다. “대형 마트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구하지 못해 안달입니다…검역이 재개돼 이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릴 경우 육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美 쇠고기 검역 재개로 인한 시장 혼란을 우려하는 데 그쳤다. 이번 검역재개가 이루어진 과정과 문제에 대한 보도 없이 시장변화에 중점을 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MBC, SBS는 관련 보도를 한 꼭지도 내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 1월 척추뼈 발견으로 수입중단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후 6개월 동안 미국이 재발 방지책을 제시하고 일본이 이를 점검한 뒤에야 수입 금지를 해제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같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검역중단이라는 미미한 조치 뿐이었다. 그나마도 4주 만에 다시 검역재개방침을 내놓았다. 또한 지난달 25일 미국 측의 잦은 위생조건 위반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일단 뒤로 미루기로 했던 현행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수입위험분석 절차도 다시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강기갑 의원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때 두 번 중 한 번은 뼛조각이나 갈비통뼈가 검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해 10월 수입 재개 이후 미국이 수입위생조건을 어긴 것만도 163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듯 미국의 계속되는 수입위생조건 위반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의 계속되는 ‘훈방처리’가 이어지는 데는 한-미 FTA 비준을 위한 압력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24일 정부의 발표는 4주만에 우리의 검역주권을 또 다시 미국에게 이양한 것에 다름 아니다. 오늘 발표를 앞두고도 조·중·동은 한 건의 보도를 내지 않았다. 방송 3사의 소극적인 보도형태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간 모니터 결과에서 보여 온 ‘미 쇠고기에 유리한 사안은 많이, 불리한 사안은 적게 보도’하는 경향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언론의 감시기능이 이처럼 축소되어 있는 작금의 현실이 개탄스럽다.
우리 단체는 그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언론의 소극적인 보도태도 지양과 정확한 정보 제공, 안전성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 등을 촉구해 왔다. ‘국민 건강권’은 양보의 미덕으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언론은 위생검역에 더욱 철저한 감시보도를 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검역 주권을 포기하는 일체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것이다. <끝>

 


2007년 8월 2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