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 경선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8.18)
의혹검증에 피해가는 공방형식 ‘중계보도’는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 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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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터기간 : 8월 8일-8월 17일
○ 모니터대상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한나라당 경선 관련 보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쯤 두 후보에 대한 검증이 끝나고 지지자들의 심판을 기다려야 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에 대한 의혹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고, 연일 이명박, 박근혜 후보의 격렬한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몇 가지 의혹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지만 관련자들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의혹이 풀리지 않은 것이 문제를 확대하고 있는 주요 원인이다.
이에 대해 방송보도는 여전히 의혹 검증에는 ‘몸사리기’로 일관하고, 후보들의 치열한 난타전을 중계하는 데 급급했다. 또 새롭게 제기된 의혹도 외면했다.
도곡동 땅 주인 진실규명엔 ‘몸사리기’
검찰은 지난 13일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 관련 고소사건에 대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수사결과, 이 후보의 큰형 이상은 씨가 갖고 있는 도곡동 땅의 지분은 이 씨가 아닌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포스코가 1995년 도곡동 땅을 265억 원에 사들인 것도 김만제 전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 측은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검찰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이 후보 측이 계속 정치공세를 벌일 경우 수사내용을 추가로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이 후보 측 관련자가 자진 출석하면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후보 측은 수사를 재개해야 출석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수사는 재개되지 못하고, 도곡동 땅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진실은 미궁에 빠져있는 상태다.
우선 이번 수사결과 발표 후, 언론이 가장 관심을 보였어야 할 부분은 도곡동 땅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가, 도곡동 땅의 주인이 이명박 후보인가이다.
하지만 방송보도는 검찰의 발표를 그대로 전하는 데 그쳤고, 이-박, 이-검찰 측의 ‘공방’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특히 이 후보 측이 제기한 정치공작 의혹을 그대로 전하는가 하면, 검찰 측의 반박을 이 후보 측과의 공방으로 치부하며 공방을 부각하는 데 급급했다.
한나라당 경선 관련 보도를 8일부터 17일까지 분석한 결과, 검찰 수사결과 관련한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도곡동 땅과 이명박 후보 관련 검찰수사결과가 발표된 이후 관련 방송보도는 1~2꼭지에서 수사결과를 전하고, 대체로 공방보도(이-박 공방, 검찰-이 후보 공방)에 집중했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 후 공방보도가 KBS 75%, MBC 64.7%, SBS 61.5%로 나타났다. 이명박, 박근혜 후보 측의 공방이 KBS 33.3%(4건), MBC 35.3%(6건), SBS 23.1%(3건)나 되었고, 이명박 후보 측이 정치공작이라며 검찰을 공격하고 이에 검찰이 대응한 보도를 ‘공방’ 형식으로 다룬 보도도 MBC가 29.4%(5건), KBS 41.7%(5건), SBS 38.5%(3건)이었다.<표1>
특히, 이 후보 측과 검찰 측의 공방 형식으로 보도한 것들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검찰의 수사 결과 중 차명재산 의혹에 대한 증거는 명백하게 제시됐고, 이상은 씨 관련자가 협조를 하지 않아 제3자를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반면, 이 후보 측은 검찰 발표를 아무런 증거의 제시 없이 정치공작이라고 몰아세운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양측의 공방으로 보도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호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방송보도는 진실을 밝혀내는 걸림돌이 무엇이고, 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길 바란다.
이밖에 검찰수사결과에 대한 의혹이 남은 이유를 짚어준 보도가 방송사별로 1꼭지씩 있었고, 수사결과에 미칠 영향을 MBC, SBS에서 한 꼭지씩 다뤘다. 또 김유찬 씨 위증교사의 증거가 될 만한 CD가 새롭게 공개됐다는 보도를 방송 3사 모두 15일 한 꼭지씩 보도했다. 하지만 그 외에 검찰 결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거나 새롭게 제기된 의혹을 검증한 보도는 없었다.
검찰수사 결과에서 전혀 앞으로 나가지 못한 방송보도
검찰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경우 이명박 후보 쪽에 의혹의 무게를 두며 검찰 수사의 미흡함을 지적하고, 보다 철저한 의혹규명을 촉구했다. 또 스스로 의혹을 규명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보였다. 특히 한겨레는 이상은 씨 자금관리자인 이병모 씨는 이명박 후보 소유빌딩 등을 관리하는 기업의 직원이고, 이 후보 관련 부동산 소득, 재산신고, 세금 등과 관련해서는 창구 노릇을 전담하는가 하면, 한나라당 경선 검증위원회에 낼 이 후보의 서류를 작성했던 사람이라고 밝혀 이 후보와의 관계에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보도는 이상은 씨 자금관리자와 이명박 후보의 연관성에 대한 보도를 거의 내보내지 않았다. 다만 MBC가 <풀리지 않는 의혹>(8.14)에서 “의혹이 불거진 부분은 이상은 씨 자금관리인과 이명박 후보의 관계”라며 “자금관리인은 이 후보 소유의 빌딩 관리업체 직원으로 밝혀졌다”고 전하고, “3자가 이 후보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지만 이상은 씨는 사돈 김재정 씨를 통해 소개받았다고만 해명했다”는 입장을 전한 것에 그쳤다.
그 외에 방송보도가 ‘도곡동 땅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혹’으로 제기한 것은 검찰이 제기했던 것에 불과했다. KBS는 <실제 땅 주인은>(13일), MBC <진짜주인은 누구?>(13일), <풀리지 않는 의혹>(14일), SBS <남은 의혹들>(13일)에서 이상은 씨가 도곡동 땅을 팔고 받은 돈 중 현금 인출된 15억 원에 대한 자금 추적, 이상은 씨의 자산관리 방식, 김만제 전 포철회장과의 땅 거래 과정, 도곡동 매각대금 중 11억 원이 다스의 출자금으로 들어가 다스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등에 대해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고 검찰이 지적한 문제를 다시 정리해서 전하는 데 그쳤다. 물론 이를 추적해 의혹을 규명하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의혹엔 여전히 ‘외면’
한편, 한겨레가 BBK의 핵심인물인 김경준 씨와의 인터뷰에서 BBK 등 3곳이 100% 이명박 회사라는 것과 다스에 투자한 190억원이 3개 회사의 자본금으로 쓰였다는 13일, 17일 보도에 대해서도 방송보도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다만 “김경준 씨가 귀국해야 BBK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검찰의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김유찬 씨 위증교사와 관련한 새로운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방송사는 이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이 후보 옛 지구당 사무국장이 이 후보가 1996년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이 후보의 전비서관인 김유찬 씨에게 이 후보에 유리한 거짓 증언을 부탁했다고 스스로 밝힌 녹음 CD가 공개됐고, 경향신문에서는 CD 녹취록을 공개하고, 당시 수사를 총 지위했던 전 서울지검장과 주임검사가 위증 교사 개연성이 있다는 인터뷰를 내보냈다. 결국 검찰은 김유찬 씨 위증교사와 관련해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 3사는 15일 관련 보도를 한 꼭지씩 내보냈다. 3사는 모두 김유찬 씨의 구속사실을 짚어주고 CD에 녹음된 내용을 공개하며 “파장이 일고 있다”(K), “진실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M), “파장이 일고 있다”(S)고 보도했다. 또 3사 모두 CD에서 위증교사를 했다는 이 후보의 옛 지구당 사무국장 권 씨가 이를 부인했다고 전하고, 검찰입장에 대해서도 “전체 결과에 영향을 줄 정도의 사안은 아니지만, 일단 녹취록을 제출받아 검토 하겠다”고 전했다. SBS의 경우 “CD공개는 또 하나의 공작음모”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내보내기도 했다.
방송 3사는 김유찬 위증교사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보다는 제기된 의혹을 그대로 전하고 당사자들과 검찰의 입장을 그대로 전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박 두 후보에 편중
검찰 수사 관련 보도 외에 한나라당 경선 보도는 MBC가 7건으로 가장 많았고, SBS 6건, KBS가 3건의 보도를 내보냈다. 후보들이 자기 승리를 장담한 발언을 전달한 보도와 여론조사 보도가 3사 모두 있었고, KBS만 불법선거운동과 경선 후 파장을 다루지 않았다.<표2>
방송보도는 막판까지도 ‘정책검증’, ‘의혹검증’에는 관심이 없고, 누가 1등을 할지, 경선 후 갈라설지 말지에만 관심을 보였다.
또한 후보를 다루는 태도도 편향적이었다. 대부분의 보도가 이명박, 박근혜 후보를 중심으로 다뤘고, 홍준표, 원희룡 후보와 관련해서는 방송 3사 모두 여론조사 보도에서 지지도를 언급하는 수준으로 다뤘다. 방송보도는 경선 과정 내내 이명박, 박근혜 후보를 중심으로 다루다가 경선 막바지까지 두 후보만을 중심으로 다룬 것이다.
한나라당 경선과 관련해 정책·의혹 검증을 소홀히 하고 ‘공방’만을 중계하는 방송의 보도태도에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의혹 검증을 제대로 해야 ‘정책선거’가 될 수 있고, 유권자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공방’ 중심의 보도, 1, 2등 중심의 보도, 경마식 보도를 계속하는 것은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저해하는 일이다.
또한 도곡동 땅 및 김유찬 씨 위증교사와 관련해 검찰이 추가 수사를 빠르게 진행해야 하겠지만,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도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계속해서 ‘몸사리기’로 일관하며 검증을 외면해서는 이번 대선에서 방송보도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보수신문이 특정 후보들에게 유리한 보도를 하며,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마저 이를 외면한다면, 대선에서 후보들의 공정한 경쟁은 어렵게 된다.
이제라도 방송이 올바른 인물·정책 검증보도를 위해 심사숙고하고, 새롭게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길 촉구한다.
2007년 8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