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명박 씨 부동산 의혹 검찰 중간수사 발표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8.17)
야당 후보의 도덕성 의혹 외면한 조·중·동은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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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8월 13일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와 관련한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에 대해 “의혹이 일었던 도곡동 땅 가운데 이 후보의 큰 형 이상은씨 지분은 본인이 아닌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이후, 이 후보 캠프는 ‘공작수사’, ‘정치검찰’ 운운하고, 정상명 검찰총장 탄핵을 거론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검찰은 15일 이 후보 쪽과 한나라당 등이 관련자 출석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수사 내용을 추가로 공개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한편, 서울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을 확인하는 수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발표 이후 대부분의 신문은 수사 결과 내용을 연일 1면과 종합면, 사설 등을 통해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검찰이 ‘제3자’와 ‘~보인다’라는 추측성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신문마다 보도 방향에 차이가 있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명박 후보 쪽에 의혹의 무게를 싣고 검찰 수사의 미흡함을 지적하고, 보다 철저한 의혹규명을 촉구하고, 신문 스스로 적극적 의혹을 규명해보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반면, 조·중·동은 의혹 자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검찰의 발표에 정치적 의혹이 있는 것처럼 몰고 갔다.
조선, 검찰수사 결과의 미흡함보다는 발표 시기를 놓고 정치적 의혹 부각
조선일보는 검찰발표 이후 도곡동 땅 관련 의혹에 관한 해설/분석 기사가 한 건도 없었다. 그나마 보도한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도 검찰 발표에 대한 불만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14일 4면 <“차명으로 보인다”/이상한 수사 발표>는 발표 시기를 둘러싼 검찰 내부 혼란을 부각시켰다. 기사는 “한나라당 경선을 불과 6일 앞두고 여야를 통틀어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을 발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검찰 수사를 정치 공작이 개입된 것처럼 표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검증 보도임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 측 입장 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보도가 많았다. 17일 6면은 총 4건의 관련기사들을 통편집했는데 모두 이측 입장에 대한 보도였다. 제목도 <“하늘이 두쪽 나도 내땅 아니다”>, <李캠프 “수사내용 공개”, 검찰 “…”>, <강재섭 “경선에 外勢 불러들여 이꼴”>, <검찰 지목 ‘이상은씨 재산관리인’ 이영배씨/“3~4차례 돈 심부름만”…검찰수사 전면 否認>으로 이명박 후보의 입장에 유리하게 표현했다.
중앙과 동아는 조선일보와 같은 노골적이진 않았으나, 검증 의혹에 대한 심층적인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했다. 또 검찰발표에 대해 주로 검찰과 이명박·박근혜 후보 3자의 공방구도로 몰고 가거나, 각 입장을 전달하는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중앙일보는 17일 4면 <정상명의 검찰 배수진 쳤나>에서 검찰 총장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기사는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 수사에 대한 검찰의 행보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그 한복판에는 정상명 검찰총장이 서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겨레·경향, 검찰 발표의 미흡한 비판하면서 실체규명 노력 보여
한겨레는 15일 사설 <제3자가 이명박 후보인지 규명해야 한다>에서는 ‘제3자’가 이후보일 개연성에 초점을 맞췄다. 사설은 “이 후보에게 의혹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검찰은 “수사 결과를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자의적으로 굴절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16일 사설 <도곡동 땅주인 확인, 디엔에이 검사만큼 쉽다>에서는 “이 후보가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진정으로 해소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재산관리인으로 일하는 두 사람을 검찰에 자진 출두시켜 조사를 받게 하는 게 먼저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도곡동 땅도 디엔에이(DNA) 검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발언에 대해 서는 “디엔에이 검사 의뢰만큼이나 쉽다…실체를 확인할 방법이 있는데도 무조건 내 땅이 아니라면서 억울하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4일 사설 <도곡동 땅 ‘진짜주인’ 제대로 밝혀내야>에서 “검찰의 발표대로라면 이상은 씨는 명목상의 땅 소유주일 뿐 진짜 주인은 따로 있는 셈이다…이씨가 입을 굳게 다물거나 설득력 없는 변명을 할수록 ‘도곡동 땅은 이명박 땅’이라는 국민들의 믿음도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한나라당이 김만제 전 포철 회장의 수사를 막은 것에 대해서도 “도곡동 땅이 이 후보와 관련이 없다면, 김 전 회장이 도곡동 땅 매입과정에서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검찰 출석을 막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17일 사설 <‘말’이 아닌 ‘수사’로 도곡동 땅 주인 밝혀내야>에서는 “‘핵심 참고인들이 수사에 협조한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은 것”이기는 하지만 도곡동 땅 수사를 (이후보 측이) 계속 비난하면 실제 소유자를 가릴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듣기에 따라서는 ‘이미 실체적 진실의 상당 부분을 규명해 놓았으며’, ‘비난을 하지 않으면 내용을 밝히지 않으려 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검찰은 수사로 말한다’는 대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검찰의 실체규명을 촉구했다.
조·중·동, 대선후보에 대한 도덕성 검증 외면 반성해야
한편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후보에 대한 의혹제기는 검찰의 수사 발표 직후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유찬 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서 경향과 한겨레가 연일 의혹에 대한 실체 파악을 위해 집중하는 반면, 조·중·동은 16일 각각 단 1건만 보도했을 뿐이다.
한나라당 경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 대한 도덕성 의혹이 끊이지 않고, 검찰까지 수사결과 발표를 했음에도 철저한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은 검찰의 정확하고 빠른 수사를 촉구하고, 언론사 스스로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마땅하다.
조·중·동이 이와 같은 적극적인 의혹검증 시도는 보이지 않은 채, 검찰 발표 시기만을 문제 삼으면서 이명박 후보 측이 제기하는 정치검찰 등의 프레임으로 의제를 왜곡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후보의 도덕성과 정책을 꼼꼼하게 검증하고 이를 유권자에게 알리는 것은 언론의 선거보도의 기본이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 조·중·동이 이런 기본만은 지켜주길 촉구한다.
2007년 8월 1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