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미국역할론’에 대한 보수신문의 색깔공세’ 관련 민언련 논평
등록 2013.09.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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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사태, 더 이상 정략적으로 접근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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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6일 오전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테러세력과의 협상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탈레반은 인질 석방 조건으로 탈레반 수감자와의 동수 맞교환을 주장하고 있다. 탈레반 수감자들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미국의 협조 없이는 석방이 불가능하다.


7월 31일 심성민 씨의 피살 이후, 한겨레·경향신문을 비롯한 언론, 종교계,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인질석방을 위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미국 역할론’을 제기했다. 이번 인질 사태의 인도주의적 해결을 위해 미국이 아프간전쟁의 수행원칙을 융통성 있게 운용해, 인질석방을 위한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를 ‘반미선동’으로 규정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조·중·동, 인질석방 위한 미국역할 기대를 ‘반미선동’으로 폄훼


조선일보는 8월 2일자 사설 <이 비극마저 반미 선동 소재로 써먹겠다는 건가>에서 “국내 일부 세력의 반미 선동은 이런 탈레반을 도와 그들의 만행을 정당화시켜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8월 3일 칼럼 <정치인은 목숨 앞에서 경건하라/강천석>에서는 “‘테러범과의 협상은 없다’는 미국의 원칙(을) 한국 혼자서 허물겠다는 것은 화만 불러들이는 정치쇼로 끝날 것”이라며,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주느냐 뿌리치느냐와 인질의 생사가 반드시 일치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 같은 주장은 일관성 없이 말을 180° 바꾼 사례에 해당한다. 조선일보는 불과 5일 전인 7월 28일자 사설 <아프가니스탄 사태 관련국 정부들에 바란다>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처한 어려운 상황도 대테러전쟁의 명분 못지않게 중요하다…아프간과 미국 정부가 보다 인간의 생명을 중시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고 한국 정부를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며 나름의 미국 역할론을 제기한 바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유행어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동아일보는 8월 4일자 사설 <다시 판 벌이려는 반미 촛불집회 장사꾼들>에서 친북좌파, 극렬좌파, 친북정권 등의 표현을 쓰며 ‘미국 역할론’에 색깔공세를 퍼부었다. 사설은 “올 1월 ‘한국진보연대’가 출범할 때 참여한…22개 단체의 대부분은 효순·미선 양이 작전 중이던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사고를 반미촛불집회의 소재로 이용했던 친북좌파”라고 효순·미선의 죽음과 촛불집회의 의미를 왜곡하고, 미국에 대한 인질 석방요구에 대해 “극렬좌파는 인질사태의 미국 책임론을 조직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인질 구출 노력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피랍자들의 이타적 희생정신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앙일보도 8월 4일자 6면 <2002년 대선처럼 반미 바람불까 우려>에서 “자칫 2002년 한국 대선 직전에 불었던 반미 바람이 다시 불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두 명의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지면서 확산된 반미 촛불시위는 대선 정국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경향·한겨레, 보수언론의 ‘반미 선동’ 색깔론에 우려 표명


경향과 한겨레는 조·중·동의 이러한 기사들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경향신문 8월 6일 사설 <인질 사태의 미국 책임론과 反美 논란>은 “인질 조기 석방을 위해 미국 정부가 책임을 지고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한편, 이를 ‘반미(反美) 선동’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인질구출이라는 국가적 절대명제의 몸통은 외면한 채 자칫 ‘미국 책임론’ 대 ‘반미 불가’라는 이념논쟁의 샛길로 빠지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8월 4일자 3면 기사 <무고한 생명 살리자는데 반미 몰아세우다니…>, <피랍 가족 “목숨달린 문제, 정치이용 말라”>에서 조·중·동의 태도와 보수진영의 반미몰이를 비판했다. 또한 8월 6일자 26면 정의길 편집장의 <인질 보도의 ‘미국 역할론’ 딜레마>에서는 “미국 역할론을 반미 부추기기로 몰아가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한심한 움직임”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보수언론, 인질목숨 담보로 한 정략적 색깔공세를 멈춰라


보수신문들의 이러한 색깔 공세는 대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의혹을 살만하다. 조선일보 8월 4일 B15면 <大選의 계절…다시 고개드는 反美>는 “이 움직임(미국에 대한 촉구)은 다음 주엔 더욱 더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희생자가 더 나오거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 움직임은 ‘반(反) 한나라’, ‘좌파 재결집’의 세력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지금은 국민 모두가 아프간에 피랍된 인질들의 안전과 석방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 문제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협조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그러나 보수언론들은 최근 심성민 씨 살해 이후 일어나는 미국에 대한 역할론에 대해 ‘반미선동’이라는 정략적 논리로 여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이들이 과연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바라기나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단체는 보수언론들이 이번 문제를 특정 정당의 집권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따져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보수언론은 더 이상 국민들의 염원을 ‘반미선동’으로 왜곡시키지 않길 바란다. 다시 말하거니와 지금은 아프간에 피랍된 21명의 무사귀환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끝>
 

 

2007년 8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