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마이 MBC’의 위성DMB 재송신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7.18)
등록 2013.09.0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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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MBC’의 위성DMB 재송신,
공공서비스 허무는 소탐대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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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위성DMB사업자인 TU미디어와 MBC의 지상파DMB 채널인 ‘마이 MBC’ 재송신 계약을 체결했다. TU미디어는 17일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MBC 재송신 시험방송에 들어갔다. 유료방송인 위성DMB에 무료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생명으로 하는 지상파방송이 재송신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곧 공영방송 MBC가 유료방송사업자인 TU미디어의 돈에 혹해 자신의 정체성을 팔아넘긴 것과 마찬가지다. MBC가 재송신 대가로 TU미디어에서 받기로 한 돈은 일 년에 20억원이라고 한다. 20억원 때문에 MBC는 지난 2005년 다른 지상파방송사업자들과 함께 ‘전국에서 지상파DMB가 완전한 경쟁을 확보하기 전에는 위성DMB에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지 않겠다’고 맺은 합의를 깼고, 노동조합과의 약속도 파기했다.
MBC는 이번 TU미디어와의 재송신 계약에 대해 ‘지상파방송 재송신이 아니라 자사의 지상파 DMB 채널인 ‘마이 MBC’의 재송신’이라 말하지만, 이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음을 MBC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마이 MBC’가 지상파채널 MBC의 80% 정도를 재편성해 송출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만약 ‘마이 MBC’가 지상파와 다른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었다 하더라도 무료보편적 서비스라는 정체성은 변함없다. 따라서 MBC가 어떤 말로 자신들의 입장 변화를 강변하더라도 ‘돈 때문에 지상파방송의 생명을 팔았다’는 사실을 감출 수 없다.


방송법에 의하면 방송의 공적 책임은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에 있다. 다시 말해 지상파방송사는 무료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고, 국민은 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MBC의 결정은 이러한 당연한 수용자들의 권리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상파DMB의 ‘마이 MBC’는 무료보편 서비스의 일종이다. 무료보편의 지상파DMB 체계가 안착되고 안정화되기 전에 돈을 받고 ‘마이 MBC’를 위성DMB에 송출키로 한 것은 무료보편 서비스를 빙자해 ‘돈을 벌겠다’는 잘못된 욕망에 MBC가 굴복한 것과 다름없다. 돈에 굴복한 MBC에 의해 지상파DMB의 안착이 더뎌지고 차질이 생긴다면 이는 곧 수용자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과 마찬가지다.
MBC가 ‘돈에 굴복했다’는 점은 속사정을 파악하면 더욱 확실해진다. MBC는 TU미디어에 3.8%의 지분을 투자했다. 하지만 위성DMB 사업은 흑자 전환은커녕 110만명 정도에서 가입자가 늘어나지 않고 정체 상태에 빠져 경영이 악화되고 향후 전망까지 불투명해졌다. 따라서 MBC가 투자금 손실을 우려해 지상파 재송신 수수료라도 챙겨보려는 계산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편 지금 당장은 MBC 재송신이 수도권에 한정되어 있지만 TU미디어 측은 단계적으로 전국재송신 추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지역방송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없는 상황이고, 우리 방송의 기본 틀인 권역별 방송 체계까지 허물어질 우려가 높다.
지상파DMB는 오는 8월부터 전국 방송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아직 수도권에만 어느 정도 안착되었을 뿐 아직 지역에서는 수신환경이 좋지 않다. 따라서 8월 이후에도 대도시 중심가를 벗어난 도심 외곽이나 농촌 지역에서 당장 지상파DMB를 안정적으로 시청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다 지역지상파DMB는 사업성까지도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료서비스인 위성DMB를 통해 MBC의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서비스될 경우 지역지상파DMB는 물론 지역지상파 방송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나날이 어려워만 가는 지역방송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MBC의 결정은 자신만 살자고 다른 무료보편 서비스 사업자는 ‘나 몰라’라 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MBC의 위성DMB 재송신 계약은 ‘MBC의 금전적 이익’ 외에는 아무런 명분도 타당성도 없다. 또 지금 당장은 주머니를 불릴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무료보편적 서비스가 위축될 수 있어 MBC에게 이익이라 하기도 힘들다. 양질의 무료보편적 공공서비스를 확대함으로써 유료 매체와 경쟁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이번 MBC의 결정은 오히려 유료 매체의 경쟁력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나아가 SBS와 KBS까지 MBC의 전철을 따르겠다고 나선다면 지상파의 차별성은 그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TU미디어 측은 당장 KBS·SBS와도 재송신 협상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우리 단체는 TU미디어와의 계약을 철회해 줄 것을 MBC에 강력히 요구한다. 아울러 SBS와 KBS에게도 경고한다. MBC가 돈을 쫓았다고 하여 ‘옳다구나’라며 위성DMB에 재송신하겠다고 나선다면 우리는 이를 ‘무료보편 서비스를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방송위원회의 책임도 크다. 2005년 방송위원회가 지상파의 위성DMB 재송신 문제를 사업자간 자율계약에 맡겨버림으로써 사실상 지상파 재송신을 허용한 결과가 이번 MBC의 재송신 계약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방송위는 MBC와 TU미디어의 계약을 승인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 이참에 위성DMB 지상파 재송신 문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끝>
 

 

2007년 7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