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명박씨 ‘장애아 낙태 허용’ 발언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5.19)
이명박씨 ‘문제 발언’에 침묵, ‘비판신문’ 자격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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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시장이 ‘장애아 낙태 허용’ 발언을 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낙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기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라고 발언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지난 16일 장애인단체들은 ‘장애를 갖고 있으면 태어나서는 안된다는 말이냐’며 ‘장애인 비하’라고 이 전시장의 선거캠프 사무실 앞에서 규탄집회를 갖고 사무실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이 전 시장은 논란이 확산되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의 내용을 압축해 표현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전 시장의 발언에 대해 대부분의 신문들은 17일 이를 보도했다.
신문들은 <이“장애아 낙태 허용”발언 곤욕>(4면/경향신문), <우리당 “480만 장애인 가슴에 못질”/이전시장“압축표현 과정서 오해 유감”>(6면/국민일보), <이명박 장애태아 낙태 발언 논란>(4면/세계일보), <‘불가피한 낙태 발언’ 논란/장애인단체 거센 항의 이명박 “대단히 유감”>(6면/중앙일보), <이명박 이번엔 ‘장애아 낙태 용인’ 발언 물의/성난 장애인단체, 사무실 점거>(3면/한겨레신문), <장애인 단체서 비판…이 사과>(5면/한국일보) 등의 기사에서 장애인단체의 규탄집회와 정치권의 비판의견, 이 전 시장 측의 해명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특히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18일 사설을 실어 이 전 시장 발언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 <이명박씨의 노조·소수자 인식 문제있다>에서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라며 “부당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보편적 인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관한 인식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향신문도 사설 <이명박씨의 잇단 발언 파문을 보며>에서 “이전시장이 부박한 화법을 거두지 않고, 사회적 약자들을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오랫동안의 대기업 최고경영자 경력에서 체득된 지나친 자신감과 공공성 및 민주성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일이 이전시장에게는 정치지도자의 언행이 지녀야 할 품격을 되새기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공공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조선·동아일보, 정동영 ‘노인폄하 발언’ 보도와 큰 차이
그러나 조선일보는 아예 이 전시장의 발언에 대한 문제를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도 17일 5면 <“지금은 당대표 아닌 나라 구할 사람을 뽑는 것”>이라는 이 전 시장 동행 인터뷰에서 간단하게 다루는데 그쳤다. 기사에서 이 전 시장의 ‘장애아 낙태 허용’ 발언을 언급한 뒤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질문해 이에 대한 이 전 시장의 해명을 실었다.
이들 신문의 이 같은 보도태도는 과거 정동영 전 의장이 이른바 ‘노인 폄하 발언’을 보도했을 때와 큰 차이를 보였다. 당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까지 실어 “여당지도자로서 상식 이하이고 수준 이하의 언급”, “경솔한 발언”이라며 정 전 의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유력 대선 예비주자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구일 경우 낙태 허용’ 운운하는 발언을 한 것은 사려 깊지 못했다.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한 것이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배려가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과 장애아의 부모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발언이었다. 그럼에도 이 전 시장 측이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의 내용을 거론하며 해명한 것은 책임회피로 느껴질 뿐이다.
이 전 시장이 ‘문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건 이번뿐이 아니었다. 지난 7일 서울파이낸스포럼 초청강연에서 교수노조와 서울시 오케스트라노조를 비판하며 인도의 경우 “(노조를)만들 수 없어서 못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 수 있는데도 스스로 프라이드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해 ‘노조 비하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전 시장의 ‘문제 발언’은 ‘말실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하기는커녕 장애인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경시하는 태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사과하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문제 발언’에 침묵하는 것은 대선후보 검증 책임 망각한 것
유력 대선 예비후보인 이 전 시장이 ‘장애아 낙태 허용’ 발언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수구보수신문의 보도태도도 문제다. 그동안 수구보수신문들은 유력 대선 예비주자들의 시시콜콜한 행보까지 일일이 보도해 왔다. 그런 신문들이 정작 이 전 시장의 ‘정치철학’을 의심케 하는 ‘문제 발언’에 대해서는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간단하게 보도하고 만 것은 그 저의를 의심케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대선후보자들의 도덕성과 정책 등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을 ‘검증’을 해야 할 언론으로서 그 책임을 망각한 것이다. 과거 정동영 전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 때에 이들 신문이 보인 태도와 비교해도 이중적인 보도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들 신문이 내세워 온 ‘비판신문’이란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과 정당에만 해당하는 것인가? 이들 신문이 진정으로 이 전 시장을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로 내세우고 싶다면 이런 식으로 잘못을 눈감아주고 감추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이제라도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대선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끝>
2007년 5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