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IPI 2006 세계언론자유 보고서’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4.27)
IPI 보고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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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과점신문의 이해관계를 꾸준히 대변해온 IPI(국제언론인협회)가 또 다시 우리 언론현실을 왜곡하는 2006년 ‘세계언론자유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2005년도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6년 보고서는 지난해 6월 29일 헌재의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헌법소원 등에 대한 결정을 비판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IPI가 헌재 결정을 비판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국제 언론인단체’라면 적어도 헌재 결정에 대한 논의가 객관적이어야 하고 비판은 논거를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러나 IPI 보고서는 헌재의 결정을 왜곡하고 있으며, 한국 언론현실에 대한 온당한 이해 없이 자의적으로 헌재의 부분 위헌결정 내용은 ‘긍정적 뉴스’로, 대부분 합헌결정 된 내용은 ‘부정적 뉴스’로 평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조선일보 등 과점신문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신문법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여당 의원 1인의 의견만을 거론해 이 법이 정략적인 법이고 언론계 일반의 반대를 받고 있는 듯이 매도하고 있다. 대단히 편파적인 보고서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 보고서의 헌재 결정에 대한 언급을 살펴보면, 위헌 결정된 신문법 제17조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이 ‘조중동의 발행부수를 규제하려 한다’고 단정하고 있다. 신문법 제17조는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에 근거하는 것으로 ‘상위 3개 사업자’의 점유율을 규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이를 ‘조중동의 발행부수를 규제하는 조항’이라고 문제 제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조차 모르는 IPI의 주장이 황당하기만 하다.
헌재는 신문시장의 독과점 규제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신문법 제17조의 공정거래법적 접근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선진국 프랑스에도 신문독과점 규제가 있다.
보고서는 “왜 연속적인 한국 정부들이 훨씬 민주화가 덜 된 국가들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언론을 규제하려 해왔는지를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라고 주장했는데 그런 표현을 함부로 쓰기에 앞서, IPI가 한국의 신문현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엄혹한 군사독재 시대에 한국 언론민주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부터 생각해보기 바란다. 아울러 불공정 경쟁을 통해 독과점 상황이 형성되고 그것이 여론독과점으로 파생되는 한국 신문시장의 심각한 현실에 대해서도 제대로 공부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고서는 신문사업자의 자료신고 공개와 언론중재법의 정정보도청구권 요건 완화에 대한 합헌결정이 ‘부정적인 뉴스’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신문기업이 일반기업에 비하여 공적 기능과 사회적 책임이 크기 때문에 경영 자료를 신고·공개하여 신문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신문의 다양성을 보장하여 신문시장의 경쟁 질서를 정상화하고 구독자와 광고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신문이 다른 권력을 비판하려면 자신부터 투명해야 하고 구독자와 광고주도 신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에서 합헌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것이 ‘부정적 뉴스’라고 하는 것은 IPI가 과점신문의 입장만을 전적으로 대변하는 왜곡된 언론자유관(觀)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헌재가 언론중재법에서 ‘고의와 과실 또는 위법성이 없더라도 정정보도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언론보도가 진실 되지 않아 타인의 권리를 계속해서 침해하고 있는 한, 이를 정정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일이며 그 내용과 행사방법에 있어서 일정한 경우 정정 보도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를 인정하는 등 언론자유를 필요이상 제한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IPI가 과점신문과 그 관련단체의 의견만을 들어 신문법과 중재법, 헌재 결정의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근거 없는 비판을 가한 것은 ‘국제언론인단체’로서 취해선 안 될 무책임한 처사다.
또한 보고서는 신문법 4조 등에서 규정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언급하면서 모호한 내용이고 법의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신문법이 규정한 정도의 사회적 책임은 전문직의 역할을 규정한 다른 법률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며, 이는 추상적·선언적 규정으로 신문은 자유와 상응하게 공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는 우리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4항에 표현되어 있고 이를 재차 천명한 것으로 헌재는 판단한 바 있다.
보고서는 신문발전위원회의 신문발전기금 지원에 대해서도 친정부적 신문사와 인터넷언론사에 유리하게 배분했고 신문발전위원회 위원구성도 9인중 6인은 친정부적 인물이라며, 과점신문을 인용해 비판하고 있다. 신문발전위원회는 신문법과 동법 시행령에 근거하여 엄격한 심사를 거쳐 기금 지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기금신청을 한 신문사를 대상으로 우선지원대상사를 선정하게 되어 있다. 모든 신문사에 기회가 열려 있음에도 특정 매체에게 특혜 주는 것처럼 주장하여 조중동이 모두 반론보도 대상이 된 바 있는 일방적인 주장을 IPI가 되풀이 한 것이다. ‘신문발전위원회 위원 중 6인이 친정부 인사’라고 한 주장도 동아일보가 정정보도한 바 있다.
IPI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을 거쳐 보고서를 쓰기 바란다. 지금 신문발전위원회는 ‘트집 잡을 것이 없나’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는 과점신문과 일부 야당 ‘덕분’에 더욱 철저하게 법에 따라 빈틈없이 신문발전기금 지원을 하고 있으니 IPI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끝으로 IPI 보고서를 보면서 우리는 이런 의문이 들었다. 한국의 언론자유를 논하는 보고서에 과점신문과 과점신문을 대변하는 언론단체, 정치권의 주장만 싣고 시민언론단체와 언론개혁을 지지하는 언론들의 주장은 왜 언급하지 않는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은 우리단체 등 시민언론단체가 여론다양성 보장과 신문산업 진흥, 언론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10여 년에 걸친 부단한 입법운동의 성과가 담겨있다. 이러한 맥락을 무시한 채 ‘정치적 논리’로만 접근하려는 IPI는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갖고 보고서를 내놓는 것인가? <끝>
2007년 4월 27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