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 정치관계법 제․개정안 관련 조선일보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
조선일보의 ‘두둔’이 한나라당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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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황당한 ‘정치관계법 제·개정안’을 내놓았다.
이 안은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원인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 채 ‘남 탓’만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위헌적인 법을 만들어서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 환경을 만들어 보겠다는 한나라당의 유치한 발상을 보여 준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정치관계법 제·개정안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촛불시위 등 집회 금지 △국가 보조금·지원금을 받는 시민단체 및 대표자의 선거운동 금지 △허위사실 공표 금지 여부를 가처분 신청 72시간 이내 결정 △허위사실이 대선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면 당선 무효화 △인터넷 실명제 대상을 블로그·미니홈피·카페로 확대 △개표는 수개표로 하고 전자개표는 보조수단으로 사용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촛불시위 등 집회를 금지하자’는 위헌적 주장은 지난 대선에서 ‘미선이·효순이 추모 촛불시위’가 한나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국가 보조금·지원금을 받는 시민단체·대표자의 선거운동 금지’는 2000년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이는데,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에서 혹여 낙선운동과 같은 파급력 있는 시민운동이 벌어져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양이다. 아울러 공적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워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떨어뜨려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허위사실 공표 금지 여부를 가처분 신청 72시간 이내 결정’이나 ‘허위사실이 대선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면 당선 무효화’와 같은 비현실적인 주장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논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하다. 이런 조항은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한 각종 검증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명박씨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예비 후보자들의 검증에 대해 ‘자신감 없음’을 드러낼 뿐이다.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한나라당이 이렇게 속이 뻔히 보이는 위헌적 법안을 내놓은 것은 한국 사회 전체의 불행이다.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는데 주력하지는 못할망정 ‘선거판’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선거를 ‘희화화’하는 황당 법안을 내놓는 정당이 과연 수권정당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이 같은 법안에 대해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언론이라면 당연히 비판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 또 오매불망 한나라당의 집권을 바라는 언론이라면 한나라당이 정신을 차리도록 따끔한 질책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이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18일 기사와 사설을 통해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독소조항 많은 한나라당의 정치관계법안>이라는 사설을 통해 “원내 제1당이며 수권정당이 되겠다고 하는 공당이 선거 승리만을 염두에 둔 채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을 담은 법을 마련해서야 되겠는가”라며 한나라당을 질타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을 꾸짖기는커녕 한나라당이 내놓은 정치관계법 제·개정안 가운데 ‘시민단체 선거운동 금지’ 부분에 대해 사설을 쓰면서 그것이 합당한 주장인 양 다뤘다. 이 과정에서 예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음해가 등장했다.
18일 사설 <시민단체, 국고지원과 정치개입 중 택일해야>는 제목부터 한나라당의 법안을 두둔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시민단체의 정치활동과 국고지원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21세기의 세계 표준”, “2004년 총선 때 총선시민연대에 속했던 전국단위 단체 25곳 중 8곳이 2003년 정부 예산을 지원 받았다”는 등의 주장을 펴 마치 시민단체가 국고지원금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양 교묘하게 호도했다.
이 논리는 조선일보가 끊임없이 악용해온 것인데, 지난 2004년에 ‘시민단체들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는 사실과 ‘낙선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갖다 붙여 시민단체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를 써서 2005년 법원으로부터 6,900만원의 위자료를 해당 단체들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조선일보는 ‘국고지원을 받으며 정치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들’과 관련해 또 다시 우리 단체가 방송위원회와 언론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우리는 이미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새삼 구체적으로 반박할 가치를 못 느낀다.
다만 조선일보가 이런 식으로 공격해도 우리의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만 한 번 더 밝혀둔다. 우리는 정해진 원칙과 기준에 따라 시민단체들에게 지원되는 ‘방송발전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민영상제’와 같은 수용자 주권 신장을 위한 사업에 쓸 생각이다. 덧붙여 언론재단의 언론단체 지원사업을 ‘국고지원’ 운운하려면 조선일보 직원들이 받아온 언론재단 지원에 대해서 조선일보부터 입장을 밝혀야 할 일이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한나라당의 ‘황당 법안’을 두둔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일보의 오늘 사설은 한나라당에게 ‘독’이 되는 내용이다. 한나라당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거를 유리하게 치르겠다는 얕은 수가 아니라 ‘수구정당’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뼈를 깎는 자기혁신이다. 조선일보는 언제까지 한나라당을 ‘오냐오냐’ 두둔하며 망칠 생각인가?
조선일보가 진정 한나라당을 걱정하고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바란다면 제대로 된 비판과 훈수를 해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을 위해’ 조선일보가 충고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방송위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한나라당 집권전략’을 짜다가 물의를 빚고 있는 강동순씨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 황당한 정치관계법안을 포기하도록 촉구하는 것, 대선 예비후보자들에 대한 엄정한 검증을 촉구하는 것 등등 수없이 많다.
한나라당에게도 거듭 당부한다. 수권정당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한나라당의 문제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라. 그리고 ‘조선일보의 굴레’를 벗어나라. <끝>
2007년 4월 18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