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KBS와 EBS 지정유보 결정 관련 주요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4.13)
등록 2013.09.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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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운영법 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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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기획예산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기타 공공기관’ 196곳을 지정하고, KBS와 EBS, 한국은행에 대해서는 ‘지정 유보’ 결정을 내렸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KBS 등을 ‘지정유보’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이들 기관이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으로 거론됐고, 이미 K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국회에서 밝혔다”, “KBS가 스스로 경영공시를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한 수준으로 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온 점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기타 공공기관’ 적용 대상은 매년 지정하도록 되어 있어 이번 결정으로 KBS와 EBS는 올 한 해 동안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었다.
일단, KBS와 EBS가 ‘지정 유보’되어 그동안의 논란은 다소 잦아들게 되겠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KBS와 EBS를 공공기관운영법에서 제외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거듭 지적하지만 공공기관운영법에 의해 KBS와 EBS가 ‘정부 부처의 규제’를 받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민주화 과정에서 어렵게 획득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과거로 되돌리는 꼴이 될 것이다.
공공기관운영법은 공공기관이 기관장, 비상임이사 등을 선임할 때 기획예산처 장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하고, 경영과 관련한 주요 사안에 대해 공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일각에서는 공기업인 KBS의 경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로부터 감시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역시 KBS의 방만 경영을 개혁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운영법은 공영방송을 정부의 규제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으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미 KBS 등은 방송위원회와 국회, 감사원으로부터 규제를 받고 있다. 공영방송에 대한 현재의 규제 틀이 경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완전무결한 시스템이 아니라고 해서 정부 부처가 공영방송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갖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KBS가 공공기관에서 ‘지정 유보’되었다는 점을 두고, 마치 KBS에 대한 규제 장치가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호도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12일 4면 <공공기관 지정 대상 KBS 결국 빠졌다>에서 “사후 감사원 감사만 있을 뿐 정부가 100% 출자한 회사에 최소한의 사전 경영감독 근거마저 두지 않는 것은 무리”,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도 경영정보 공시와 고객만족도 조사, 경영혁신 의무 등만 있을 뿐”이라며 “방송 독립성의 핵심인 인사권이나 방송 내용 규제와는 거리가 있는 내용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법의 15조는 기획예산처 장관이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기능과 규제의 적정성을 점검”해 ‘변경’을 명령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일개 정부부처의 장이 공영방송의 기능을 변경시킬 권한까지 갖게 되는 ‘법’을 두고 ‘방송의 독립성과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같은 날 사설 <특혜는 받고 간섭은 안 받겠다는 KBS>에서도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기 위한 공공기관운영법을 ‘공영방송 장악 기도’로 규정하면서 집요하게 반대했다”며 “자사이기주의와 전파낭비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수신료와 정부의 예산 지원 같은 특혜는 받겠지만 경영은 내 맘대로 할 테니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공공기관운영법에 반대한 이유를 왜곡했다. 사설은 “정부가 100% 출자하고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KBS는 어느 기관보다 공공성이 강하다”며 “따라서 정부는 이번 결정을 철회하고 KBS를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12일 4면 , <“수신료만 5348억원…예산-방만경영 감시 못해”>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다.
기사는 “KBS가 올해 공공기관 지정에서 제외되자 ‘KBS 예산 편성과 경영을 감시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며 “준조세인 수신료를 받는 만큼 그 예산도 국회 등에서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됐기 때문”, “매년 지적되는 KBS의 방만한 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 편성을 규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12일 18면 에서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직원 및 기관장의 인건비와 업무추진비, 이사회 회의록, 감사결과 보고서 등 경영 현황을 기획예산처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경영 혁신을 추진해야 해 민영화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며 느닷없이 ‘민영화’를 거론했다.
13일 기자수첩 <‘KBS의 독립성’ 주장하려면>에서는 KBS가 자사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기관운영법을 집중 비판, ‘전파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KBS 주장이 일리 있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조차도, KBS의 반대운동을 보면서 ‘마음이 착찹’”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KBS가 ‘정부 통제의 우려를 제기’하며 ‘방송의 독립성’을 위해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하고 있지만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KBS가 “언제 독립성을 보였줬지?”, “통제가 없었던 지난 4년간 ‘탄핵방송’으로 대표되는 ‘코드 방송’으로 일관한 것은 어떻게 해서 벌어진 일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KBS의 ‘방만 경영’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훼손 할 우려가 큰 공공기관운영법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공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전락시킨 것과 다를 바 없는 공공기관운영법을 옹호하는 것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입만 열면 ‘언론자유’를 내세워 왔던 수구보수신문들이 정작 공공기관운영법에 대해서는 왜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지 의아하다. 더욱이 그동안 이들 신문은 KBS를 ‘정권방송’, “코드방송” 운운하며 정권과 KBS의 ‘관계’에 대해 음해와 비난을 거듭해 왔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법’까지 만들어 노골적으로 ‘KBS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도 되레 ‘방만 경영’을 거론하며 공공기관운영법에 힘을 실어주고, ‘지정 유보’로 KBS가 제외된 것을 비판하는 행태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들 신문이 최소한 자신들이 내세우는 ‘비판언론’이 맞다면 정말 정부와 대통령이 잘못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비판해 주길 바란다. 이들 신문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개혁정책에 대해서는 시시콜콜 딴죽을 걸더니 정작 공공기관운영법 등 문제 있는 정책을 밀어붙일 때에는 언제나 한 마디 비판이 없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비판언론’이라 칭하는 용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혹, 이들 신문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으니 KBS가 ‘권력으로부터 예속’되기를 은연중에 바라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아울러 정부에도 당부한다. ‘지정 유보’는 이번 문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 이미 시민사회와 언론계, 현업인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공공기관운영법에 공영방송을 포함시킨 것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의 ‘지정유보’ 결정으로 사태를 무마하려하지 말고 하루 속히 공공기관운영법을 개정하라. <끝>

 


2007년 4월 13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