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임시국회 민생법안 처리 무산 사태’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3.8)
조선·동아, ‘사학재단 이익’이 민생보다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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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억지’, ‘생떼쓰기’로 인해 임시국회가 파행으로 끝났다.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월 6일까지 한나라당은 민생법안 처리를 볼모로 ‘사학법 재개정’을 고집해 결국 주택법 개정안을 비롯한 민생법안 처리가 무산되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은 이런 사실에는 침묵한 채, ‘사학법 재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했다는 점만 부각하며 그 책임을 열린우리당에 전가하는 식으로 사태를 왜곡했다. 또 민생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한 것이 정치권 전체의 책임인 양 양비론을 펴 한나라당의 책임을 ‘물타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양보’하고 열린우리당이 ‘고집’부렸다는 조선일보
7일 조선일보는 2면 기사 <“年40% 넘는 이자는 무효” 법안 통과>를 통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원내대표 협상을 벌였지만, 핵심 쟁점인 개방형 이사 추천권 문제에 대한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사학법과 정부의 1·11 부동산 대책의 골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법, 국민연금법 등 현안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고 표현해 사학법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민생법안 처리가 무산되는 것이 당연한 일인 양 다뤘다.
사설 <입으론 반성한다며 사학법 재개정 막는 여권>에서는 아예 ‘사학법 재개정안 처리 무산’만 부각하며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그동안의 잘못을 ‘반성’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사학법 재개정 여·야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결국 국민들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일부 사학들만 목을 매고 있는 사학법 ‘개악안’이 국민적 요구사항인양 호도했다.
사학법 협의 과정에 대해서도 “(사학의 요구를)여권이 다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자 야당은 마지막에 가서 종단만이라도 그렇게(외부이사 추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물러섰”으나 열린우리당이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아 파행을 초래한 것으로 몰았다. 하지만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으면서까지 ‘억지’를 부려온 쪽은 한나라당이다.
거듭 지적하지만 개정 사학법은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전체 이사 중 1/4의 ‘개방형 이사’가 선임된다고 해서 사학재단의 자율성이 무너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최근 열린우리당은 학운위와 대학평의회가 추천한 개방형이사의 1/2을 종단이 선택하게 하는 ‘양보안’까지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이 조차 거부했고, ‘절충안’이라면서 ‘학운위, 대학평의회, 종단에 각각 2배수 추천권을 부여한다’는 안을 고집해 임시국회를 파행으로 몰았다. 이 안은 사실상 종단이 추천하는 인사들만으로도 개방형 이사를 구성할 수 있게 하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이 대단한 양보라도 한 듯 한나라당을 감싸며 열린우리당을 비난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동아일보, ‘열린우리당 DNA’가 문제?
동아일보도 ‘사학법 재개정안 처리 무산’에 초첨을 맞춰 모든 책임을 열린우리당에 뒤집어 씌웠다. 또 개정 사학법의 취지를 왜곡하기도 했다.
7일 8면 <사학법 개정안 임시국회 처리 끝내 무산/민생법안 줄줄이 발목잡혀>는 민생법안이 ‘발목잡힌’ 진짜 이유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사학법 재개정안에 대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갈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같은 날 사설 <위헌적 사학법 고집하는 열린우리당 DNA>에서는 첫머리부터 “열린우리당이 개정(현행) 사립학교법 속의 위헌적 조항을 고집해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재개정이 무산됐다”며 개정 사학법을 제멋대로 ‘위헌’이라고 낙인찍더니 “근본적 책임은 열린우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학법 문제의 핵심은 사학을 설립자에게서 빼앗을 수도 있게 하는 개방형 이사제를 통해 사학의 자율권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해친다는 데 있다”며 개정 사학법의 취지와 내용을 왜곡했다.
나아가 “극소수 사학의 비리를 꼬투리 삼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바라는 대로 교육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고 유전자(DNA)인 모양”이라고 비아냥대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정신을 가볍게 여겨 온 것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한 원인임을 열린우리당은 아직도 모르는가”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개정 사학법이 어떻게 설립자로부터 사학을 빼앗을 수 있는지 동아일보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기 바란다. “전교조가 교육 자율성을 해친다”는 주장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기 바란다. 개정 사학법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비판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열린우리당의 DNA” 운운하는 행태는 사학의 투명한 운영을 바라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중앙일보, ‘취재일기’ 통해 양비론
중앙일보는 7일 6면 기사 <사학법·주택법 다음 임시국회로>에서 국회가 이자제한법 등 79개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쟁점이 됐던 주택법·사립학교법 개정안 등은 3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면서 “열린우리당은 이날 주택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말을 덧붙이는 데 그쳤다.
또 같은 면 <취재일기/기싸움에 밀린 법안 처리>는 주택법안 등 민생법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모두를 비판하는 전형적인 양비론을 폈다.
경향신문은 민생법안 처리 무산의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경향신문은 7일 1면 <주택법 묶였다>에서 작은 제목을 <한나라, 사학법 연계처리 고수>로 달며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에 발목 잡혀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또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은 민생법안 처리를 한나라당이 거부함으로써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점을 지적하고, 향후 민생법안 처리에 입장을 같이 하기로 했다”는 열린우리당 이기우 공보부대표의 말을 인용해 민생법안 처리 무산의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4면 <“노대통령한테 너라니…”>에서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의원들의 말싸움과 그로 인한 정회 소동 속에 막을 내렸다”며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의 발언을 비롯해 본회의 진행과정에서 빚어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갈등상황을 나열했다.
한겨레신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잘못 구분해 비판
한겨레신문은 한나라당의 ‘사학법 연계처리’로 주요 민생법안들의 처리가 무산되었다고 비판하며 한나라당의 책임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7일 사설 <민생 외면한 한나라당의 사학법 연계>에서 한겨레는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이유가 “한나라당이 오랫동안 목을 매고 있는 사학법 재개정과 연계하느라 이들 주요 민생법안을 사실상 볼모로 잡았기 때문”이며 “여기에는 중요한 법안을 걸어야 열린우리당이 사학법을 양보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사학법을 중요시하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협의할 일이지, 다른 법안의 발목을 잡을 일이 아니다”라며 “구태의연한 연계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한테 돌아간다”, “원내 제1당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주택법과 사학법의 어설픈 ‘빅딜’을 시도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부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해 열린우리당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8일에도 <국민 노후생활까지 볼모로 잡아서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한나라당이 “억지를 부린 탓”에 “국민의 노후생활 안위와 직결되는 법안들도 볼모가 됐다”며 ‘국민장기요양보험법’과 ‘국민연금 관련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또 “노후생활 안정에 핵심적인 법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할 때 현재와 미래의 노인 계층들이 입게 될 피해는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며 “반민생정치를 주도한 한나라당과, 무기력하게 방조한 열린우리당 등 정치권 전체에 그 존재 의미를 다시 한번 통렬히 되물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 대다수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민생법안 처리가 무산된 것보다, 일부 사학재단들의 이익을 위한 ‘사학법 재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란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들의 뜻대로 사학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민생법안도 처리하지 않겠다는 한나라당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언급조차 하지 않는가?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이유를 아예 언급하지 않은 채, ‘기자수첩’을 통해 양비론을 편 중앙일보의 태도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 전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사태를 몰아가는 것은 한나라당의 근본적인 잘못을 은폐하는 일이다.
한나라당에게도 경고한다.
한나라당이 우리 사회 현안을 놓고 수구보수신문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면 국민들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수권능력에 대한 의심’뿐이다. 사학재단, 부동산 부자, 건설업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신문들의 말을 듣고 그대로 쫓아가는 것은 그야말로 ‘죽을 길’만 골라가는 꼴이다. 한나라당이 ‘수권의 꿈’을 이루려면 국민 다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고 수구보수신문들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국민 다수를 위한 법안들은 “포퓰리즘”이라고 몰아세우고, ‘사학법 개악 밀어붙이기’를 부추기는 이들 신문이야말로 한나라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집단임을 명심하라.<끝>
2007년 3월 8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