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임시국회 민생법안 처리 무산 사태’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3.7)
등록 2013.09.0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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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민생법안 발목잡기’를 왜 양비론으로 숨겨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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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임시국회 마지막 날까지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을 주요 민생법안 처리와 연계시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넣었다. 결국 주택법 개정안, 국민연금법, 로스쿨법안, 노인복지법 등 처리됐어야 할 민생법안들은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다음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이번 임시국회 파행사태의 근본책임은 개정 사학법을 기어이 개악하겠다며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은 한나라당에 있다. 백번 양보해 한나라당이 개정 사학법을 꼭 재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사학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부터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민생법안 처리’를 열린우리당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카드로 삼았다.
한나라당의 ‘발목잡기’, ‘생떼쓰기’로 주요 민생법안들의 처리가 미뤄짐으로써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안정세에 들었던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부터 걱정이다. 이번에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9월로 예정되어 있던 분양가상한제와 원가공개가 차질을 빚게 됐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놔도 한나라당이 버티면 무산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우려도 크다. 또 로스쿨 도입을 위한 사법제도개혁법안이 미뤄짐에 따라 로스쿨을 준비해 온 40여개 대학과 로스쿨 준비생들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지상파 방송 3사는 해묵은 ‘양비론’으로 이번 임시국회 파행의 ‘본질’을 흐리고 말았다. KBS와 MBC는 임시국회 파행으로 주요 민생법안 처리가 무산되었다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싸잡아 비판하는 ‘양비론’에 그쳤다. SBS는 임시국회 파행에 따른 문제점도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채, ‘여야공방’, ‘막말’ 등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갈등’을 중계하는 데 그쳤다.


KBS ‘뉴스9’은 6일 <정략에 민생 외면>, <집값불안 우려>에서 이번 임시국회 파행사태를 다뤘다.
<정략에 민생 외면>은 앵커멘트에서부터 “국회가 민생법안은 팽개친 채 불썽사나운 정략싸움만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대치로 주택법 등 민생법안 처리는 또 무산됐다”고 전했다. 기자멘트에서도 “정작 중요한 민생법안들의 처리를 또 미뤘단 점에서 정략 때문에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문제를 정치권 모두의 책임으로 뭉뚱그렸다.
<집값불안 우려>에서는 주택법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한 데 따른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다뤘다.
보도는 “1월 11일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집값은 안정돼 가는 분위기”라고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진단하며, “하지만 주택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고 다음번 임시국회 통과도 유동적인 상황에서 집값이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또다시 흔들리게 되고 부동산 불패 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의 조사결과 국민의 80% 이상이 이번 주택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정치권이 떠안아야 하게 됐다”고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주택법 개정안 처리가 정말 중요하다면 그 처리를 가로막고 있는 핵심 세력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KBS는 주택법개정안 처리를 ‘사학법 재개정’과 연계시킨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행태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우려’를 하고 있으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MBC ‘뉴스데스크’도 6일 <사학법 무산>과 <안정세 흔들리나?> 두 꼭지로 임시국회 파행사태와 그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문제를 진단했으나, 역시 양비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학법 무산>은 앵커멘트에서부터 “여야가 사학법 개정에 발목이 잡혀 결국 민생법안 처리가 또다시 무산됐다. 그런데도 서로 네 탓 공방 계속했다”며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비난했다. 기자멘트에서도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오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협상에 나섰지만 절충에 실패했다”, “주택법을 비롯한 민생법안 처리도 발이 묶이면서 본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책임공방이 벌어졌다”며 여야 갈등 상황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안정세 흔들리나?>에서는 “주택법 통과도 결국 무산되면서 모처럼 안정세를 찾은 부동산시장이 또다시 혼란스러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주택법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함에 따라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분양가상한제와 원가공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때문에 분양가가 내려가고 기존 아파트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총부채 상환비율 적용과 대출규제 등 정부가 돈줄을 죄고 있는 만큼 갑작스런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건설교통부는 주택법이 건설교통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만큼 3월 임시국회에는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 8시뉴스는 6일 <“조폭” “사기” 막말>에서 국회파행의 곁가지에 불과한 ‘막말사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갈등 상황을 선정적으로 나열하는데 그쳤다.
보도는 “민생문제를 다루겠다던 임시국회는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 파행을 거듭했다”는 앵커멘트로 시작됐다. 이어 “사학법과 주택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의사진행 발언이 느닷없이 대통령의 탈당문제로 번졌다”며 대통령에 대해 ‘너’라고 지칭했던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의 발언과 이에 반발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두 당 사이의 이런 거친 공방은 오늘 본회의 내내 이어졌다”며 국회파행을 지적한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의 발언과 이를 부인하는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의 발언을 나열했다.
나아가 SBS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열린우리당을 사기집단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조폭집단이라고 비난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공방은 감정싸움으로 치달았다”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민생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사학법은 다음 국회로 넘기기로 한 가운데,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자제한법 등 민생법안들은 가까스로 통과됐다”고 언급해 시청자들이 주요 민생법안들이 다 처리된 것으로 오인할 우려까지 있었다.


여야의 갈등과 대치상황을 나열하고, 사태의 책임을 ‘정치권 전체’로 돌리는 이런 식의 양비론은 ‘민생법안 처리’를 볼모로 사학법을 개악하려는 한나라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특정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다른 법안들의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상황에서 ‘왜 싸우냐’고 싸잡아 비난한다면 결국 한나라당의 억지 요구를 들어주라는 말밖에 더 되는가?
언론은 늘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 정치 수준에 대해 비판한다. 하지만, 국회파행의 본질을 흐리는 양비론식 보도행태도 한국의 민주주의, 정치발전을 저해하는데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방송 3사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끝>

 


2007년 3월 7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