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미국의 한미FTA 방송 분야 개방 압력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3.6)
등록 2013.09.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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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개방품목’ 아니다
- 참여정부는 졸속·굴욕·퍼주기 협상을 중단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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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부터 한미FTA 8차 협상이 열린다. 그 동안 협상에서 한국정부는 ‘미국 퍼주기’를 작정한 듯 얻는 것 없이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 ‘마무리 협상’이라 할 수 있는 8차 협상에서도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얼마나 더 많은 ‘양보’를 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협상에서는 방송 분야 개방에 대한 압력도 거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지상파방송의 국산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을 현행 80%에서 50% 수준으로 낮출 것 △국산 영화 쿼터, 국산 애니메이션 쿼터, 1개 국가 영화·애니메이션·대중음악 쿼터를 더 낮출 것 △종합유선방송(SO)과 방송채널사용사업(PP)의 외국인 소유지분(49%)을 51% 수준까지 높일 것 △미국 위성방송의 한국어 더빙과 한국광고 유치를 허용할 것 △IPTV와 인터넷VOD 시장을 전면 개방할 것 △이외 방송규제는 현행유보로 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측의 이러한 요구는 방송주권 보호와 문화다양성 보호 차원에서 수용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지상파방송의 국산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을 절반까지 떨어뜨리고, 각 방송의 국산 영화·애니메이션 쿼터 및 1개 국가 영화·애니메이션·대중음악 쿼터를 낮추라는 요구는 한마디로 미국산 컨텐츠들이 우리 방송에 대거 진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것이다. 이 요구를 들어주었을 때 어떤 상황이 초래될 것인지는 뻔한 일이다. 지상파방송사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보다 외국의 프로그램을 구입해 방송하는 손쉬운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며 이는 우리의 문화주권 훼손, 국내 프로그램 제작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산 영화 등에 대한 쿼터 완화는 애니메이션 및 영화제작산업을 위축시키고 미국산 컨텐츠들의 독점을 강화시킴으로써 문화적 다양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미 한미 양국의 방송프로그램 무역은 극히 불균형한 상태이다. 또 전체 수입프로그램 시장에서 미국 프로그램은 8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산 프로그램 의무편성을 비롯한 각종 쿼터제도는 문화주권과 문화다양성을 지키고 국내 컨텐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다.


또 미국 측이 SO에 대한 외국자본의 소유지분 제한을 현행 49%에서 51%로 풀어달라는 것은 이들 방송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게 해달라는 뜻이다. 그러나 SO는 국가기간시설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많은 국민들이 SO를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다. SO에 대한 외국자본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것은 우리 사회·문화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PP에 대한 소유규제 완화 요구 역시 핵심적인 방송콘텐츠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제 방송산업의 핵심은 플랫폼에서 콘텐츠산업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PP가 콘텐츠생산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방송산업에서 PP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초기 단계에 외국자본의 진입을 완화할 경우 PP시장은 외국자본 중심의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외국방송의 더빙 허용’에 대해 우리는 누차에 걸쳐 방송주권과 국내방송사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케이블을 통해서든 위성을 통해서든 재송신되는 외국방송에 대해 더빙을 허용하면 국내방송사와 동일한 형태의 방송행위를 허용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럴 경우 국내 방송법의 절차에 따라 등록 또는 승인을 받아 방송 사업을 하는 국내 방송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
보도채널에 대해 더빙을 허용하는 경우를 가정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케이블이나 위성이 재송신하는 대표적인 미국 방송 채널 CNN에 더빙을 한다면 결국 보도 채널을 승인해주는 셈이 된다. 외국뉴스채널이 보도전문채널로서 영업을 하고자 한다면 우리 방송법 규정에 따른 절차를 밟는 것이 주권국가에 대한 기본 예의이다. 그런데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 광고의 유치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으니 한마디로 규제는 받지 않고 이익만 얻겠다는 오만한 요구다.
IPTV와 인터넷VOD 시장 전면개방 역시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다.
이미 우리는 IPTV가 방송서비스로서 규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또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방송의 형태가 날로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인터넷VOD 시장을 ‘전자상거래’의 한 분야로 취급해 전면 개방한다면 이후 변화되는 방송서비스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공적 규제를 할 수 없다.


우리는 정부가 ‘묻지마 협상’을 밀어붙이며 방송시장까지 미국에게 내주는 악수(惡手)를 두지 말 것을 엄중 경고한다.
재경부, 정통부를 비롯해 FTA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부처들과 관료들이 방송 분야까지 ‘개방 품목’에 넣고 방송위원회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끝내 참여정부와 경제관료들이 방송주권까지 미국에 바치면서 ‘퍼주기 협상’을 밀어붙인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는 지금이라도 졸속·파행·굴욕·퍼주기 협상을 중단하는 것만이 한미FTA의 ‘재앙’을 막는 최선의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아울러 우리는 방송위원회가 밝혀온 ‘방송 개방 반대’의 입장을 끝까지 지켜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끝>

 


2007년 3월 6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