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 관련 조선일보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3.5)
등록 2013.09.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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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단·비약·짜깁기로 일관한 ‘옹졸한 흔들기’

조선일보, 남북관계 개선이 그렇게 배아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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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합의’ 이후 남북 및 북미 관계가 급속하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자 조선일보가 그야말로 ‘수준미달’의 사설을 쓰면서 참여정부 대북정책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늘(5일) 조선일보 사설 <남·북이 짜고 대한민국 국민 속인다면>은 추측과 예단, 논리비약으로 일관해 최근 ‘사설을 가장 못쓰는 신문’이라는 한 국어운동 단체의 평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남·북이 짜고 대한민국 국민 속인다면>이라는 가정법 제목의 이 사설은 20차 장관급회담 결과에 대한 이재정 통일부장관의 ‘실수’를 문제 삼아 일련의 남북 관계 개선의 성과들을 모두 ‘정략적인 것’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담았다.
조선일보는 이 장관이 공동보도문에 없는 “식량40만t, 비료 30만t 지원 합의” 발언을 했다가 “합의가 아니라 북측의 요구”라고 수정한 일을 두고 북측과 ‘이면합의’를 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증폭시키면서 “남·북이 짜고 대한민국 국민 속인다면 국민은 정부의 의도를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런 결론에 이르기까지 조선일보가 펼친 논리는 참으로 허술하다.
조선일보는 이번 장관급 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이면합의 의혹’부터 제기하면서 장관급회담 과정 전체를 ‘의혹’의 대상으로 몰았다. 사설은 ‘정부가 베이징 북핵 6자회담 합의가 나오기 전에 북한 장관급회담을 제안했다’는 점과 “말이 장관급회담이지 실제로는 북한에 쌀·비료를 주는 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일방적 주장을 연결시켜 “정부가 왜 북한이 베이징 합의를 이행하는지 안 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쌀·비료를 줄 생각만 하느냐는 의문이 일었다”고 장관급회담 개최 자체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한 ‘정부 당국자’가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북의 요구 물량만 답변하기로 했는데…”라고 당혹스러워했다며 이를 근거로 “장관이 실수로 비밀을 누설했다는 것처럼 들린다”, “뒤로는 북측에 쌀·비료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발표에선 이를 숨기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고 비약했다.
뿐만 아니라 대북 식량·비료 지원 재개 등을 논의할 13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2.13 합의’에 따른 초기단계 이행조치가 끝난 4월 18~21에 열기로 합의한 것까지 ‘이면합의 의혹’의 근거로 들어 “3월에 대북 지원 회담을 하자던 북측이 순순히 물러선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요구가 관철되면 ‘북에 끌려 다녔다’고 비난하고 북한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이면합의가 있어서 북이 양보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니 참으로 ‘흔들기의 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행태는 같은 날 중앙일보 사설 <대북지원 조급증 반영한 이면합의 논란>과 비교해 볼 때도 최소한의 논리와 균형감각을 상실한 흔들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중앙일보는 이재정 장관의 발언이 ‘이면합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성급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대북 지원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이번 장관급회담이 어떤 의미 있는 성과들을 거두었는지를 지적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무조건 장관급회담을 흔들려는 조선일보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또 이날 한겨레신문은 3면에 <‘지원량 짐작할만’ 감출게 없는데…>라는 기사를 통해 ‘공동보도문에 쌀·비료 지원내용이 없다’는 점이 ‘이면합의 의혹’의 근거가 되고 있지만 그동안 쌀·비료지원 규모를 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에서 구체적으로 적시한 경우가 없었음을 설명했다. 또 이 장관이 언급한 북한의 지원 요구 규모는 굳이 뒤에서 숨어서 합의할 만한 내용이 아니며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범위라고 지적했다. 물론 한겨레신문도 이재정 장관의 발언이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비판했으나 이를 문제 삼아 ‘이면합의’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적절치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 역시 이재정 장관의 발언이 문제가 있다고 본다. 민감한 남북 관계 문제에 대해 장관이 신중하고도 정확한 표현으로 발언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게다가 수구보수언론들이 틈만 나면 ‘대북정책 흔들기’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작은 실수’가 회담 전체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장관의 발언은 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장관의 실수를 ‘이면합의 의혹’으로 부풀리고 장관급회담 전체의 성과를 폄훼하는 조선일보 식의 접근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번 회담에서는 △‘2·13합의’ 이행 공동 노력 △이산가족 면회소 건설 추진 및 5월 초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4월 18일 평양 개최 △올 상반기 열차시험운행 등 그동안 중단되었던 인도적 지원 뿐만이 아니라 ‘2·13합의’ 이행을 위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졌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 규모나 형식면에서 과거보다 한 단계 높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점이나 군사·평화체재 구축과 관련해서는 논의하지 못한 점 등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남북 및 북미간 대화가 진전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해야 할 이 시점에서 비논리적인 흔들기로 일관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행태는 자신들이 반대하는 참여정부가 얻는 대북정책의 성과는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 깎아내리겠다는 옹졸하고 ‘반국익적’ 행태이다.
우리는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 논의 등 최근의 상황이 조선일보의 ‘기대’와 엇나가는 데 대해 조선일보가 몹시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라는 차원에서 제발 자칭 ‘1등신문’답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대범한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끝>

 


2007년 3월 5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