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6자회담(2·13합의)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2.15)
6자회담 성과에 심술부리는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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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5차 6자회담 전체회의에서 합의문이 발표됐다.
북한이 5메가와트 영변 원자로 및 방사화학실험실 등 5개 핵심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면, 일본을 제외한 다른 4개국이 북한에 중유 100만t 상당의 에너지·경제·인도적 지원을 균등부담하기로 한다는 것이 합의문의 핵심 내용이다.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비핵화(핵 폐기), 에너지ㆍ경제지원, 동북아 안보협력, 북미 관계정상화, 북일 관계정상화 5개 분야의 워킹그룹 설치도 합의를 이뤘다. ‘납치문제’로 대북지원분담에서 빠진 일본에 대해서는 참여를 기대한다는 별도의 ‘합의 의사록’을 채택했다.
일단 이번 2·13 합의는 경색된 북미간, 남북간 관계를 풀고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 이번 합의는 9·19 공동성명의 실행을 위한 ‘초기조치’로 북한의 행동에 따라 다른 나라의 ‘지원’이 결정되는 ‘행동 대 행동’이라는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갖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합의문에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명시한 것도 ‘단순 동결’에 그쳤던 제네바 합의보다 진전된 것이다. ‘워킹그룹’을 구성한 것 역시 6자의 논의구조를 상설화해 ‘대화’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조치로서,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창구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도 평가할 만하다.
한편 6자회담이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의 성과를 거둠에 따라 대북강경론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부시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대화를 거부하며 대북강경책을 취해왔지만, 그 결과는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도 대북강경론자들은 강도 높은 제재를 주장했지만 이번 6자회담은 외교적 노력으로 북핵 문제를 풀고 한반도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그동안 대북강경론을 주장하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데 앞장서 왔던 조선일보 등 수구보수신문들은 이번 6자회담 합의를 ‘돈만 들고 성과도 없는 것’으로 몰아가는 데 급급했다.
이들은 6자회담 합의에 따른 비용을 최대한 부풀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줄 것처럼 집중 부각하는 방식을 동원했다. 특히 <합의땐 당장 한국부담 최대 7200억>, <북, 핵폐기전 최소 7800억원어치 챙겨>, <한국 돈 얼마나 드나 매년 1조 이상씩>, <한국 공동분담금만 650억원> 등등 이들 신문이 뽑은 관련 기사의 제목은 ‘숫자’ 자체만을 부각해 독자들에게 ‘엄청난 돈이 드는 합의’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 핵무기 처리’ 논의도 안했다>, <북핵 폐기 못 시키고 미봉에 그친 6자회담> 등의 제목을 달아 6자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것처럼 폄훼했다.
‘성과없이 돈만 드는 합의’를 기대(?)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6자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질 조짐이 보이자 13일 <합의땐 당장 한국부담 최대 7200억>이라고 제목의 기사를 싣고 6자회담 합의가 한국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울 것처럼 몰았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의 작은 제목을 <북이 중유 200만t 요구할 경우>라고 달았는데 ‘200만t’ 지원은 회담 초기에 북한이 주장했다가 거절당한 안이다. 조선일보가 왜 폐기된 ‘200만t’을 근거로 6자회담에 따른 한국의 분담금을 부풀려 계산했는지는 그 속내가 뻔하다.
또한 조선일보는 “균등분담에 부정적인 일본·러시아 등은 제네바합의 때처럼 우리 정부에 70%를 부담토록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그럴 경우에는 중유비용 42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가 ‘70%를 부담할 경우’를 가정해 중유비용을 부풀린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본을 제외한 4개국이 균등분담하는 것으로 합의됐고,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초기 긴급에너지지원분 5만t(140억)과 북한의 ‘불능화’ 조치에 따른 95만t의 4분의 1인 670억 정도라고 하니 조선일보의 계산은 부풀려도 너무 부풀린 것이다.
조선일보는 심지어 “6조원이 드는 200만kw의 전력지원(중대제안)과 북한의 핵 물질 폐기에 따른 지원까지 합쳐지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소요될 전망”이라며 아직 구체화되지도 않은 지원까지 거론해 대북지원액이 엄청난 규모라고 거듭 주장했다. 또 조선일보는 한국이 ‘차관’ 형식으로 북한에 매년 지원해 온 쌀과 비료까지 6자회담 합의에 다른 분담금에 포함시켰는데, 이 역시 ‘합의’에 따르는 비용을 부풀리기 위한 계산법으로 보인다.
같은 날 <합의는 ‘제네바 수준’, 한국부담은 그보다 많이>라는 제목의 사설도 “(제네바 합의와)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대북 에너지 제공을 위한 한국 부담 비율이 훨씬 늘어난다는 점”이라며 합의 수준을 섣불리 추측해 깎아내리고 ‘비용’을 한껏 부풀렸다.
사설은 “6자회담 다른 당사국들이 합의문에 서명만 하고 뒷짐을 지면 최소한 연간 50만t 중유 제공에 필요한 1억5000만 달러(1400억원) 부담을 거의 한국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는가 하면, 북핵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하기 위해서는 추가 조치가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추가 부담을 져야 할지 알 수 없다”면서 비용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이어 6자회담 합의가 발표된 후 14일 보도에서 조선일보는 북한이 핵폐기를 하지 않고 엄청난 지원만 챙길 수 있는 것처럼 교묘히 몰았다. 4면의 관련 기사 제목은 <북, 핵폐기전 최소 7800억원어치 챙겨>이다.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6자회담이 합의를 이뤘는데도‘북한이 얼마나 많이 챙기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기사는 북한이 단계적으로 지원받기로 한 중유100만t 외에 이번 합의와 관계없는 쌀과 비료 지원, 경공업지원, 대북송전, 경수로 등을 모두 포함해 북한이 ‘챙기는’ 지원액을 부풀렸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행동 대 행동’이라는 원칙을 채택함에 따라 북한이 중유 100만t을 지원받으려면 북핵시설 ‘불능화’를 위한 단계별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 원칙을 ‘성과급 제도’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예전의 합의보다 실효성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이번 합의로 북한만 엄청난 이득을 얻는 것처럼 ‘숫자’를 부각해 독자들을 호도하려 들었다.
또 이날 사설 <한반도 비핵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합의내용에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무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문제 삼았다. 사설은 “이번 합의엔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핵무기 제조용 핵물질의 제거, 그리고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깨고 비밀리에 개발한 우라늄 핵시설 폐기조치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쇄조치를 받아들인 것은 궁극적인 핵 폐기보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으로 알려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22400만 달러 동결자금을 푸는 데 초점을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미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던 상황에서 이번 회담 한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합의는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가는 첫 단추로서 의미가 있으며, 워킹그룹의 설치도 대화를 통한 보다 구체적인 해법 마련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이미 보유한 핵무기’에 대한 조치가 없다는 이유로 6자회담의 성과를 폄훼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6자회담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신문들
14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이번 합의가 ‘보유 핵무기 폐기’ 문제가 빠졌고,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그 의미를 깎아내렸다.
중앙일보가 6자회담 합의 소식을 다룬 기사의 제목은 <한국 돈 얼마나 드나 매년 1조 이상씩…못 들어도 10조원대>(3면)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교착상태에 빠졌던 6자회담이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를 처음으로 다룬 기사의 제목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기사는 “이번 합의문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북핵 폐기가 진전됨에 따라 우리 측이 짊어질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쌀·비료 지원과 북핵 폐기의 대가로 제시됐던 대북 송전·경수로 건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향후 북핵 폐기 과정이 ‘불능화’에 이어 200만kw 대북 송전, 경수로 제공 단계로 진행되면 우리 측 부담은 조 단위로 급증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날 사설 역시 6자회담 합의에 대한 ‘불만’을 부각시켰다. 사설의 제목은 <북핵 폐기 못 시키고 미봉에 그친 6자회담>이다. 사설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제거에 대해 아무런 논의도 못한 것은 문제”라며 “북한의 ‘미래 핵 활동’ 동결에 보상을 해주는 협상 틀에만 매달리다간 북한의 핵 보유가 용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국이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원 마련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1면 톱기사의 제목을 <‘기존 핵무기 처리’ 논의도 안했다>로 뽑았다. 제목만 본다면 6자회담이 실패하거나 성과 없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 4면 기사 <한국 공동분담금만 650억원…일 거부땐 더 늘어> 역시 합의에 따른 비용을 문제삼았다.
이날 사설 <‘과거·현재·미래의 핵’ 다 폐기해야 안심할 수 있다>도 별로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사설은 경수로 건설, 200kw송전 시설까지 언급하며 “향후 9~13년 동안 총 6조5000억~11조 원이 들어가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북 프로젝트”라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따르는 비용을 부각했다. 또 “북한의 과거와 현재의 핵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는 한 장의 이행계획서를 위해 과연 이만 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회의적”이라며 “정부는 ‘평화비용’이라고 하지만, 북핵에 잘못 대응해 물지 않아도 될 비용까지 물게 되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되짚어 봐야 한다. 이를 햇볕정책의 성과로 포장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동아일보가 생각하는 ‘북핵에 잘 대응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또 그 방식을 선택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저렴’한지 참으로 궁금하다.
대북제재는 ‘저렴’한 해결 방식인가?
수구보수신문들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따르는 비용이 엄청나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대화를 포기하고 ‘제재를 통한 해결’을 선택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부터 계산해봐야 한다. 돈으로 환산조차 할 수 없는 전쟁위기 고조, 인명의 손실 등을 포함해 ‘제재를 통한 해결’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인가?
이번 2·13 합의에 따라 우리가 부담할 대북지원의 규모는 700억에서 최대 840억 정도로 계산된다. 이 비용은 지난해 정부의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결산에서 남은 2조 4천억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또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800억과 비슷한 규모다. 수구보수신문들은 ‘억’, ‘조’와 같은 화폐단위가 주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라는 느낌을 최대한 부각했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비용으로 비싸다고 할 수 없는 규모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폐기’에 대한 조항이 없다는 것도 비판을 위한 비판에 불과하다. 이번 2·13 합의는 ‘9ㆍ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라고 명시되어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첫 ‘실행단계’의 조치를 두고 최종단계에서 다룰 ‘보유 핵무기 폐기’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은 판을 깨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합의문 1조에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하고 있으며, 9·19 성명에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 포기’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폐기’ 문제는 앞으로 대화의 틀을 깨지 않고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면 된다.
대북강경책을 주장해온 수구보수신문들의 입장에서는 6자회담의 진전이 민망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기대’가 어긋났다고 해서 명백한 성과까지 부인하고 무조건 폄훼하려드니 참으로 유치해 보인다. 이들 신문이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이번 합의는 평화적 해결 노력의 성과다. 그동안의 ‘대북재제’ 주장이 부끄럽다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억지 주장으로 6자회담의 성과를 부인하는 것은 ‘대북강경파의 심술’로 비칠 뿐이다. <끝>
2007년 2월 15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