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의 ‘외국방송 재전송채널 더빙허용 검토’ 발언에 대한 논평(2007.2.11)
더빙규제 철폐,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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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7차 협상을 앞두고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이 9일 YTN에 출연해 “외국 방송 재전송 채널의 한국어 더빙 방송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는 방송개방에 대한 미국의 압박을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됨을 누누이 밝혀왔다. ‘외국방송 재전송 채널의 한국어 더빙 허용’ 역시 국민주권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 방송 산업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도 수용할 수 없는 요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외국방송 재전송 채널이 한국어로 방송된다는 것은 외국 자본이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PP를 소유해 한국에서 방송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이는 우리의 방송 주권에 대한 침해이자 방송법에 따라 방송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PP들과의 역차별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이 재송신하고 있는 CNN 등의 보도채널이 한국어로 더빙될 경우를 가정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우리 방송법은 보도전문PP에 대한 외국인지분소유를 금지하고 있으며, 국내 자본의 경우도 엄격한 조건에 따라 제한적으로 지분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CNN이 한국어로 방송되면 외국자본에 보도전문PP를 승인해주는 결과를 낳음으로써 방송법이 규정한 ‘보도전문PP에 대한 외국인지분소유 금지’를 사문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외국뉴스를 국내에 공급할 때 국내 통신사와 계약을 통해 제공하도록 하고 있는 법 제도 역시 유명무실해진다.
보도전문PP에 대한 지분 소유를 까다롭게 규정한 이유를 구구히 설명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방송보도가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 여론 다양성 보장 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소유규제이다. 하물며 국내 자본도 보도전문채널의 진출을 규제받고 있는 상황인데, 미국 자본이 아무런 규제 없이 사실상의 보도전문채널을 갖겠다는 것은 방송 분야의 ‘치외법권’을 요구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한국어 더빙과 함께 한국(local) 광고를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구까지 해 왔는데, 이는 한국 방송법의 규제는 받지 않으면서 광고 영업까지 해서 이익만 챙기겠다는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외국방송의 더빙 허용이 얼마나 명분 없는 일인지 이혜민 단장은 “더빙 방송이 국내 방송에 미칠 영향과 영어를 못 알아듣는 사람이 외국 방송을 들을 수 있는 권리를 비교”해 “미국 측의 요구를 들어줄지 중립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해괴한 근거를 내세웠다.
‘미국 방송을 한국어 더빙으로 볼 권리’가 우리 국민의 보편적 접근권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방송주권을 포기하고 미국 자본에 방송시장을 내주면서 ‘영어를 못 알아듣는 국민의 권리 보장’이라며 궤변을 늘어놓는 데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혜민 단장의 발언은 ‘방송 분야 미래유보’라는 방송위원회의 공식적인 방침을 멋대로 뒤집는 것으로 방송정책의 주무기관을 무시하고 오직 미국 측의 요구만 들어주겠다는 행태이다.
이미 한미FTA 협상은 ‘협상’이 아니다. 상대방의 요구는 다 들어주면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미국 퍼주기’일 뿐이다. 미국은 이것으로도 부족해 ‘광우병 우려 소를 수입하지 않으면 FTA는 없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가 보이는 태도는 한마디로 ‘지금까지 퍼주기로 부족하다면 방송도 주겠다’며 미국에게 FTA체결을 구걸하는 꼴이다. 이렇게까지 주권과 국익을 훼손하면서 한미FTA를 체결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참여정부에 다시 한번 경고한다. 미국 퍼주기 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
끝내 정부가 미국의 방송개방 요구까지 들어주면서 굴욕협상을 강행한다면 그것이 불러올 저항의 강도는 참여정부의 예상을 뛰어넘을 것임을 명심하라. 시민언론단체들과 방송노동자들은 방송주권이 유린되는 상황을 결코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끝>
2007년 2월 11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