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시사저널 경영진의 편집권 독립 보장을 촉구하는 민언련 논평(2007.1.9)
‘짝퉁 시사저널’ 사태, 편집권 독립만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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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권 독립 보장 방안을 요구하는 시사저널 노조의 파업에 맞서 사측이 대체인력을 투입해 만든 899호 시사저널이 언론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름만 ‘시사저널’일 뿐 내용과 형식 모두 함량미달의 잡지가 나왔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전현직 기자들을 비롯해 언론계에서는 벌써부터 ‘짝퉁 시사저널’로 불릴 정도다.
그동안 금창태 사장은 노조 파업에 대비해 외부 회사와 컨텐츠 계약을 맺는 한편 지난 12월 13명의 비상근 편집위원들을 위촉했다. 그리고 지난 1월 5일 노조가 하루 파업에 들어가자 금창태 사장과 편집위원들을 중심으로 잡지를 제작했다. 그러나 이렇게 제작된 899호 시사저널은 정보적 가치, 시의성, 심층성 등등 기사를 평가할 수 있는 어떤 잣대를 적용해도 전통 있는 시사주간지라고 볼 수 없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커버스토리는 여론조사 전문가로 알려진 김행씨의 <2012년 ‘부활’ 노리는 노무현의 속셈>인데 분석의 객관적 근거가 부족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엇을 근거로 이런 기사를 썼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또 조선일보 류근일 씨를 <스페셜 인터뷰>로 다뤘는데, 그가 왜 ‘스페셜’한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되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한편 <시사저널>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발로 뛰는 기사’들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현장을 발로 뛰어 취재한 것으로 보이는 기사는 성 상품화 논란을 부르고 있는 ‘섹시바’ 관련 기사 정도였다. 그밖에는 다른 언론매체에서 이미 다룬 내용들을 별다른 차별성 없이 반복하고 있다.
전체적인 지면 디자인도 독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동안 시사저널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는 튀는 그림, 인터뷰 주인공의 머리 부분을 자르거나 사진과 사진을 어색하게 겹친 편집, 기사 양의 부족 때문으로 보이는 기사보다 사진이 많은 지면 등등은 이전의 시사저널과 899호 시사저널이 같은 잡지라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어쩌다 시사저널이 이 지경에 이르렀나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특히 편집권 독립을 걸고 싸울 수 있는 건강한 기자들이 남아있는 매체가 사측에 의해 사회적 신뢰를 잃어간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시사저널 사측은 기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끝까지 외면하고 계속 ‘짝퉁 시사저널’을 만들 작정인가? 이런 함량미달의 잡지로는 주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결국 회사도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점을 경영진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편집권 독립 장치를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지금 시사저널 노조가 요구하는 편집국장 중간평가제 등 편집권 독립의 장치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과거 시사저널은 편집국장 임명동의제까지 시행해본 경험이 있다. 편집국장이 경영진의 전횡을 거부하고 편집권 독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중간평가제를 도입하자는 정도의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사실상 사측이 사태 해결의 의지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사측이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은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꼴이다. 시사저널 사태의 근본 원인이 경영진의 일방적인 삼성 관련 기사 삭제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여기에 반발한 기자들의 편집권 독립 요구를 짓밟고 사태를 수습한들 그때의 시사저널은 더 이상 과거의 시사저널이 아니며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우리는 시사저널 심상기 회장이 지금이라도 시사저널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충정어린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노조의 편집권 독립 요구를 수용하는 용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그것만이 시사저널의 몰락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끝>
2007년 1월 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