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 4일 기자간담회와 강재섭 대표의 ‘성희롱적 발언’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1.6)
등록 2013.08.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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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비뚤어진 언론관부터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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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속 의원들의 성희롱 행태로 비난을 받아왔던 한나라당이 또 다시 ‘성희롱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이번에는 강재섭 당 대표가 당사자이다.
지난 4일 강 대표는 기자들과 함께 한 ‘신년 간담회’에서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를 화제로 올려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당시 간담회 자리에는 여기자와 여성당직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고 한다. 자신의 발언이 물의를 빚자 강 대표는 대변인을 통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시 정황을 상세히 보도한 일부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강 대표의 성희롱 언행 자체도 심각한 문제지만 이런 발언이 나오게 된 한나라당의 왜곡된 언론관과 구태의연한 언론인 관계 맺기 방식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임을 거듭 확인했다.


이날 강 대표는 신년간담회의 취지에 대해 “금년은 어쨌든 우리 언론과 한나라당이 뒹굴면서 같이 선거를 치러야 되기 때문에 분위기를 미리 조성했다”, “우리가 뒹구는 연습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자리를 모셨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도대체 한나라당과 언론이 ‘같이 뒹굴면서 선거를 치른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또 ‘뒹구는 연습’이란 무엇인가?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해에 제1야당의 신년 간담회 취지가 ‘정당과 언론의 뒹구는 연습’이란 말인가?
우리는 차기 집권을 노리는 정당의 언론관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 언론의 기초적 사명 가운데 하나가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이다. 물론 우리 사회의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은 이런 사명을 외면하고 기득권세력의 이데올로그 역할을 하면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차기 집권이 유력시 되는 정당의 대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뒹굴면서 선거를 치르자’고 말하는 것은 모든 기자들을 향해 비민주적이고 비정상적인 정-언 유착을 제안하는 행위다.


‘간담회’라는 이름을 빌어 술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기자들과 인적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유리한 언론 환경을 만들겠다는 발상 역시 문제다.
술잔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간담회’가 과연 정치권력과 언론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대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번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동아일보 여기자 성희롱 사건 역시 기자들과의 ‘질펀한 술자리’에서 빚어졌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기자 간담회가 정당의 정책이나 활동 방향을 설명하고 여론을 청취하는 등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간담회’였다면 이런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날 수 없다고 본다.
술자리를 통해 기자들을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 기자들과 ‘긴장관계’라고 생각하기는커녕 성희롱 발언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편안한 관계’라는 구태의연한 생각이 거듭되는 물의를 빚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이 강 대표를 두둔하면서 “나이 어린 기자들 앞에서 편하게 얘기한 게 아니냐”고 발언한 것도 한나라당 인사들의 이런 언론관, 언론인관을 잘 보여준다.


한나라당이 일부 언론과 ‘함께 뒹구는 관계’를 맺는데 성공했다고 해서 모든 언론이 한나라당과 그런 관계를 맺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왜곡된 ‘노력’을 한다면 참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불행이다.
가까이는 대선 보도가 얼마나 공정하게 치러질지 걱정이며, 장기적으로는 만약 이런 정당이 집권했을 때 권언관계가 얼마나 왜곡될 것이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후퇴할 것인지 걱정이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언론관과 언론정책을 끊임없이 비판해왔다. 그러나 과연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언론관과 언론정책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정당인가? 우리는 참여정부 인사들이 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하면서 언론과 불필요한 감정적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비판받을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거대 수구족벌신문의 이익을 대변해 주면서,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언론인들을 ‘관리’해 유리한 언론 환경을 만들겠다는 한나라당의 발상은 우리 사회가 성숙해 가기 위해 퇴출시켜야 할 언론관이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수권정당이 되고 싶다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 걸맞는 언론관부터 갖추고 품위 있고 정상적인 언론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양식 있는 기자들이 한나라당을 비롯해 정치권의 왜곡된 언론관과 권언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한다. <끝>

 


2007년 1월 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