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사학법 관련 방송보도(19~21일)에 대한 민언련 논평
‘사학법 개악시도’ 단순중계, 방송의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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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개악’ 시도에 대해 방송들이 핵심은 외면한 채 ‘보수’ 종교단체들이 극단적 언행을 무비판적으로 중계 보도하고 있어 문제다.
19일과 20일에 걸쳐 ‘보수’ 종교단체들은 삭발 기자회견을 여는가 하면, 개정사학법의 개방형 이사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학교폐쇄를 불사하겠다’, ‘순교를 각오하고 싸우겠다’는 등의 극단적인 행태를 보였다. 그러자 KBS와 SBS는 이들 ‘보수’ 종교단체와 사학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집단행동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는가 하면, 한나라당-사학재단-‘보수’종교단체들의 끈질긴 사학법 무력화 시도를 ‘여야 힘겨루기’나 ‘이해집단 사이의 갈등’ 정도로 다뤄 사태의 본질을 흐렸다.
KBS는 19일 <‘사학법 재개정’ 목청>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 종교단체의 사학법 재개정 기자회견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개방형 이사제를 없애지 않으면 종단 산하 학교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종교 사학의 목소리를 전하고 “사학법은 한국기독교 천2백만 성도를 괴롭히는 법이다. 선교수호와 자유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법이다”는 박종순 한기총 회장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러나 이 보도 외에 ‘보수’ 종교단체와 사학 관계자들의 ‘학교폐쇄’ 발언을 비판적으로 지적하거나 개정사학법에 대한 이들의 왜곡 주장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보도는 없었다.
한편 이 보도는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을 전하면서 “여야 원내대표도 오늘 또 핵심 쟁점인 ‘개방형 이사제’ 조항을 놓고 논의를 벌였지만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내년 대선 전략과 얽혀있는 만큼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예산안이 사학법과 연계돼 있다는 점도 문제를 복잡하게 하고 있다”는 정도의 상황 전달에 그쳤다. 이는 사학법 문제나 국회 파행을 여야의 ‘힘겨루기’로 취급함으로써 여야가 각각 어떤 책임이 있는지 정확하게 지적하지 못한 것일 뿐 아니라 한나라당-사학재단-‘보수’종교단체의 사학법 무력화 시도의 본질을 가리는 것이다.
이어 20일 KBS는 단신으로 종교 사학 목사들의 집단 삭발식을 전하고,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성명서 내용을 보도했다.
SBS도 19일 <“학교폐쇄 불사”>에서 “개정사학법이 종교 자유와 사학의 건학이념을 침해 한다”며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삭발 투쟁과 반대 집회는 물론 학교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종교 사학단체들의 사학법 재개정 요구 기자회견을 보도했다.
또 “여야도 사학법 재개정과 예산안 처리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의 힘겨루기 속에 사학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는 종교재단까지 공방에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사학법 재개정 논란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며 사학법 무력화 시도를 ‘재개정 논란’으로만 다뤘다.
20일 보도 태도도 거의 비슷했다. <집단 삭발 투쟁>에서는 보수 교단 대표들의 집단 삭발 투쟁을 ‘중계’하며, “그동안 여당 안에 찬성해왔던 KNCC마저 입장을 바꿔 개방형 이사제도의 개정을 요구했다”고 부각하기도 했다.
반면 진보적인 7개 종교단체의 사학법 재개정 반대 성명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언급하며 “종교계의 내부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해 종교계 내부 갈등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했다.
MBC는 20일 <사학법 반발 삭발>에서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찬반 입장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종교사학들의 삭발식을 다루고, 진보성향의 기독교 단체와 사립학교개혁운동본부(이하 사학개혁국본)의 성명과 사학법 재개정 반대 입장을 전했다. 사학법 재개정 요구만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한 KBS, SBS와 달리 최소한의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반교육적이고 극단적인 ‘사학법 무력화 시도’에 대한 비판적 분석은 없었다.
우리가 입이 아프게 지적했지만 개정사학법은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과 사학재단, ‘보수’ 종교단체, 수구보수신문들은 개정사학법을 왜곡하고 흔들어 ‘사학법 재개정’을 정치적·사회적 의제로 만들었으며 결국 정부여당의 ‘굴복’을 받아내 ‘재개정’을 기정사실화 시켰다. 이제 이들은 ‘사학법 재개정’의 내용을 철저하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악하는 데 목표를 두고 극단적인 언행을 하고 있다. 또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국회는 한나라당의 ‘생떼쓰기’와 열린우리당의 ‘무능’으로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방송 보도가 ‘사학법 무력화’ 시도를 ‘사학법 재개정 논란’으로 접근하고, ‘여야 갈등’이나 사학재단과 ‘보수’ 종교단체의 주장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것은 방송의 능동적인 의제설정 기능을 포기한 채 ‘사학법 무력화 세력’의 의도를 그대로 쫓아가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 파행을 주도한 한나라당과 무소신, 무능으로 최소한의 개혁정책을 지키지 못한 정부여당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며, 한나라당-사학재단-‘보수’종교단체-수구보수언론의 사학법 개악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KBS와 SBS는 심층 분석보도는 커녕 사학법 무력화 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19일 오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등 7개의 종교단체와 150여개가 넘는 시민단체들이 포함되어 있는 사학개혁국본이 각각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사학개혁국본은 국회 앞에서 연일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21일에는 7개 종교단체와 사학개혁국본이 국회 브리핑룸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KBS, SBS는 종교단체와 사학국본이 개최한 기자회견, 촛불시위, 성명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SBS가 20일 종교계의 갈등조짐을 전망하며 진보 종교단체의 성명을 ‘언급’했을 뿐이다.
우리는 사학법 무력화 시도에 대한 공영방송 KBS의 보도태도에 특히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나열해 전달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은 아니다. 우리 공교육의 발전을 위해 어떤 사학법이 필요한지, 지금의 개정사학법이 정말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사학재단의 건학이념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인지, 사학법 문제로 국회를 파행시키는 것이 과연 제1야당으로서 합리적인 태도인지 등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따지는 것이야말로 공영방송의 역할이 아닌가?
앞으로도 ‘사학법 무력화 시도’들은 계속될 것이다. 방송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 지금부터라도 심사숙고해 주기 바란다. 사학법 무력화 세력들의 극단적인 행동이 방송뉴스의 ‘그림’이 된다고 해서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거나, 정치권의 파행을 중계하는 방식의 보도를 계속하는 것은 방송의 ‘직무유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끝>
2006년 12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