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종부세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판결’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토지정의시민연대 ‘부동산보도모니터팀’ 논평(2006.12.19)
불리하면 축소보도 하는 것이 ‘부자신문’들의 방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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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강남지역 아파트 주민 85명이 제기한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그동안 일부 지역의 다주택자들은 종부세가 ‘중복과세’이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종부세 부과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공제하기 때문에 이중과세되지 않으며, “누진제는 조세의 목적에 따라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이고 누진율도 지방세와 비교할 때 그리 과중해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 사유재산권 침해 여부에 대해 “종부세가 사유재산권 자체를 부인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종부세법은 불필요한 부동산 보유를 억제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고 국민 다수에게 쾌적한 주거공간을 제공해 결국 국민 대다수의 생존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수구보수신문들과 일부 지역 다주택자들의 ‘세금폭탄’, ‘사유재산권 침해’ 등의 주장이 근거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그러자 그동안 종부세 저항을 조장해 온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법원의 기각판결에 대해 축소보도로 일관했다. 심지어 이들 신문은 또 다른 지역의 종부세 반발 움직임, 헌재의 위헌 판결 가능성 등을 언급해 법원의 종부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기각을 ‘물타기’하려는 경향까지 보였다.
‘기각’ 판결은 축소보도, ‘종부세 반발’ 부각에 여념 없어
법원 판결 다음날인 16일, 조선·중앙·동아일보 가운데 이를 보도한 신문은 동아일보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이날 보도는 법원의 기각 판결보다는 종부세 반발을 거듭 부추기는데 무게가 실려 있다.
동아일보는 16일 11면 <종부세 위헌결정 나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자진신고·납부가 15일로 마감됐지만 종부세를 둘러싼 논란이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며 분당 주민들의 종부세 개선 청원서 제출 소식, 헌재가 종부세를 위헌으로 판결했을 때 ‘자진납부’와 ‘이의신청’ 중 어떤 것이 더 유리한지 등을 다뤘다. 이 기사는 ‘일부 법조인’의 의견이라면서 1994년 ‘토초세 사례’를 들어 “헌재가 위헌이 아니라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 사전에 이의신청을 한 때에만 구제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해 종부세에 대한 ‘이의신청’을 유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행정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기각 소식은 이 기사 끝 부분에 짧게 언급되었다. 그나마 재판부의 판결 내용은 “공급이 제한된 토지와 그 위에 건축되는 주택은 다른 재산권과 달리 공동체의 이익이 더 강하게 요구된다”는 정도만 소개됐고,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의 반론과 헌법소원 제기 방침을 더 자세히 실어주었다.
한편, 이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종부세 부과에 반발하는 분당구 주민들의 종부세 개선 청원만 보도하고 법원 판결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2면에 <분당구 주민2만명 종부세 개선 청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단으로 실었다. 이 기사는 청원서를 제출한 분당지역 외에도 강남과 서초, 송파구 아파트 주민들도 “서명운동과 탄원서를 만들어 내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종부세 반발 움직임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14면 3단 기사 <종부세 자진신고 90%달해>에서 종부세 납부율이 높다는 국세청의 발표를 실었다. 그러나 이 기사 역시 후반부에는 종부세에 반발하는 성남 분당 주민들의 주장과 청원서 내용을 실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8일에야 법원의 15일 기각 판결을 짧게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8면에 <종부세 위헌제청 기각>이라는 1단 기사를 실었는데, “종부세는 국민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 다시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헌법소원’을 제출하겠다는 신청자들의 발언을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10면에 <“종부세, 재산권 침해 아니다”>라는 2단 기사를 싣고 법원의 기각결정을 간단하게 보도하는데 그쳤다.
동아일보, 사설까지 실어 띄워주더니…
법원의 이번 판결을 다루는 이들 신문의 보도태도는 그동안 일부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종부세 반발 움직임을 부각시켜 온 것과 비교하면 참으로 대조적이다. 특히 지난 5월 주민들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을 당시 사설까지 실어 종부세 반발을 띄워주었던 동아일보의 태도는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다. ([표]참조).
[표] 종부세 위헌법률심판 신청 및 기각 판결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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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주민들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관련 보도 |
법원의 기각 결정 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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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제목 |
지면(글자수) |
날짜 |
제목 |
지면(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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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
6.2 |
강남주민, 종부세 취소 집단소송 |
14면(357자) |
12.16 |
종부세 위헌결정 나면… |
11면 ※(340자) |
6.3 |
집단소송으로 번진 종합부동산세 저항 |
사설(986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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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
6.2 |
'종부세 위헌' 집단소송 |
2면(1103자) |
12.18 |
"종부세, 재산권 침해 아니다" |
10면(715자) |
조선 |
6.2 |
"종부세 취소해달라" 행소 |
10면(709자) |
12.18 |
종부세 위헌제청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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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면(325자) |
※이 기사의 전체 분량은 1260자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이 기사의 주된 내용은 종부세 반발과 관련된 것이다. 따라서 이런 내용을 제외하고 법원의 기각 판결을 다룬 부분의 분량만 계산했을 때에는 340자밖에 되지 않는다. |
동아일보는 6월 3일 <집단소송으로 번진 종합부동산세 저항>이라는 사설까지 실어 “평범한 시민을 투기꾼과 한통속으로 몰아 세금을 2, 3배씩 때리는 부동산 정책이 법의 심판대에 오른 것”이라며 주민들의 종부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에 의미를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조세만능주의의 산물인 종부세는 또 민간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려 서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계급적 증오감을 부추기고 악용하니 납세 대상자들이 참지 못하고 저항권을 행사하는 것”, “과도한 재산세는 재산 몰수에 해당하며 헌법의 소유권 보장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의 주장으로 종부세 저항 움직임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러면서 “행정법원이 어떤 심판을 내리든 결국 헌재가 종부세의 위헌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즉, 행정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헌재의 위헌소송으로까지 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종부세 저항을 집요하게 부추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중앙일보도 6월 2일 2면에 <‘종부세 위헌’ 집단소송>이라는 기사를 싣고 강남 주민들의 종부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다뤘다. 당시 중앙일보는 ‘표’까지 그려 정부의 주장과 소송을 낸 주민들의 주장을 비교했는데, 기사의 작은 제목을 <강남 일부 주민 ‘이중과세, 거주자유 침해’>, <“사실상 거주 이전의 자유 제한”>으로 달아 주민들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반면 이에 대한 반론은 기사 끝에 <“이중과세 아니다”>라는 작은 제목을 달아 “지방세인 재산세와 구별되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정부 주장을 언급하는데 그쳤다.
‘부자신문’의 부동산 보도, 최소한의 균형성·객관성 없어
사실 강남 주민들의 종부세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 보도 외에도 이들 신문은 지속적으로 종부세에 반발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움직임을 부각하며 조세저항을 부추겨 왔다. 최근에도 이들 신문은 강남 주민 6천여 명의 법개정 청원서 제출 등을 비롯해 목동, 분당, 과천 등 몇몇 지역의 종부세 반발을 부각해 주었다. 조선일보의 경우는 올해 초 2월 23일 종부세 소송을 준비하는 강남지역 아파트 주민들이 소송을 맡아줄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까지 실어 종부세에 반발하는 강남 주민들을 ‘세금폭탄에 맞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인 양 다뤘다. <뉴스블로그-“종부세 소송 맡을 변호사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국세청에 ‘미운털’이 박히는 것이 걱정스럽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강남 주민들의 소송을 맡기 꺼린다는 설명을 붙여 종부세 소송의 ‘고충’을 부각하기도 했다.
이처럼 종부세에 대한 반발은 부각해 보도하면서 자신들의 ‘세금폭탄’ 주장에 불리한 행정법원의 판결은 ‘면피용 스트레이트 기사’로 축소 보도하는 이들 신문의 보도행태는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다. 아무리 ‘대한민국 1%’를 위해 종부세 반대에 앞장섰다지만 최소한의 객관보도, 균형보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이런 식의 보도태도가 스스로를 ‘부자신문’, ‘부자를 위한 신문’으로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조중동의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이미 국민들은 부동산 정책 실패, 집값 폭등에 대해 ‘부자신문’들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끝>
2006년 12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 토지정의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