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정위의 신문구독불편사례 수기공모 관련 조선·중앙·동아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2.14)
조중동의 ‘언론자유’는 불법경품을 뿌릴 자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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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동아일보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문구독관련 불편사례 수기공모’를 ‘신문시장 옥죄기’, ‘언론탄압’으로 호도하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신문시장의 위법한 경품 및 공짜신문, 신문 강제투입 등 불법행위를 접한 신문독자들의 경험담이나 느낀 점, 신문사업자와 구독자의 의식전환을 위한 제언이나 공유하고 싶은 점을 내용으로 ‘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공정위가 할 가장 시급한 일은 ‘수기공모’보다는 신문시장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보다 철저한 단속과 신속한 조사, 엄정한 제재 조치, 더 나아가 신문본사에 대한 직권조사라고 본다. 하지만 공정위의 ‘수기공모’를 놓고 특정 언론에 대한 탄압인양 몰아가는 일부 신문들의 견강부회는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시장의 불법·탈법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에 대해 우리는 입이 아플 정도로 말해왔다. 특히 조·중·동 지국들의 불법 경품 제공 실태는 신고포상제가 실시되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따라서 신문시장의 불법 경품을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언론이라면 공정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이 보이고 있는 반응은 참으로 비상식적이며 적반하장이라 하겠다.
‘시장정상화’ 조치에 또 다시 ‘언론자유 위축론’
13일 조선일보는 <공정위, 이번엔 ‘신문 불법 수기’ 공모>에서 “공정위가 수많은 산업·시장 중 특정 분야를 지정해 상금을 내걸고 수기를 모집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김우룡, 박천일 교수의 말을 빌어 “언론탄압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신문시장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결국엔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기사는 공정위가 신문시장에만 ‘과잉규제’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10대 종합일간지의 지난해 매출액이 전체 산업 매출액의 0.2%에 불과하다며, “신문시장에 대해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규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신문시장 규제에 업무 역점을 두어와 과잉규제 논란을 불러왔다”, “올해 1~7월 중 다룬 안건은 모두 107개로, 이 중 신문시장과 관련된 것이 34건(32%)을 차지했다”는 등을 ‘과잉규제’의 근거로 들었다.
조선일보의 공정위 비난은 14일에도 계속됐다. 사설 <공정위원장은 청와대 홍보수석도 겸임하나>에서 조선일보는 공정위의 신고포상금 가운데 상당액이 ‘신문관련 포상금’으로 지급됐다며 “기업담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고 만든 포상금제도를 전적으로 신문감시에만 활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공정위가 신고포상제 관련 캠페인을 벌인 것을 ‘무가지 추방 캠페인’으로 왜곡해 “지하철역에는 애초부터 돈을 받지 않고 배포하는 각종 무료 신문이 널려 있는데도 거기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또 “공정위가 정권 비위를 맞추기 위해 신문 잡는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았더라면 다단계 판매업체 제이유사태로 30여만명이 4조5000억원의 피해를 입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공정위가 제이유 비리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가 신문시장 정상화 조치 때문인 양 호도하기까지 했다.
13일 중앙일보도 <취재일기-공정위, 신문에 왜?>에서 공정위의 ‘수기공모’를 문제 삼았다. 이 기사 역시 “공정위가 ‘신문감독청’을 자임하고 나선 것은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며 “전원회의가 심의한 안건 97건 중 신문사와 관련된 사안이 33건(34%)에 달했다”, “위법사례를 신고해 받은 포상금 86건 중 81건이 신문과 관련된 것”이라며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춰 신문들이 과도한 ‘대접’을 받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문시장 불공정 행위 제재에는 “훈장을 받아도 될 만큼 열심히 잘해 왔다”면서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13일 <특정업종 대상 ‘수상한 캠페인’>에서 ‘신문시장 옥죄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기사는 “현 정부에서 공정위가 계속 밀어붙여온 ‘신문시장 옥죄기’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공정위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신문시장의 혼탁’을 명분으로 신문시장, 특히 현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의 판매시장을 대대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또 공정위가 “과도할 정도로 신문시장에 개입해 왔다”면서 외국어대 문재완 교수의 입을 빌어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나 할 법한 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어 14일 사설 <공정위가 변해야 경제가 산다>에서 동아일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재벌의 왜곡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공정위의 정책을 싸잡아 ‘규제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 ‘수기공모’를 끌어들이더니 “경제의 ‘한국병’을 키우고, 권력의 손발이 돼 신문시장에나 개입하는 공정위가 변해야 경제가 살 것 같다”고 공정위를 공격했다. 또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들을 옥죄기 위해서겠지만 세계 어느 나라 공정거래 감시기관이 이런 일을 하는가”라며 거듭 ‘비판신문 옥죄기’ 주장을 폈다.
불법경품 근절이야말로 언론자유 살리는 길
우리는 조선일보 등 수구신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공정위가 신문시장의 불법 행위에 대해 ‘과잉규제’를 해왔다거나 “훈장을 받아도 될 만큼 열심히 잘해 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법경품을 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공정위가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고, 신고포상제 역시 소극적으로 ‘조심스럽게’ 적용하면서 대국민 홍보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만약 신고포상제 실시나 ‘수기공모’와 같은 공정위의 조치들이 ‘과잉규제’라면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생각하는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적절한 방안’, ‘합당한 규제’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우리는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신문시장 정상화 조치를 ‘언론탄압’으로 몰아붙이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는 경우를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신문 값보다 비싼 경품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것이 ‘공정경쟁’, ‘언론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태도이다. 그리고 사실상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경품을 마음껏 뿌리게 해 달라”는 주장을 해 온 것이 아닌가? 경품으로 시장을 독과점하고, 이를 통해 여론을 독과점하는 일이야 말로 언론자유를 치명적으로 압살하는 길이다. 조중동은 불법 경품 근절이 언론자유를 살리는 근본 바탕임을 더 이상 호도하지 말기 바란다.
아울러 ‘신문시장에 대한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규제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거나 ‘공정위 회의 안건에서 신문시장과 관련한 안건의 비율이 높다’는 식의 유치한 논리로 과잉규제 운운하지 말기 바란다. 다른 나라에서 신문시장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다는 사실을 주장하기 전에, 다른 나라에 조·중·동처럼 불법경품을 뿌려대는 신문이 있는지, 우리의 신문시장만큼 혼탁한 신문시장을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지부터 말해야 할 것이다. 또 신문시장의 파행 실태는 은폐한 채, 공정위 회의에서 신문시장 관련 안건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과잉규제’를 주장하는 것은 신문시장 혼탁의 ‘주역’으로서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파렴치한 행태다.
무료신문과 불법 무가지를 비교해 ‘지하철의 무료신문은 놔두고 우리만 규제하느냐’는 조선일보의 저급한 주장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인다.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유료 일간지가 과도한 무가지를 뿌렸을 때 규제받는 이유는 그것이 공정경쟁을 해치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만약 조선일보가 무료신문이 누리는 ‘자유’가 부럽다면 지금이라도 무료신문으로 전환하면 될 일이다.
혼탁한 신문시장 현실 간과한 연합뉴스 보도 유감
한편, 우리는 이들 신문의 보도에 앞서 12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공정위 신문구독 불편사례 공모 논란>에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사는 공정위의 ‘수기공모’를 보도하면서 “특정분야를 선정해 상금을 내걸고 불편 사례를 모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각 신문사 지국들은 이미 신고포상금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상금을 내걸고 구체적인 위반사례를 담은 수기까지 공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는 이 기사가 신문시장의 불법 경품 실태와 그 부작용을 충분히 취재하고 쓴 것인지 묻고 싶다. 공정위의 ‘수기공모’나 지국장들의 불만이 모두 사실(fact)이라 하더라도 ‘수기공모’라는 방식이 동원된 맥락이 무엇인지, 신문시장의 불법 경품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이렇게 상황을 악화시키는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신문시장 정상화를 주장하는 언론단체나 시민단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먼저 꼼꼼히 취재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공정위가 ‘수기공모’를 시작한 것이 이미 열흘 이상 전이고, 시급하게 다뤄야 할 사안도 아닌 내용을 지국장들의 입장만 듣고 기사를 썼다는 것은 ‘최소한의 균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앞으로 신문시장 문제를 다룰 때 보다 충분한 취재와 고민을 거쳐 기사를 써주기 바란다. <끝>
2006년 12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