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조선>·<중앙>·<동아>의 ‘부동산 관련 사설 및 칼럼’ 분석 비평(2006.12.9)
<조선>·<중앙>·<동아>의 ‘부동산 관련 사설 및 칼럼’ 분석 비평(2006.12.9)
1년 동안 ‘세금폭탄·공급확대·규제완화’만 외친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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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과 토지정의시민연대(이하 토지정의)는 2006년 1월 1일부터 지난 11월 30일까지 조선일보(이하 <조선>), 중앙일보(이하 <중앙>), 동아일보(이하 <동아>)의 부동산 관련 사설 및 칼럼을 모니터했다.
이번 모니터는, 최근 수도권 집값 폭등, 정부정책의 신뢰 상실 등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부동산 정책을 흔드는데 앞장서 온 주요 보수신문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민언련과 토지정의는 이번 모니터를 통해 <조선>·<중앙>·<동아>가 올 한 해 동안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어떤 주장을 펴고,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조사 대상 및 방법
모니터 대상은 1월부터 11월까지 <조선>·<중앙>·<동아>에 실린 사설과 칼럼이다.(칼럼의 경우 일선 취재기자들이 쓰는 ‘취재후기’류나, ‘여적’, ‘유레카’와 같은 단상을 다룬 글은 제외했다.)
사설은 모두 84건(<조선> 20건, <중앙> 31건, <동아> 33건)이며 칼럼은 모두 61건(<조선> 17건, <중앙> 25건, <동아> 19건)이다.
분석은 이들 사설 및 칼럼에서 내세운 주장들을 공통되는 몇 가지 주제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했다. 예를 들면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강화 등 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을 ‘세금폭탄’, ‘세금몽둥이’, ‘징벌적중과세’ 등으로 비판하는 사설은 ‘세금폭탄론’으로 묶었다. (일반적으로 사설 및 칼럼은 여러 가지 주장을 함께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중복으로 체크했다.) 분석한 결과, 이들 사설과 칼럼의 주요 내용들은 아래와 같이 크게 9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공급확대론(신도시 건설 및 건설공급 확대 주장)
▲규제완화론(강남 재건축 규제완화 등 정부규제 완화 주장)
▲세금폭탄론(세금폭탄, 세금몽둥이(방망이), 세금 때리기, 세금 긁기, 징벌적중과세 등 보유세 강화 정책 비판)
▲코드론(정부 부동산 정책이 청와대(대통령, 정부)의 ‘코드 맞추기’라는 주장)
▲색깔론(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좌파정책’ 등으로 비난하는 주장)
▲포퓰리즘론(분양가 원가공개를 포퓰리즘으로 비판)
▲금융정책비판(금리인상 또는 금리조정을 비판, 대출심사 강화 비판 등)
▲정권 무능 비판(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정부의 무능 비판)
▲기타(미국이나 일본의 부동산 정책과 한국의 부동산정책 비교해 비판, 아파트 부녀회 담합행위 규제를 비판, 정부 인사들의 도덕성 비판)
'세금폭탄론’ 주장에 온 힘을 쏟은 조·중·동
이들 신문의 사설과 칼럼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것은 정부의 ‘보유세 정책’을 비판한 ‘세금폭탄론’이었으며, ‘공급확대론’과 ‘규제완화론’이 그 뒤를 이었다. ‘공급확대’와 ‘규제완화’를 제외하면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 제시’는 거의 없었다.
‘금융정책’의 경우, 주로 ‘금리’와 ‘대출’ 관련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올해 중반까지는 금리와 관련해 집값 안정을 위해 금리를 높여서 시중 유동자금을 흡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으나, 10월에 이르러서는 섣부르게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선>의 경우, 사설 가운데 ‘세금폭탄론’ 주장을 담고 있는 사설의 비율이 45%를 차지해, ‘정권무능비판’(45%)과 동일한 비율로 나타났다.
<중앙>는 ‘세금폭탄론’을 담고 있는 사설이 32.3%를 차지했고, 칼럼에서는 44%를 차지해 둘 다 가장 많은 주장으로 나타났다.
<동아>는 사설의 51.5%, 칼럼의 68.4%가 ‘세금폭탄론’ 주장을 담고 있었다.
이들 신문들의 사설과 칼럼을 모두 합쳐 통계를 냈을 때 ‘세금폭탄론’을 담고 있는 사설이 42.9%를 차지했고, 칼럼은 50.8%로 나타났다. 부동산관련 사설과 칼럼 중에서 거의 절반이 ‘세금폭탄론’을 주장한 셈이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정부의 보유세 강화정책을 주요 보수언론들이 얼마나 집요하게 흔들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바로 ‘보유세 강화’ 정책이라는 것을 반증해준다.
민언련과 토지정의는 그동안 부동산보도 비평을 진행하면서 <조선>·<중앙>·<동아> 3개 신문이 정부의 보유세 강화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이렇게 온 힘을 다 기울여 놓고,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며 다시 공격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거듭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정부가 지난해 8.31대책 당시에 종합부동산세 등의 보유세 강화정책을 내세웠을 때, 많은 시민단체들의 입장에서는 그 강도가 미약해서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나마 그것이라도 흔들리지 말고 추진하라는 것이었는데, 보수언론들의 이러한 ‘세금폭탄론’에 휘둘려서 그랬는지 정부는 자신들이 공언했던 보유세 실효세율 1% 강화 약속을 뒤집어 후퇴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부동산시장은 안정되지 못하고 계속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다가 올해 열린우리당이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에 엉뚱하게도 부동산세금이 너무 과해서 선거에 졌다는 망언을 하여 부동산시장이 또 다시 요동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정부가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면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 잘못이 가장 크지만, ‘세금폭탄론’에 온 힘을 기울여 부동산정책을 흔들었던 이들 보수언론들의 잘못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공급확대’와 ‘규제완화’에도 심혈을 기울여
‘세금폭탄론’ 다음으로 <조선>·<중앙>·<동아> 3개 신문이 가장 많이 주장한 것은 ‘정권무능비판’과 더불어 ‘공급확대론’ 및 ‘규제완화론’이었다. <조선>은 사설에서 ‘세금폭탄론’과 동일하게 ‘정권무능비판’이 45%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공급확대론’이 25%로 가장 많았다. <중앙>은 ‘세금폭탄론’ 다음으로 ‘공급확대론’과 ‘규제완화론’이 각각 29%의 비율로 공동 2위를 차지했으며, ‘정권무능비판’이 19.4%로 그 뒤를 이었다. <동아>의 경우에는 ‘규제완화론’이 33.3%로 2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이 ‘정권무능비판’(27.3%)으로 나타났으며 ‘공급확대론’(12.1%)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신문의 사설을 모두 합해 통계를 내보면, ‘정권무능비판’(29.8%)이 ‘세금폭탄론’ 다음으로 가장 많았고 ‘규제완화론’(27.4%)과 ‘공급확대론’(21.4%)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조선>·<중앙>·<동아> 3개 신문의 칼럼을 합해서 낸 통계에서는 ‘세금폭탄론’ 다음으로 ‘공급확대론’(29.5%)이 많았으며, ‘규제완화론’(24.6%)과 ‘정권무능비판’(24.6%)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통계자료를 통해 <조선>·<중앙>·<동아> 3개 신문은 ‘세금폭탄론’과 함께 ‘공급확대론’ 및 ‘규제완화론’에도 심혈을 기울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신문들의 주장은 ‘수요와 공급’ 및 ‘시장논리’를 내세우는 동시에 공급확대 및 규제완화를 주장하면서 “시장에 그냥 맡기고 놔두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소위 ‘시장근본주의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이들 시장근본주의자들의 주장은 신도시 건설 등 공급을 계속 확대하고, 강남의 재건축규제를 완화하여 공급물량을 늘리면 당장은 집값이 올라가게 되어 고통스럽겠지만 공급을 계속하게 되면 언젠가는 부동산시장이 안정된다는 것이다.
‘막무가내 공급확대’가 불러올 재앙에 대해서는 침묵
이들 신문이 그대로 사용한 시장근본주의자들의 논리는 대강 이렇다. 만일 교통이 막힌다면(공급이 부족하다면) 당장은 공사로 인해 불편하더라도(당장은 집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있더라도) 지하철을 뚫으면(공급을 확대하면) 언젠가는 교통도 뚫리고(언젠가는 집값이 내려가고) 문제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은 모두가 함께 감내해야 하는 것(공급확대에서 발생하는 부동산불로소득은 그냥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얼핏 보면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러한 ‘공급확대론’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공급확대론’의 한계와 오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민언련과 토지정의가 부동산보도 비평을 통해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시장이 정상적인 완전경쟁 상황이라고 한다면, 수요가 넘치면 공급을 늘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는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 이런 단순한 시장논리를 무작정 들이대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부동산시장은 완전경쟁시장은커녕 토지와 주택의 소유가 심각하게 편중되어 있는 거의 독과점시장에 가깝게 왜곡된 시장이다. 또 공급이 정말 부족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아무런 현실적인 근거도 없다. 사람들이 주거목적으로 살려는 정말 필요한 실수요가 얼마인지도 파악하지 않고, 부동산투기로 인해 발생하는 투기적 가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들 시장근본주의자들과 보수언론의 주장대로 끝없이 공급을 확대했다가는 언젠가 이들이 말하는 대로 부동산가격이 폭락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급격한 부동산시장의 붕괴와 함께 심각한 경제적 재앙을 동시에 불러온다는 것은 왜 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불러올 수 있는 섣부른 ‘묻지마 공급확대’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거품은 부동산 불로소득의 환수를 통해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정공법이다. 그런데도 이들 신문과 시장근본주의자들은 부동산문제를 해결하려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그냥 묵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계속 발생하는 한 그 불로소득을 차지하려고 일어나는 부동산투기와 그로 인한 부동산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들은 대놓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용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부동산불로소득을 억제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반시장적’인 규제라며 반대한다.
공급확대 외치는 이들 신문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들 신문과 시장근본주의자들의 주장은 부동산(특히 토지)을 일반 상품과 동일한 범주에 놓고 수요와 공급 이론을 전개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오류이다. 부동산은 일반 상품처럼 그렇게 쉽게 공급이 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며, 특히 토지는 일반 상품처럼 인간이 만들어낼 수도 없는 것이다. 부동산의 이러한 상식적인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수요와 공급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무지의 소치’가 아니면 ‘의도적인 왜곡’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들 신문들이 이렇게 줄기차게 ‘공급확대론’과 ‘규제완화론’ 등을 주장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지난해 민언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신문들의 전체 광고 중에서 부동산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볼 때, 부동산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언론사와 건설사의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공급이 확대되면 언론사는 부동산광고 받아서 좋고 건설사는 건설공급물량이 늘어서 좋고,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 아닌가?
만일 이러한 이해관계가 없다면, 이들 신문은 시장근본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이론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는 ‘확신범(確信犯)’일 경우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이들 신문이 시장근본주의자들의 이론이 옳다고 확신하면서, 건설사에게서는 부동산광고를 받으며 자신들은 담대하게 ‘정론직필(正論直筆)’을 펼친다고 믿는 ‘자기최면(自己催眠)’ 상황이다. 이러한 확신범은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저지르는 사람보다 훨씬 상황이 나쁘다. 자신의 잘못을 아는 사람은 돌이켜 회개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확신범은 그렇게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안은 없고 반대만 있는 부동산관련 보도
이들 신문의 부동산 관련 보도의 논조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건설공급확대와 규제완화는 찬성하면서 보유세 강화 정책 및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거나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나마 있는 대안이라고는 건설공급확대와 규제완화 두 가지 뿐이다.
이외에도 <조선>·<중앙>·<동아> 3개 신문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에 맞춘 것이라는 내용의 ‘코드론’과 부동산정책이 좌파적인 정책이라면서 정치관련 보도에서 많이 써먹는 이른바 빨갱이 몰이 식의 ‘색깔론’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편 가르기 하면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라는 ‘포퓰리즘론’을 많이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 신문은 금리문제에 대해 올해 중반까지는 집값 안정을 위해 금리를 높여 시중의 유동자금을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10월 이후에는 ‘거품붕괴론’이 나오자 섣부르게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말 바꾸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하다가 거품이 실제로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자, 거품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등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후분양제와 분양원가공개에 대해서도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반시장적인 포퓰리즘이라며, 건설사들의 건설공급을 위축시켜 결국 공급이 부족해지면 오히려 부동산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면서 건설사들의 이익을 걱정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조선>·<중앙>·<동아> 3개 신문의 부동산 관련 보도는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고 부동산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사력을 다해 반대하면서, 지방의 건설경기침체 등을 핑계로 건설공급확대를 통한 건설경기부양과 함께 건설공급확대에 방해가 되는 규제의 완화를 동시에 주장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 왔다. 이들 신문이 건설공급확대와 규제완화 등을 일관되게 외치고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정책에는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언련과 토지정의는 이들 신문이 부동산에 관한 이해관계를 넘어서 심지어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부동산 문제에 있어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여론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언론이 부동산에 관한 사적인 이해관계와 이러한 이해관계가 개입된 잘못된 이론에서 벗어나, 부동산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고 모든 국민이 내 집 걱정 없이 맘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사회적인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 <끝>
2006년 12월 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 토지정의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