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신문들, 누구를 위해 ‘종부세 저항’ 선동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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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이 또다시 ‘세금폭탄’ 운운하며 종부세 흔들기에 나섰다.
지난 해 ‘8.31대책’에 따라 강화된 종합부동산세의 신고·납부가 오는 12월 1일부터 시작된다. 종부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 관련 조세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 왔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부터 종부세 기준을 주택의 경우 개인별 합산에서 가구별 합산으로, 부과대상을 공시가격 9억에서 6억으로, 토지의 경우에는 6억에서 3억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강화했다.
종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자 일부 언론과 납부 대상자들은 ‘세금폭탄론’을 펴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종부세를 폐지하거나 기준을 6억에서 9억으로 완화해 달라’고 주장하며,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지자체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종부세를 ‘세금폭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의 주택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은 0.2%이며, 이번 종부세 대상자의 공시가격 대비 주택분 평균 실효세율도 0.4～0.6% 수준이다. 이는 1.5～1.6%에 달하는 미국의 실효세율에 비하면 1/3 수준밖에 안되는 것이다.
또 몇 달 사이에도 수억씩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세금이 늘어난 것’만을 문제 삼아 ‘세금폭탄’ 운운하는 것은 집 없는 서민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설득력을 잃은 주장이다.
국세청이 27일 밝힌 종부세 납부 대상자를 보면 전체 가구의 1.3%인 23만 7천명으로, 이들 중 두 채 이상의 다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전체의 71.3%이고, 납부 대상 주택의 92.3%를 다주택자가 소유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 마디로 종부세가 ‘집 한 채 달랑 있는 서민’에게 부과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종부세의 취지와 내용을 왜곡해 반발여론을 조장하는가 하면, 국세청이 발표한 종부세 납부 대상자 관련 통계를 교묘하게 인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하는 등 악의적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종부세 반발’ 집중부각

조선일보는 27일 종부세 부과에 대한 해당 주민들의 반발을 부각하면서 조세저항을 부추겼다.
27일 3면 <종부세 운명은; 여론 눈치보는 정치권 당장 고치긴 어려울 것>에서는 “과연 이 세금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여론 눈치보는 정치권”때문에 당장 ‘종부세’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처럼 보도했다. 이어 <강남이어 목동·분당·과천…번지는 ‘세금반발’>에서는 종부세 반발 움직임을 부각했다.
이 기사는 작은 제목도 <대상자 작년 7만→올해 35만→내년 60만>, <곳곳 법개정 청원…헌소·항의집회 계획도>, <납세대상 작년의 5배>, <“모든 주민에 무차별 세금폭탄”>으로 달아 세금이 엄청나게 오르고 그 대상도 전국민인 양 몰아갔다.
또 함께 실린 <종합부동산세 반발 움직임>이라는 그림표에서는 종부세에 반발해 행정소송 및 청원서를 제출한 일부 지역 주민들의 움직임을 날짜별로 정리하며 아직 행동에 옮기지 않은 일부 지역마저 ‘예정’이라는 표시를 달아 소개하기도 했다.
28일 섹션 ‘b면’에서 국세청 발표를 중심으로 비교적 ‘건조하게’ 종부세를 다룬 조선일보는 29일 2면에 <국세청 홈페이지서 종부세 계산해준다더니…납세 대상 여부 확인에만 30분>이라는 기사를 실어 국세청 홈페이지가 불편해 종부세 납부대상자 확인이 어렵다고 보도했다.

출발부터 ‘종부세 위헌 판결 가능성’ 따지는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27일 <종부세 대란 오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 사설은 종부세가 납세 책임이 납부자에게 있는 ‘신고·납부제’ 세금이라는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안내문을 받지 못해 과세대상자인 줄 몰랐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거나 덜 내면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니 이와 관련된 불만도 겹칠 듯하다”,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았는데 왜 내가 세금폭탄을 맞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집단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반발여론을 부각했다.
또 일부 지역에서 종부세에 대한 이의신청 등이 확산되고 있다며 그 이유가 “종부세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 세금을 돌려받으려면 미리 이의신청을 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종부세가 ‘위헌’으로 판결날 수 있으니 세금을 내지 말고 이의신청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설은 “종부세 강화로 ‘국민 편 가르기’와 ‘부자 괴롭히기’에는 효과를 봤을지 몰라도 집값 잡기엔 실패했고 98%의 국민이 행복해지지도 않았다”며 종부세의 취지를 거듭 왜곡하기도 했다.
28일 2면 <대상자 4.8배-세액 2.7배로 급증>에서는 종부세 대상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만 부각했다. 이 기사는 작은 제목도 <주택 종부세 세액 지난해보다 11.7배로 늘어>, <내년에는 말 그대로 ‘세금폭탄’>으로 달았다.
기사와 함께 실린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개인 주택보유 현황>이라는 그림표에서는 과세대상을 한 채(28.7%), 두 채 (31.2%), 3채(13.1%), 4채(6.7%), 5채(3.8%), 6채이상(16.5%)으로 구분해, 그림만 보면 한 채만 가진 소유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분류는 과세 대상자 중 2채 이상 집을 소유한 사람들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1.3%라는 점을 교묘하게 은폐하고 있다.
29일 13면 <“집 한 채 달랑…왜 투기꾼 취급하나”>에서도 종부세 납부에 대한 ‘불만’을 부각했다. 작은 제목도 <종부세 설명회장 쏟아진 원성>, <강남 사람들의 정부 성토>로 달아 부각했다. 또 이 기사에서는 “‘매물을 유도해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종부세 본래의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며 종부세 때문에 ‘월세 전환’이 늘어 ‘서민들만 피해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국세청 통계 ‘교묘한 인용’

중앙일보는 28일 3면 <종부세 대상 35만명…10명 중 3명이 1주택자>에서는 동아일보 28일 기사처럼 과세 대상자 중 1주택자만 부각했다. 기사는 “국세청이 투기 혐의자로 여기는 3주택 이상 보유자는 40.1%”라며 “투기억제를 위해 도입된 세금인데 투기 혐의자는 납세 대상자의 절반도 안된다”는 논리를 폈다. 또 “서울에 있는 아파트 평균가격은 현재 5억 31만원으로 2개월 전인 9월 말보다 4064만원 올랐다”며 “머지않아 평균적인 서울 아파트가 종부세 대상이 될 것”이라며 대다수 서민들도 곧 종부세를 내야 하는 것처럼 호도했다.
29일 e2면 <행정도시 덕에 땅값 많이 올라서…대전 종부세 대상 2700세대 인구 350만 부산보다 많아>에서는 “종부세 탓에 민간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며 “1인당 평균 500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는데 이는 2인 이상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소비지출(336만원·3분기)보다 훨씬 많은 액수”여서 “월평균 소비지출액의 1.5배에 달하는 세금 납부를 위해 다른 소비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체 가구의 1.3%에 해당하는 최상위 계층의 종부세 평균 금액과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소비지출’을 비교한 것은 그 자체가 부적절하다. 종부세가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것처럼 몰아가기 위한 교묘한 왜곡이 아닐 수 없다.

한겨레·경향, ‘종부세 일관된 추진’ 요구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종부세 납부자의 상당수가 다주택자라는 점을 지적하고, 종부세 납부 반발 움직임을 비판적으로 보도하거나 비판적 목소리를 전달해 조선일보 등과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28일 1면 <종부세 대상자 35만명에 통보 10명중 7명이 다주택 소유>, 3면 <종부세 ‘1천만원 초과’ 7천명>에서는 주택 종부세 대상 23만여명이 보유한 주택은 전체 종부세 대상 주택의 92.3%라며 사실상 종부세가 다주택자들에게 부과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3면 <‘종부세 부과’ 두 얼굴의 반응-“1주택자 억울”“이익과세 당연”>에서 종부세 부과에 반발하는 일부 움직임과 이를 비판하는 여론을 함께 보도했다.
29일 사설 <드러난 종부세 논란의 허실>에서는 국세청의 과세 현황 자료를 근거로 종부세 부과 대상자들이 대부분 다주택자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정부가 종부세로 애꿎은 서민·중산층을 때려잡는다며 ‘세금폭탄’ 운운했던 사람들은 국세청 통계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이 사설은 “종부세는 다주택자와 비싼 집 가진 사람들의 세부담을 늘려 비상식적인 조세체계를 바로잡는 것이 주목적”이라며 왜곡된 부동산 세금체계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또 “강화된 종부세가 처음으로 이제 막 부과됐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세제 완화의 가능성이 조금만 보여도 요동칠 태세라는 점을 고려해 당분간 손을 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27일 3면에 <내년엔 진짜 ‘종부세 폭풍’>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 등이 종부세를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종부세가 내년에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28일 1면 <‘종부세 주택’ 92%가 다주택자 집>에서는 “개인 주택 10곳 중 9곳은 다주택자가 소유한 집”이라며 종부세가 다주택자들 중심으로 부과된 세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3면 <“종부세 폭탄 못내겠다”…“값올라 좋아할땐 언제고”>에서는 종부세에 대한 거부 움직임과 함께 비판여론을 보도했다.
같은 날 사설 <종부세 흔들리면 부동산 광풍 못막는다>에서는 “부동산 열풍이 몇 해 간격으로 나라를 뒤흔들어 온 데는 지나치게 낮은 재산세가 큰 몫을 했다”며 “그 덕분에 부동산 불패 신화는 수십년 동안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서는 집값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 “지금 흔들리면 몇 년 동안의 집값 잡기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장기적인 정책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며 종부세 강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동안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 신문들은 부동산 관련 ‘세금정책’에 대해 입만 열면 ‘세금폭탄론’을 내세워 일반 서민들까지 피해를 입는 것처럼 호도해왔다.
하지만 이들 신문의 ‘세금폭탄론’은 ‘약발’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종부세 취지에 공감하는 여론이 78.2%에 이르렀으며, 종부세 부과 찬성도 59.9%로 나타났다. 조세저항을 다룬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도 조선일보의 기대와는 어긋나는 분위기다.
우리는 수구보수 신문들이 아무리 종부세를 왜곡하려 들어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집을 많이 가진 사람,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이 세금을 좀더 내야 한다”, “투기로 얻은 불로소득에 중과세해야 한다”는 국민적 상식을 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신문이 종부세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고 조세저항을 부추기면 부추길수록 ‘집부자 옹호신문’, ‘부동산 투기 조장 신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수구보수신문들이 더 이상 악수(惡手)를 두지 않기 바란다. <끝>

2006년 11월 3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 토지정의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