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공정거래법 개정안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1.16)
등록 2013.08.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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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재벌 개혁에 관심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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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4일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 개편안과 순환출자 금지 등에 관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계열사간 출자를 제한받는 기준을 자산 규모 6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출자한도를 늘렸다. 또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제도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재벌개혁 정책’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재벌과 재벌의 이익을 앞장서 옹호한 수구 언론들의 완승, 정부의 참패로 끝났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이를 비판적으로 다룬 방송보도는 없었다. 15일 MBC, SBS는 출총제 등 개편안을 단순 전달하고 각계 입장을 전하는 데 그쳤다. KBS는 ‘심층취재’라며 2꼭지를 내보냈다. 하지만 개편안만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에 대한 시민단체의 입장을 단순히 '반발'이라고 전하며 재계와 대립적인 구도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SBS <대상기업 대폭축소>는 출총제 등 개편안을 설명하고, 공정위, 재계, 시민단체의 입장을 간단히 전했다. 특히 이 보도는 앵커멘트에서 “기업의 투자를 옥죄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목됐던 출자총액제한 제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MBC <“개혁후퇴” 논란>은 “재벌개혁을 하겠다던 정부가 규제강도와 폭을 대폭 줄였다”며 비판적인 멘트로 시작했다. 그러나 보도 내용은 출총제 개편안과 순환출자구조를 소개하고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겠다던 공정거래위원장은 저항이 컸다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했다”는 공정위의 입장, 재계의 환영입장, 시민단체의 반발을 나란히 보도하는데 그쳤다.


KBS <출총제 대폭 축소>는 적용 자산 규모, 출자한도 증가, 상장 자회사의 지분율 요건 인하 등 출총제의 정부안을 상세히 설명했는데, 출자한도 증가를 설명하며 “투자의 숨통을 터줬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이 보도는 다른 방송사들과 달리 환상형 순환출자 도입을 뺀 것이 “현실을 감안한 것”이라는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의 인터뷰를 전했다.
이어 KBS는 <‘환영’ ‘반발’>을 내보내고 “재계는 출총제 폐지는 무산됐지만 순환출자 규제가 빠지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했고, 시민단체들은 출총제 개편안이 재벌개혁의 포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고 전하며 재계는 ‘환영’, 시민단체는 ‘개악’이라는 대립구도로 다뤘다. 이 보도는 “자산규모에 따라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린다”며 혜택을 보게 된 기업의 인터뷰를 내보내기도 했다.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는 재벌그룹 내에서 계열사가 고리로 이어져 서로 출자를 하며(A→B→C→A)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기업설립 운영을 위한 자본금을 마련하는 비정상적인 출자형태를 정상적인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그마저도 기존의 것은 두고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자는 안이었다. 하지만 이마저 무산됐고, 출총제 대상까지 축소된 것이다. 재벌의 지배력 확장과 소유지배구조 왜곡을 억제하겠다던 정부의 핵심적인 재벌개혁정책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이는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정부 관료들이 재벌의 입장을 강력히 대변하고 일부 수구신문들이 왜곡된 논리를 확산시킨 ‘성과’이기도 하다.
그동안 방송보도는 출총제나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개혁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왜곡된 논리와 선동으로 개혁적 정책을 후퇴·좌절시키려는 수구신문들의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보도가 독자적이고 개혁적인 의제설정에 적극 나서주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을 지도 모른다. 방송사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끝>


 

2006년 11월 16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