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제 도입'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1.13)
등록 2013.08.29 15:36
조회 330

 

 

 

'친재벌신문'들 '순환출자 지키기' 앞장섰나
- '재벌 편들기'가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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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신문들이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제도' 도입과 관련해 연일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세게 비난하면서 이 제도를 왜곡하고 있다.
환상형 순환출자란 기업의 출자구조가 ㄱ→ㄴ→ㄷ→ㄱ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순환출자 방식 때문에 재벌 총수들이 적은 지분을 갖고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례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불과 0.29%의 지분을 갖고 그룹 전체 경영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기형적 지배구조는 상법과 공정거래법에서 금하는 상호출자의 변형된 형태로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다른 주주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이런 지배구조 아래에서는 재벌 총수의 권한은 비대해지는 반면, 이사회, 주주 등에 의한 감시와 견제장치는 약화되어 편법증여, 비자금 조성 등 총수 일가의 각종 비리가 방치되는 부작용이 벌어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 감시와 견제가 부족하다보니 재벌 총수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조기에 시정하지 못해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의 불공정성을 바로잡아야 하는 공정위가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늦었지만 할 일을 한 것이며, 오히려 '기업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새로 발생할 순환출자만 금지하고, 기존의 순환출자는 인정하는 것이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제도의 도입 취지와 내용을 "좌파적 오만", "사유재산권 부정" 운운하며 왜곡하고, 권 위원장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조·중·동, 순환출자금지를 '기업족쇄 채우기'로 몰아


이들 신문은 순환출자 금지가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며 이런 규제가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6일 2면 <정부, 순환출자금지 도입키로; 재계 "규제 되레 강화"반발>에서 "출총제를 유지하면서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가 적용될 경우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7일 사설 <대기업 흠집만 내려 하지 말고 격려해 보라>에서 "기업 지배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정답이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해당 기업과 주주 등 이해 당사자들이 선택할 문제"라며 "정부가 일일이 간섭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9일 청소년들에게 뉴스를 해설해 주는 e6면 '틴틴경제' 섹션에서도 이번 제도 도입에 대해 "재경부의 한 고위 관료는 '밥그릇 챙기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며"투자가 위축돼 경제가 어렵다는데 공정위만 기업규제를 고집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일 사설 <공정위원장, 사유재산권마저 부정하려는가>는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풀어달라고 했더니 그보다 더 강력한 새 규제를 곁들여 '이중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동아일보도 9일 사설 <혁신 코미디, 규제 난센스>에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몇 년째 논의돼 왔는데, 공정위는 특정 대기업 규제 강화로 변질시키니 기업들로부터 '세상 변한 것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을 듣는 것"이라며 "규제를 줄이는 게 정부혁신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10일 사설 <시장 제압하겠다는 좌파적 오만부터 버려야>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모범답안이 없다"며 "외국 전문가들은 '확실한 오너가 있어 기민하고 과감하게 투자 결정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삼성의 성공신화가 가능했다고 분석한다"고 삼성의 기형적 지배구조를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순환출자 없으면 경영권 못지킨다?


또, 이들 신문은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경영권 위기가 발생할 것처럼 몰았다.
조선일보는 7일 4면 <삼성"주력기업 포기할 판" 현대차"적대적 M&A에 취약">을 통해 삼성과 현대 측의 '순환 출자금지 반대' 주장을 실으며,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는데 그룹별로 수조원의 비용이 드는데다 자칫 경영권마저 위협받을 소지가 크기 때문", "적대적 인수·합병 가시권에 놓인 상황"이라는 등 재벌들의 '위기의식'을 부각해주었다.
중앙일보도 9일 '틴틴경제' 섹션에서 "순환출자를 이루는 고리가 끊어지면 그룹주의 경영권이 약화돼 외국자본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순환출자를 없애려면 주식을 팔아야 하고, 매매차익에 대해 수천억∼조 단위의 세금을 내야 하므로 부담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6일 사설 <권 공정위원장, 전임자 닮아 경제 발목 잡나>에서 "주주들이 그것을 원한다 해도 현행 제도에 맞게 개편하는 데 수조 원이 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경영권이 흔들릴 우려도 있다"고 한 데 이어, 10일 사설에서도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경영권 방어 때문에 신규 투자가 위축된다"며 "결국 국민 기업은커녕 '해외 투기 자본의 먹이'가 돼 버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제고해 주가를 높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들 신문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복잡한 순환출자로 조성된 가공의 자본으로 얽혀있는 재벌의 지배구조야 말로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이들 신문은 유럽에서는 순환출자를 허용하고 있으며,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나라는 매우 적다며 우리만 과도한 기업규제를 하는 것처럼 주장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7일 4면 <유럽선 자국 경영권 방어위해 허용>에서 "OECD국가 또는 개방적 자본주의 국가에서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글로벌 대기업 중에서도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곳이 적잖다"며 캐나다 브론프만 가문과 독일 도이치뱅크를 사례로 들었다.
중앙일보는 9일 '틴틴경제' 섹션에서 "스웨덴의 발렌베리, 벨기에의 수에즈, 홍콩의 리카싱 등 유명한 대그룹에서 순환출자, 차등의결권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처럼 강력히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9일 한겨레신문 17면 <순환출자 고리 끊으면 재벌이 망한다?>는 이와 같은 일부 신문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조선일보 등이 예로 든 "도이체방크 그룹은 은행이 일반 기업을 지배하는 독일의 특수한 상황에서 극히 일부에서 환상형순환출자가 형성된 경우"이며 "브론프먼 그룹은 환상형 순환출자를 통한 총수 일가의 전횡이 문제가 된 사례"라고 부절적한 사례로 지적했다. 또한 "학자들은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선진국이 거의 없는 것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큼 환상형 순환출자를 가진 재벌이 없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미국·영국·일본 등 재벌 폐해를 경험한 선진국들이 부작용을 시정하기 위해 강력한 재벌시책을 쓴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중앙, 권오승 위원장 인신공격까지


권오승 공정위원장에 대한 인신공격도 동원됐다.
조선일보는 9일 4면 <'카멜레온' 권오승 공정위원장>에서 권 위원장이 기업규제정책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취임초와 달리 '말을 바꾼다'며 '코드 맞추기'라고 비난했다. 또 기사의 작은 제목을 <"정치권·타부처서 'NO'해도 고집불통 밀어붙여">, <'학자출신 한계'지적…야"벽에 대고 말하는 듯">이라고 달아 권 위원장의 성격 등을 비난하는 인신공격성 내용을 담았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2면에 권 위원장에 대한 개인 이력을 설명하면서 출신학교와 경력 외에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딸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다", "노 대통령의 사위가 서울대 법대 대학원 시절 권 위원장의 제자였다"며 노 대통령과의 사적인 관계까지 부각했다.
10일 사설 <공정위원장, 사유재산권마저 부정하려는가>에서는 권 위원장이 한 강연에서 "대기업 집단이 실패하면 공적자금을 대므로 공적 성격이 있다"는 발언에 대해 "자본주의의 근간인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라고 비약했다. 또 "우리는 이 정부의 코드에 맞추는 데 급급했던 '코드 각료'들과 그들이 만들어 낸 폐해를 줄곧 보아 왔다"며 권 위원장을 "코드각료"라고 비난했다.
사설은 "출총제를 조건 없이 풀면 8개 그룹이 14조원을 투자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주장을 근거로 "그걸 각료 한 사람이 고집스럽게 막고 있는 것"이라며 권 위원장 개인의 아집 때문에 기업투자가 위축되는 것으로 단정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 수구신문 사실왜곡 비판


반면 한겨레신문은 9일 17면 <순환출자 고리 끊으면 재벌이 망한다?>에서 수구신문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출총제를 유지하면서 순환출자금지 방안까지 도입하는 것이 이중규제라는 주장에 대해 한겨레신문은 '환상형 순환출자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상호출자의 변형'으로 규제하는 것이며, "총수의 이익 빼돌리기, 부실 계열사 지원, 독과점 심화, 경제력 집중 등 여러 폐해를 낳고 있어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왜곡'이라고 반박했다. 한겨레신문은 "삼성카드가 갖고 있는 에버랜드 주식 25.6%가 제3자에게 넘어간다고 해도…에버랜드의 나머지 지분 중 64.6%를 이건희 회장 일가와 삼성 계열사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지난 2004년 삼성생명이 소유한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제기됐을 때도 삼성그룹이 경영권 방어논리를 들고 나왔으나 실제 경영권이 위협받은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벌 총수들이 '순환출자' 같은 비정상적인 방식을 동원해 기득권을 누리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는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재벌 스스로에게도 손해다. '재벌'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막연한 '반기업 정서' 때문이 아니다. 온갖 편법을 통해 특혜를 누리면서도 '사회지도층'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지지 않고, 편법을 고수해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재벌들의 '낡은 태도' 때문이다.
그런데도 수구보수신문들은 기형적 지배구조를 합리화하라고 요구하기는커녕 그들의 편에 서서 재벌에 불리한 제도를 무조건 '반시장'으로 몰아붙이는가하면, 최소한의 공적 규제마저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것으로 음해하고 있다. 또 이들 신문은 이런 제도를 추진하는 인사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코드인사'로 몰아붙여 정책을 좌초시키려 든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친재벌' 신문들에게 촉구한다. 진정으로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다면 무조건 그들의 기득권 옹호에 앞장서서는 안 된다. 이들 신문이 신봉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룰에 따라 불합리한 것을 합리적으로 고치고, 재벌에게 '사회적 모범'을 보이라고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을 위한 태도라는 사실을 하루속히 깨닫기 바란다.
<끝>

 


2006년 11월 1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