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김승규 국정원장의 조선일보 인터뷰' 관련 주요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1.1)
등록 2013.08.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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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논란 빚는 국정원장 처신, 조중동은 왜 이렇게 추켜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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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이 때 아닌 '김승규 띄우기'에 나섰다.
지난 29일 김승규 국정원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정원이 수사 중인 이른바 '386 간첩 의혹 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보고 있으며, 차기 국정원장 인선과 관련해 "내부 인사는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및 내부 개혁을 위해 시기상조"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자신의 사임과 관련한 '정치권 386 압력설'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정원장의 이와 같은 인터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이제 막 수사를 시작한 사건을 두고 국정원장이 "고정 간첩이 연루된 사건이다. 간첩단 사건으로 본다"고 발언 한 것도 매우 부적절하다. 아직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정원과 검찰은 뚜렷한 간첩행위 증거를 찾지 못했고 구속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장의 발언은 사건의 성격을 미리 예단함으로써 수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된다'는 국정원직원법 17조1항에 저촉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빚고 있다.
한편으로 김 원장이 자신의 권한 밖인 차기 인사에 대한 사견을 특정 신문을 통해 밝힌 것도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만큼 부적절하다.


조·중·동, 낯 뜨거운 '김승규 띄우기'


그런데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은 김 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하기는커녕 이를 근거로 이른바 '386 간첩의혹 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단정해 정치공세에 악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승규 원장은 국가 안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로 추켜세우고, 정권의 386인사, '이종석 라인' 등 대북온건파들은 간첩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방해가 되는 사람들처럼 규정했다.
김 원장을 인터뷰한 조선일보는 30일 1면 <"간첩단 사건 확실…실상 충격적">, 3면 <"후임 국정원장에 코드인사는 절대 안된다">, <국정원 내부갈등 불거지나>, 4면 <국정원장 누가 돼도 간첩수사 문제> 등에서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김 원장의 사임과 차기 인선문제까지 '386간첩의혹 사건'과 연결 지어 의혹을 부각했다. 국정원 내부갈등설을 보도한 3면 기사에서는 '일부 고위 간부들'이 "권력 핵심의 부산출신과 386 인사 또는 정치권 실세, 이종석 통일부 장관 등의 지원을 받으면서 이들과 '코드'를 맞추고 있는 것"이라며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와 간첩 사건 수사 등에서 확고한 소신을 가진 김 원장과 고위 간부들 사이에 유·무형의 알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국정원 안팎의 시각"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31일 <후임 국정원장 간첩사건 확실히 매듭지을 인물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김 원장이 정권 내의 386인사, 대북온건론자 등에 맞서 '소신'을 지킨 것으로 띄워주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관련된 사람들이 국정원장이 되면 간첩사건 수사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해괴한 색깔공세를 폈다.
사설은 "김 원장이 간첩 수사의 결단을 내리기까지 '조직 밖'은 물론이고 '조직 안'에서 밀어닥친 견제와 역풍에 얼마나 시달렸던가를 느끼게 한다"며 '외압론'을 기정사실화했다. 또 "지금 거론되는 후임 국정원장 후보들이 모두 대통령과 같은 고향, 같은 고교 선후배, 사법시험 동기 같은 끈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은 간첩사건의 수사 전개를 걱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며 "새 국정원장 아래서 간첩단 사건이 흐지부지된다면 국민과 역사는 훗날 인사권자에게 그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김 원장 '띄우기'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31일 1면 <'386간첩' 국정원 내부 만류에도 영장 김승규 국정원장이 결단>에서 김 원장이 영장청구 시점을 놓고 내부에서 "관련자를 일망타진할 수 있을 때 영장을 청구하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이를 무릅쓰고 영장을 청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대북 기밀정보를 총괄하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사회 전반의 해이해진 안보의식을 묵과할 수 없다는 나름의 신념이 결국 간첩사건 공론화로 이어졌?quot;, "자신이 물러나기 전에 간첩단 사건을 공론화해 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덧붙여 김 원장의 "기독교적 소명의식"을 거론하기도 했다.
3면 기사 <"간첩단 수사 철저히" '김승규 소신' 후임자에 이어질까>에서는 김만복 제1차장이 김 원장과 "코드 차이"가 있다며 김 차장이 이른바 '이종석 라인'이어서 김 원장이 "김 차장이 그 기준에 미흡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날 사설 <국정원, 386 간첩 사건 흔들림 없이 파헤쳐라>는 "우리는 이번 사건의 성격과 관련해 김 원장이 '간첩단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사실에 주목한다", "수사 책임자가, 그것도 사의를 표명한 마당에 허투루 한 소리는 아닐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성격을 '간첩단 사건'으로 기정사실화 하려 들었다. 이어 "수사에 발목을 잡으려는 조짐들이 보여 걱정스럽다", "국정원 내에도 의식화된 사람이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며 색깔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나아가 중앙일보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기 위해선 국정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김 원장을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유임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386 세력'이 간첩수사 방해세력?


동아일보는 김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한 김만복 1차장이 '정권에 해바라기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부각하며 이른바 '386 간첩 의혹사건' 수사를 철저히 하고 대선을 공정하게 치루기 위해 청와대와 거리가 있는 사람을 국정원장에 앉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31일 3면 <'김만복 불가' 우회 표명 왜?>에서 동아일보는 "(김 원장이)무슨 연유로 내부 발탁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인지,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연루된 '간첩사건' 수사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또 김 원장이 "김 차장이 인사운동을 하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국정원장은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자리인데 인사 운동을 하면 인사권자와 거래를 할 수밖에 없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다는 판단"이라며 김원장의 평가에 힘을 실어주었다.
나아가 이날 사설 <국정원의 애국심과 시련>은 "수사기관이 일제히 움츠리는 듯한 이상기류는 김 원장의 사의표명을 둘러싼 의혹 속에서 수사가 험난할 것임을 예고한다", "청와대 등의 386세력과의 대치설이 사실이라면 '빙산'의 노출을 막기 위한 수사 방해는 더욱 집요해질 것으로 봐야 한다", "주사파를 비롯한 386운동권세력이 노무현 정권 출범 후 정부 국회 시민단체 노동단체 교육계 등 국가 중추 곳곳에 포진해 있기에 예상 가능한 일"이라는 등의 주장을 폈다. 정권 내에 간첩 의혹 사건과 연관된 "386 세력"들이 있고 그들에 의해 수사가 방해라도 받고 있는 듯한 주장이다. 또 "새 국정원장이 진상을 덮는 쪽으로 가면 우리의 안보상황은 머지않아 국민을 김정일 집단의 품안에 갖다 바치는 꼴"이라고 색깔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김 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했다.
31일 한겨레신문은 1면 기사 <국정원이 흔들린다>와 4면 <북핵대처 등 미흡…'간첩' 전부터 교체 거론>에서 김 원장의 처신이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원장 사임과 관련한 '외압설'에 대해 "국정원 안팎에서 이른바 호남 인맥과 영남 인맥 갈등설을 거론한다"며 "영남 출신의 국정원장이 기용될 경우 불이익을 당할 걸 우려한 일부 호남 출신 인맥에서 '김원장 유임론'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갈등론이 외부로 나왔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사설 <김승규 국정원장의 어처구니없는 처신>에서도 "국정원장의 동태는 그 자체가 보안사항"이라며 김 원장의 조선일보 인터뷰가 "이런 관행을 뒤엎어 버린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놓고 해당 기관의 장이 포괄적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물러나는 정보기관의 장이 자신의 후임자를 놓고 조직의 기류를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도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중·동의 180도 달라진 '김승규 평가'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김승규 추켜세우기'는 과거 보도들과 비교하면 낯이 뜨거울 정도다. 그동안 이들 신문은 국정원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과 대처 능력부족을 질타해왔다.
조선일보는 7월 7일 <위기대응 시스템 제대로 작동하나(1)노동 스커드는 위협 아니라니…>에서 "정부 내 안보 불감증 사례는 스커드 노동 미사일 미보고 뿐만이 아니다. 김승규 국정원장은 지난달 25일 출국했다"며 "김 원장은 5일 발사 시각에도 국내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10월 17일 사설 <북 핵실험 이후 바뀐 세상 못 읽는 '핵맹' 한국>에서는 "국가정보원장은 핵실험 30분 전까지도 국회에서 '핵실험 징후가 없다'고 보고했다"며 "핵 실상에 대한 파악 능력도, 핵에 대한 대처 능력도 갖추지 못한 '핵맹'정부"라고 비난했다.
중앙일보도 7월 7일 <'미사일 난리' 때 국정원장 외유 중>이라고 기사를 실은 데 이어, 15일 사설 <청와대 내각 외교안보팀 모두 책임져야>에서 "지금까지 정부 외교안보팀의 대처는 적절했나. 총체적 실패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미사일이 발사된 시점에 국정원장은 외유 중이었고 발사 직후에도 관계 당국자들은 '매뉴얼에 따라 대처했다'며 늑장 대응을 변명했다", "청와대·내각의 외교안보팀 모두를 경질하라"고 주장했다. 10월 11일 <외교안보팀 인책론 확산>에서는 "김승규 국정원장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각각 대북 정보 능력의 취약성과 전작권 환수 논란 때문에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동아일보는 10월 10일 <北에 '카운터펀치' 맞는 동안 국정원은 맞는 줄도 몰랐다>에서 "국가의 정보 수집과 분석을 책임지는 국가정보원은 9일 오전 북한의 핵실험이 있기까지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핵실험 징후가 없다'고 밝혀 정보 수집 능력의 문제를 그대로 노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11일 사설 <정부 외교안보팀을 다시 짜야 하는 이유>에서 "대통령의 이런 안이한 인식은 청와대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외교안보팀 속에서 함께 흐른다"며 "대북정책 변화를 국내외에 확실하게 보여 주기 위해서도 외교안보팀을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랬던 신문들이 국정원의 '386 간첩 의혹 사건'이 발생하고, 김 원장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발언을 하자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간첩 의혹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섣불리 규정해 온갖 추측 보도를 선정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런 보도행태는 우선 '사실보도'라는 언론보도의 기본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나아가 뚜렷한 근거도 없이 규정한 '간첩단 사건'을 정권, 시민사회 내의 386 인사들로 확장시킴으로써 참여정부와 범개혁·진보진영을 공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김승규 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이 띄워주고 나서는 것은 김 원장의 발언을 자신들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정치세력들에 대한 공격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거듭 말하거니와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의식은 일부 신문들의 이런 공세가 쉽게 성공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어리석은 정치공세에 앞서 '사실보도'부터 충실하게 하라.<끝>

 


2006년 11월 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