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미FTA 4차 협상’ 관련 26~28일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0.28)
등록 2013.08.29 15:29
조회 282

 

 

 

수구신문, 한미FTA를 '미국 입장'에서 보도하나?
.................................................................................................................................................


 

 

2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이 마무리됐다. 미국이 1천여 개의 공산품 관세에 대해 즉시 철폐를 약속하고 농업부분 특별 세이프가드 도입, 자동차 표준 작업반 설치 합의 등 일부 양보를 했지만, 여전히 개성공단 제품 한국산 인정 등 우리 측의 핵심 요구 사항들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아 4차 협상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4차 협상 직전과 협상 초기에 걸쳐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미국의 요구 사항과 그것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최소한의 객관적 분석도 내놓지 않았으며, 협상 전망이 밝은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나아가 안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미 FTA를 체결,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한미 FTA 체결 반대 진영에 대해 '친북반미주의자' 운운하며 색깔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런 일부 신문들의 보도 태도는 협상 후반기에도 계속되었는데, 이들은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후에도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비판이나 협상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보도를 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그토록 체결을 주장하는 한미 FTA가 성과 없이 끝났는데도 협상 결과만 간단히 언급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실익없는 미국측 수정안을 "협상 진전의 발판"으로 평가
조선·동아일보는 26일부터 28일까지 각각 2건, 3건의 기사를 실었다. 이들 신문의 적은 기사 양도 문제이지만 그 내용은 더 심각하다.
조선일보는 26일 b2면 <"한 미FTA에 대한 몇가지 오해 풀어야" 한덕수 위원장이 주장한 FTA진실>이라는 기사에서 한덕수 한 미 FTA 체결지원위원장이 25일 전경련에서 열린 대외협력위원회 회의에서 FTA 반대 진영의 주장을 반박한 발언을 보도했다.
다른 한 건은 28일자 20면 <한미 FTA 협상 내년 1월 갖기로>라는 제목의 기사인데, "미국측이 1000여개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겠다는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향후 협상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의 "한국의 자동차 시장에는 투명하지 않은 차별적 표준, 인증 등 비관세 장벽과 관세 장벽(8%)이 많다"는 등의 발언에 대해 "역공을 취했다"는 정도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 4차 협상에서 드러난 주요 쟁점을 단순 나열했다.


FTA 연내타결이 "꿈"이라는 동아일보
동아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아일보는 26일 2면 <한미FTA 이견 여전…올해안 타결 힘들듯>이라는 기사를 실고 "4차 협상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어 연내 타결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미 간의 입장 차이만을 간단히 소개하는데 그쳤다.
28일 19면 <한미 FTA, 연내 타결 꿈 접고…4차협상 별 소득 없이 종료>라는 기사는 한미 FTA의 연내 타결을 "꿈"이라고 표현하면서, 미국이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의 관세를 폐지할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두고 "아직은 갈 길이 먼 셈"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섬유분야 협상은 "미국의 '버티기' 전술로 이틀 만에 중단"됐고, 무역구제 분야에서 한국이 반덤핑 조치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반대 의견을 고수"했다면서 협상을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설명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한 건의 기사는 27일 정몽준 의원의 기고 <'FTA'가 10조원이면 '한미동맹'은 1000조원>으로 한미 FTA 체결과 한미동맹을 강조한 글이다.


중앙일보, "그래도 한미FTA 해야한다"
중앙일보는 이 기간 동안 총 6건의 기사를 실었으며, 협상이 끝난 28일 4건의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보도 건수의 차이만 있을 뿐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26일 8면 <EBS 공항 항만 서비스 … 미 "공기업 5곳 더 열라">는 기사에서 미국이 1천여 개의 공산품을 '즉시관세철폐' 품목으로 제안했지만 한국 협상단이 "전체 대미 수출액의 23%를 차지하는 자동차 관련 품목이 모두 조기개방 불가 품목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미국의 상품 시장 개방 규모가 전체 대미 수출액 60% 수준의 품목에만 해당돼 한국이 미국에 제시한 우리 측 개방안(75%)보다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 것을 전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협상 쟁점을 단순 나열하는데 그쳐 분석적인 보도에는 미흡했다.
중앙일보는 28일 4건의 관련 기사를 실었으나 협상 결과를 전하는 보도는 단 1건에 그쳤고, 대신 버시바우 대사의 개성 공단산 제품의 한국산 불인정 발언과, 한미 FTA 체결을 주장하는 이세정 경제데스크 칼럼, 그리고 한미 FTA 협상단 테이블에 '우먼파워'가 불고 있다는 가십성 기사를 실었다.


경향·한겨레, 미국측 요구 구체적·비판적 접근
반면 경향신문은 같은 기간 동안 총 9건의 기사를 실었다. 26일 2면 <한·미 '개방 수정안' 서로 거부, FTA 4차협상...공산품 등 이견 못좁혀>라는 제목의 기사는 한미 양측이 세이프가드에 합의하기는 했으나 "적용품목, 발동요건, 강제성 등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큰 진전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이 1천여 개 품목에 대해 '즉시관세철폐'안을 들고 나왔지만 "1,000여개 품목을 합해도 현재까지 우리가 '즉시철폐'로 분류한 공산품 품목이 대한수출액 규모로 74.8%에 이르는 데 비해 미국은 대미 수출액의 60%를 약간 넘는 상품만을 즉시 개방하겠다고 밝힌 셈"이라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28일에도 1면에 기사를 실고 5면을 털어 4차 협상 결과와 전망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특히 <한·미 샅바싸움하다 종료 '휘슬'>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다른 신문들이 공산품, 섬유, 농업, 섬유 등에 주목하며 7∼8개 분과에 대해서만 표로 정리한 반면 16개 전체 분과의 쟁점을 표로 정리하고, 자동차, 섬유, 농산물, 인터넷TV(IPTV), 주문형 비디오(VOD) 등 방송통신융합서비스 개방 등도 언급해 독자들에게 4차 협상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돋보였다.


한겨레신문은 26일자 2면 기사 <미, 자동차 무역구제 양보없이 버텨>에서 공산품과 농업 분야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미국은 반덤핑 규제 개선, 섬유 원산지 규정 변경, 자동차 관세 철폐 등 우리가 이번 협정에서 유일하게 이득을 볼 수 있는 공산품 무역 관련 핵심 쟁점들에서 양보할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다뤘다.
또 미국이 섬유분야에서 '얀포워드'안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 "'얀 포워드'(Yarn Forward)는 제품의 재료인 원사(얀)부터 한국산을 사용해야 그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관세를 인하해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재료를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해 완제품으로 가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규정이 존재하는 한 관세를 철폐해 봐야 실익이 없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28일에는 2면에서 4차 협상 결과를 전하고 <한-미 FTA 협상, 이젠 중단이나 장기전도 염두에 둬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협상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설은 4차 협상이 일부 진전되었으나 "국익 증진이 뚜렷한 협상이라면 진전 소식이 반가울 수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협상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의 무역촉진권한에 맞춰 협상 시한을 쫓아가다 보면, 협정 체결이라는 명분과 포장만 살리고 알맹이는 잃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섣부른 협상 타결을 경고했다.


한미 양국은 12월 5차 협상을 연 뒤, 내년 1월 6차 협상까지 열기로 해 사실상 연내 타결 목표를 수정했다. 그만큼 4차 협상에서 드러난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측의 요구 내용과 협상 태도는 한미 FTA가 결코 '장미빛 미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조선·중앙·동아일보는 한미 FTA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 대신 여전히 FTA 체결이 필요하다는 주장들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 또 4차 협상의 내용이나 문제점, 객관적 전망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고, 협상의 진행 과정과 쟁점을 단순히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러 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 제공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태도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에서 나아가 한미 FTA 체결에 대한 환상만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기만' 행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국가적 중대 사안을 취재하고 분석할 능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메이저 신문'을 갖고 있는 것이다. <끝>

 


2006년 10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